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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은 노잼? 가보니 '꿀잼 도시'던데요

장태산 자연 휴양림에서 찾은 대전의 재발견... 마음치유 특효약은 역시 '여행'

등록|2024.09.20 11:47 수정|2024.09.20 12:18

▲ 장태산 정상 풍경 ⓒ 어혜란


얼마 전, 남편과 여행을 다녀왔다. 한순간에 부모님을 모두 여의고 혼자가 된 남편을 위로하고 싶었다. 안타깝게도 올해 초, 시부모님께서 3주 간격을 두고 동시에 눈을 감으셨다. 기막힌 현실 앞에 남편은 유난히 쓸쓸해 보였다. 외롭고 허전한 마음도 달랠 겸 남편과 대전으로 당일치기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사실, 대전은 '노잼도시'라고도 불린다. 나 역시 수없이 여행을 다니면서도 대전을 리스트에 넣었던 기억은 없다. 하지만 요즘은 얘기가 달라졌다. 대전의 명물이라 불리는 '성심당'이 핫 플레이스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 성심당 튀김소보로 ⓒ 어혜란


많은 유튜브에서 성심당 빵리뷰를 주요 콘텐츠로 다룰 만큼 유명세를 타고있다.오직 성심당 빵 하나를 위해 대전을 방문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고 한다. 과일 시루, 명란 바게트, 메아리, 부추 빵 등 수많은 인기 품목을 보유한 빵천국 성심당. 그럼에도 역시 '최애'는 '튀김 소보로'가 아닐까?

약 두 시간을 달려 대전역에 도착하자마자 대전 역사 내에 있는 성심당으로 내달렸다. 갓 튀긴 따끈따끈한 튀김 소보로 빵을 한입 베어 무는 순간 어찌나 행복하던지. 새벽같이 일어나 이곳으로 오느라 쌓인 피로가 눈 녹듯 사라지는 듯했다. 역시 '대전의 꽃'은 '성심당'인가 보다.

피톤치드 가득, 장태산 휴양림

▲ 장태산 정상 ⓒ 어혜란


다음 목적지는 장태산 자연휴양림. 이곳은 대전 팔경 중 하나로, 나무 장벽을 두른 듯 울창한 메타세쿼이아 숲이 절경인 곳이다. 장태산의 포토스팟인 정상과 출렁다리에서 꼭 사진을 남기고 싶었다.

▲ 장태산 메타세콰이아 숲 ⓒ 어혜란


산 초입에 들어서니 짙은 푸르름을 빼곡히 메운 메타세쿼이아 나무가 우리를 반겼다. 푸르른 숲은 바라보기만 해도 몸과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이었다.

햇볕의 따뜻한 어루만짐, 나뭇잎의 흥겨운 연주, 푸른빛이 시야를 가득 채우는 자연을 마주하니 지친 마음에 큰 위로가 됐다. 역시 자연은 존재 자체만으로도 우리에게 큰 위로와 긍정적인 에너지를 준다.

▲ 장태산 산책길 ⓒ 어혜란


장태산은 산책길이라 해도 될 만큼 길이 잘 정돈되어 있어 편안하게 산행을 즐길 수 있었다. 중간중간 가파른 언덕이 있지만 정상까지 오르는 길이 길지 않기 때문에 가성비가 무척 좋은 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적은 노력으로도 멋진 정상의 광경을 마주할 수 있으니.

▲ 장태산 정상 ⓒ 어혜란


정상에 다다르니 앞으로는 강이 흐르고 광활한 산이 둘러싸고 있는 탁 트인 광경이 시야에 들어왔다. 기대 이상으로 멋진 전경이었다.

시원한 바람이 환영하듯 우릴 반겼다. 온몸을 스치는 상쾌함이 기분 좋았다. 향긋하고 시원한 향이 코끝에 스며들었다. 산이 주는 선물, 피톤치드를 마음껏 들이켰다.

CF 흉내도 내보고... 남편을 웃게 해주고 싶었다

▲ 장태산 정상 ⓒ 어혜란


멋진 전경을 배경으로 튀김소보로를 들고 마치 cf를 찍듯 재미있는 인증샷도 찍었다. 나를 찍는 남편 얼굴에 일핏 미소가 스쳤다.

▲ 출렁다리 ⓒ 어혜란


출렁다리로 이동해 숲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걷는 특별한 경험도 했다. 이름처럼 살짝살짝 좌우로 흔들리는 다리 덕분에 생각지 못한 스릴감도 즐겼다.

높은 곳에서 바라본 메타세쿼이아 나무도 볼만했다. 초록빛 삼림욕장에 몸을 푹 담그고 나니 어느새 우리의 마음도 푸릇푸릇 청량해졌다.

▲ 장태산 메타세콰이어 길 ⓒ 어혜란


장태산 자연휴양림은 임창봉님께서 24만 평의 땅에 20만 그루의 나무를 심고 가꾼 곳이라고 한다. 이는 국내 최초의 사유림이며 대전 팔경 중 하나가 되었단다. 1994년 개장했다가 2002년 대전시에서 인수한 뒤, 현재의 모습으로 운영되고 있다.

숲속의 집이라는 숙박시설도 보유하고 있다. 예약이 힘들다고 하니 관심 있는 분들은 꼭 미리 알아보고 이용하길 당부한다.

휴양림이 위치한 장태산은 스카이웨이와 출렁다리, 숲속 어드벤처 등 즐길 거리도 다양하다. 가을 단풍 명소로도 유명하고, 사계절 모두 아름다운 곳이다. 대중교통 버스도 운행하고, 휴양림 입장료와 주차료는 모두 무료로 운영된다.

교통도 편리하고, 풍광도 무척 아름다운 곳이니 대전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꼭 일정에 넣어보길 추천한다.

▲ 챔프카페 시그니처 음료 ⓒ 어혜란


우리는 물총 칼국수로 유명한 <오씨 칼국수> 식당, 카페 <챔프>의 향긋한 커피를 끝으로 여행을 마무리 지었다. 장태산의 아름다운 자연 풍광과 맛있고 가성비 넘치는 음식이 더해져 무척 만족스럽고 즐거운 여행이 되었다.

대전은 성심당 밖에 볼 게 없지 않냐는 말이 많다. 하지만 직접 경험해 보니 재미있는 콘텐츠가 많이 생겨나고 있었고, 한밭수목원, 카이스트, 오랜드 등 볼거리도 즐길 거리도 풍성한 곳이었다. 누가 대전을 노잼도시라 했나. 꿀잼도시로 거듭나고 있는 대전에 푹 빠져버렸다.

오랜만에 도심을 떠나 자연과 호흡하며 심신을 정화하는 시간이 무척 행복했다. 익숙한 곳에서 벗어나 새로운 곳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니 긴장도 풀리고 마음도 한결 가벼워졌다.

남편의 어두웠던 얼굴도 어느새 맑게 갠 듯 은은한 미소가 번졌다. 치유와 위로가 필요한 순간 잠시 여행에 기대어 보는 건 어떨까.

마음치유의 특효약은 역시 '여행'만 한 게 없다. 바람 빠진 튜브 처럼 텅 빈 마음을 어느새 사라지고, 충만함을 가득 안고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대전은 생각보다 가까웠고 생각보다 '꿀잼 도시'였다. 아마도 조만간 또 찾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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