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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물과 함께 흐르는 한가위 보름달... 산 강의 미래다

[천막 소식 142일-143일차] 한가위 보름달이 꽉 채운 천막농성장

등록|2024.09.19 16:04 수정|2024.09.19 16:29

▲ 세종시 하늘에 뜬 보름달 ⓒ 임도훈


"보름달 멋지다!"

꽉 찬 달이 금강 위에 윤슬처럼 비치고, 하늘이 다 환해지는 듯하다. 여러 대화방에서 달 사진들이 올라왔고 그 모습은 다 달랐다. 달은 하나여도 자기가 기억하는 달의 모습이 있다. 떠오르는 달을 보며 우리 강의 안녕을 빌어본다. 새만금과 가덕도, 설악산과 지리산, 제주의 안녕도. 생명의 가치가 저 달만큼이나 귀중하고 소중한 것임을 다시 한번 다짐하듯 상기해 본다.

▲ 금강에 서식하는 새들을 관찰하는 세종시민 ⓒ 임도훈


세종보 옆 정자에 시민들이 모여 새를 관찰하고 금강을 바라보았다. 흰목물떼새, 원앙, 왜가리, 물총새, 할미새가 금강 위에서 노니는 모습을 그들도 보았을까. 이들에게 물 많은 경관이나 대관람차, 수륙양용차는 필요 없는 시설일 뿐이다. 흐르는 금강을 지켜야 한다는 마음 하나로 명절 연휴에도 시민들을 만나는 그들은 '강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그 마음들이 오늘의 금강을 흐르게 하고 있다.

공주보 닫으면 잠길 백제문화이음길… 예산 낭비 이중 행정 공주시

▲ 백제문화이음다리 공사 중인 모습 ⓒ 임도훈


지난 15일과 16일, 보철거를위한금강낙동강영산강시민행동은 공주시가 추진하는 '백제문화이음길' 공사현장을 모니터했다. 고마나루를 복원하고 제민천과 잇는 산책로를 만드는 것이 주요 내용인데 데크공사가 한창이었다. 강변 자갈밭까지 연결된 데크는 공주보 수위가 상승하거나 조금만 큰 비가 와도 금방 잠길 위치였다.

이런 상황인데도 공주시는 백제문화제 때 공주보 담수를 요청했다. 한쪽에서는 담수를 하면서, 담수되면 이용할 수 없는 시설물을 예산 들여 설치하고 있으니 이해할 수 없었다. 만약 공주시가 침수될 것을 알면서도 만들고 있다면 직무유기이고, 모르고 만들었다면 제대로 조사도 판단도 못한 무능함으로밖에 설명되지 않는다. 백제문화제 전에 늘 비가 쏟아졌던 것을 생각하면 데크설치는 그대로 매몰 비용이 될 수 밖에 없다.

공주시는 앞뒤가 맞지 않는 사업들로 예산을 낭비할 것이 아니라 공주보 담수시도를 중단하고 금강의 현재 모습에 맞게 백제문화제를 준비해야 할 것이다. 무리한 담수시도는 시민혈세를 낭비하는 지자체로 낙인 찍히는 결말을 맞이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관련 기사 : "물에 잠기는 '예산낭비' 데크길… 공주보 닫지 마라" https://omn.kr/2a88o).

다음은 없는 강의 미래… 지금 지켜야 한다

▲ 천막농성장 건너편 백로, 가마우지가 쉬고 있는 모습 ⓒ 임도훈


'댐을 만든다', '담수해서 관광수익을 내보겠다'고 말하는 국가와 지자체를 보며 강의 미래는 과연 어떻게 될지 눈앞이 캄캄하다. 세종보 재가동으로 강을 틀어막으려는 것을 가만히 두고 볼 수 없어 천막을 치고 140여 일을 버티면서도, 계속해서 강을 개발의 도구로 보고 파괴하려는 움직임들을 접할 때마다 같은 생각을 한다. 강의 미래가 과연 어떻게 될까.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되고 4대강 재자연화 정책을 일방적으로 폐기하고, 보 처리방안도 취소하며 국가물관리기본계획을 뒤흔들 때 투쟁하는 이들을 힘 빠지게 하는 말은 '다음 정권에서 하면 된다'는 말이었다.

강을 지키는 일은 어떤 정권은 할 수 있고, 어떤 정권은 할 수 없는 일이 아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자연환경을 잘 지키는 일은 우리 모두가 해야 할 일 아닌가. 당장 강의 생명이 수장되고 파헤쳐지는 것을 보면서 우리가 손 놓고 다음을 말한다는 것은 강의 미래를 포기하는 일이다.

지금 지켜야 한다. 그것 때문에 천막 농성이 140여 일을 이어왔다. 인간의 탐욕으로 그 속살을 파헤쳐도 말 없는 그 강의 권리를 오히려 권력이 아니라 그 곁을 기대 살아가는 우리가 대신 외쳐야 하는 일이다. 강은 살아있고 우리가 함께 지켜야 한다.

▲ 오늘 지금 여기에서 지켜내야 할 금강 ⓒ 보철거시민행동


"성묘하는 건가 봐."

추석날 아침, 강변까지 내려오진 않고 그라운드 골프장 끝에 상을 간소하게 차려 차례를 지내는 가족들이 보였다. 언젠가 가족을 강가에 뿌려 와봤다고 하며 지나갔던 분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세종보가 담수되었을 때는 아래로 내려오지 못하고 멀리서 바라만 보다 갔다고 하셨다.

금강이 흐르고 있어서 다행이다. 먼저 떠난 누군가를 기억하기 위해 강을 찾는 시민들을 보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막혀서 냄새나고 가까이 오지도 못하는 강이었다면 그 마음이 더 슬프지 않았을까. 강은 인간의 삶과도 여기를 터전으로 하는 생명의 삶과도 관계되어 있기에, 우리와 단절된 어떤 것이 아닌 '삶으로 흐르는 강'이다.

지금의 우리 삶을 지켜내려고 애쓰며 하루하루 사는 것처럼, 오늘 우리 강을 지키기 위해 천막농성장의 하루를 지켜낸다. 강의 미래는 바로 지금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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