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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차 해소와 불평등 해결 없는 윤석열 정부 청년정책

[사의재 직필] 청년기본법 시행 3년 어떤 정책이 필요한가

등록|2024.09.20 10:25 수정|2024.09.23 12:59

▲ 2023년에 열린 청년의 날 행사 ⓒ 한림미디어랩 The H


청년의 날, 행사 부스만 요란할 듯하다

9월 21일 청년의 날이다. 2021년 청년기본법 제정 당시 9월 셋째 주 토요일을 청년의 날로 지정했다. 때문에 9월 초부터 중앙정부는 물론 245개 지자체 모두 행사 준비로 분주하다. 대략 청년의 날 행사는 행정기관별로 청년 정책 담당부서 주관으로 진행된다. 물론 청년 당사자 그룹 및 유관 협의체, 단체와 함께 사업을 진행한다. 올해도 지자체에서는 청년의 날 홍보부터 무대 행사까지 각기 직접 사업과 대행사 사업들이 진행된다.

그런데 청년의 날 행사를 이렇게 행사 중심으로 하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다. 노동절이나 여성의 날 등 주요 행사에서는 주체들의 목소리가 담긴 의제들이 행사 프로그램과 맞닿아 있다. 예를 들면 매년 5월 1일에는 비정규직이나 최저임금 문제가 화두였고, 3월 8일에는 성평등과 차별 및 혐오 문제들이 제기된다. 그렇다면 9월 21일에는 어떤 표어가 제시되어야 할까.

납작한 '취약성'만 강조하는 윤석열 정부 청년 정책

윤석열 정부 시기 청년 정책 방향은 철학과 가치관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초기 청년정책 수립 당시 표어가 '삶에 대한 권리'였다면, 이제는 '희망·공정·참여'를 기조로 하고 있다. 지난 2010년부터 2024년 6월까지 14년 동안의 언론 기사에서 '청년'을 검색하니 무려 1,364,563건이나 된다. 청년 정책이 사회적 관심을 받게 될 때는 그 나름의 이유가 있다. 서울시의 청년수당과 경기도의 청년배당이 쟁점이 된 시기가 대표적이다. 그 밖에도 청년 구직 활동 지원금 지급 시기, 청년기본법 제정과 청년 정책 기본계획이나 사회적 고립 운둔 정책 발표 시기들이다.

초기에는 주로 청년의 삶 전반의 문제와 노동시장이 관심이었다. 그러나 청년 구직은 물론 주거, 복지 등 비노동시장 영역의 주요 정책이 논의되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자립 청년이나 고립 은둔 청년이 이슈인 듯하다. 우리 사회에서 청년실업부터 청년고용이 쟁점일 때는 관련 기사가 무려 195,879건이었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고립 은둔 기사가 급속히 증가하면서 10% 내외(1,560건)를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정부가 설정한 정책 방향은 사회적 관심을 바꾸기도 한다.

지난 2년 동안 우리가 접한 윤석열 정부 시기 청년 정책은 몇 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보호종료 아동을 자립 준비 청년으로 명칭을 변경하고 대상과 지원을 강화했다. "청년의 건강한 사회 참여를 통한 사회 전반 활력 제고"라는 비전 아래 사회적 고립 은둔 청년에 방점을 두고 정책을 추진했다. 전국에 약 5% 규모로 추정되는 취약 청년에 방점을 두었다. 지자체들도 정부 시책에 조응하면서 관련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시는 청년사관학교 사업이나 창업을 제외하면 거의 고립·은둔 청년 관련 사업이 대부분이라고 할 정도다.

번지수가 잘못된 청년정책과 사업들

고립·은둔 청년의 취약성이나 사회적 보호의 필요성으로 볼 때 중요한 영역인 것은 맞다. 다만 다수의 청년들이 겪고 있는 문제에서 정부가 해야 할 정책들은 진척이 없고 주요 정책들은 오히려 왜소해진 것이 문제다. 지난 2년간 윤석열 정부 시기에서 보편적인 격차 해소나 불평등 해결을 위한 정책을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청년의 사회 이행을 지원하는 구조적 토대가 되어야 할 정책은 여러 이유로 검토하지 않고 불필요한 정책 목록만 증가하는 것이 아닌지 질문을 해야 할 시점이다. 청년기본법에서는 청년 정책 5대 분야(일자리, 주거, 교육, 복지·문화, 참여·권리)에 맞추어 5년마다 과제를 수립하고 시행 계획을 추진하도록 하고 있다.

몇몇 정책들을 살펴보면 윤석열 정부 시기 청년 정책은 규모의 성장을 이루었다. 2021년보다 과제 수나 예산 모두 증가했다. 중앙정부가 추진하는 청년 정책의 전체 단위 과제는 346개(2021년 308개)나 되며 예산은 27조 원(21년 23조 원)에 육박한다. 과제 수 기준으로 보면 일자리 분야(124개)가 많고, 예산 기준으로 보면 주거 분야(11.5조)가 많다. 실제로 청년의 일경험(10만 명), 공공분양(6.1만 호) 및 공공임대(5.1만 호) 등 양적 지표들을 보면 물량이 적지 않다. 윤석열 정부 시기 중점 추진 8개 분야의 청년 창업 예산처럼 성과 지표도 불확실한 곳에 투여할 재정은 번지수를 다시 찾아야 한다.

실제로 청년의 삶에서 꼭 필요한 정책들은 찾아볼 수 없다. 청년 저임금 비정규직 문제는 아예 국정 과제에 빠져 있다. 중고등학교 실습 학생부터 대학 인턴 문제에도 대책이 없다. 특히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인 플랫폼 노동 및 프리랜서와 같은 불안정노동자를 '노동 약자'라고 하면서도 제도를 확장할 의지가 안 보인다. 이행기 노동시장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핵심 문제로 지적된 '그냥 쉼'이나 '실업' 등 '니트'(NEET) 규모가 200만 명에 가까운데 특별한 대책도 없다. 지역마다 설치되어 있는 청년센터 리빌딩도 필요한데 정체 국면이다.

청년 주거정책은 신혼가구와 같은 공급 중심의 정책들이 되풀이되고 있고, 교육정책은 '대학'이라는 정책 대상에 매몰되어 대학에 진학하지 않는 비진학 영역으로 넓히지 못하고 있다. 복지 정책은 빈곤이나 사회안전망 사각지대 해소보다는 이전 정부 시기 추진했던 마음건강 사업이 확대된 정도다. 게다가 당사자 참여는 다양한 청년의 참여라는 미명하에 정치 지망생들이 기웃거리는 공간이 되었다. 주체의 실종이다. 이를 반증하듯 중앙과 지방의 청년정책조정위원회 논의 의제들은 더 가관이다. 청년 일자리나 주거 문제보다는 창업 지원이 더 중요하게 언급된다.

청년기본법에 충실한 청년 정책 만들어야

앞으로 청년 정책은 경제 활동과 비경제활동을 포괄하는 제도적 권리 보장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정책 대상의 취약성을 납작하게 보지 말고 넓은 들판으로 나와야 한다. 실습 학생부터 청년 니트와 불안정 노동 전반을 해결하기 위한 사회안전망의 확대는 가장 시급한 과제다. 우리의 노동시장 특징을 고려한다면 자발적 퇴사자에게도 구직 급여를 지급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생애주기별 다양한 교육훈련과 자기 계발은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

주거와 복지, 문화 등은 자산 격차와 연동되어 있다. 그렇다면 이제는 과감한 정책을 고민할 시점이다. 현재 추진하고 있는 청년도약계좌와 내일저축계좌 등은 과감히 통합하여 토마 피케티(Thomas Piketty)가 언급한 '기본 자산제도'로의 전환을 고민할 시점이다. 환경은 급속히 변하고 있는데 10년 전 정책들만 다시 꺼내 놓고 있다. '청년'의 나이를 올린다고 당사자들의 삶에 정책이 스며드는 것은 아니다. 전환기 새로운 해법이 필요한데 마음만 갑갑하다.

▲ 김종진 일하는 시민연구소 소장 ⓒ 김종진

*필자 : 이 글을 쓴 김종진 소장은 현재 사단법인 유니온센터 이사장, 국가인권위원회 사회권(노동) 전문위원, 사무금융 우분투재단 운영위원 등을 맡고 있으며, 총리실 산하 청년정책조정위원회 실무위 부위원장과 경사노위 플랫폼노동위 공익위원 간사, 서울시청년활동지원센터 운영위원장 등을 역임했습니다. 학회 활동으로는 한국산업노동학회 운영위원을 맡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노동자의 시간은 저절로 흐르지 않는다>(2021)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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