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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무려 20만평 야생생물 보호구역 훼손 "누가 또 이런 짓을"

충남 당진 우강면 삽교호 인근 제방 갈대숲 훼손된 채 발견... 당진시 조사 착수

등록|2024.09.20 13:19 수정|2024.09.20 15:29

▲ 지난 15일 충남 당진시 우강면 삽교호 인근 제방에서 갈대숲이 훼손된 상태로 발견됐다. ⓒ 이재환 - 독자제공


추석 명절 연휴인 지난 15일 A씨는 충남 당진시 삽교호 소들섬 인근에 나갔다가 깜짝 놀랐다. 삽교호 제방둑 아래에 넓게 펼쳐져 있던 갈대밭이 모조리 파헤쳐지고 갈대가 모두 사라졌기 때문이다.

소들섬과 그 주변은 야생생물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어서 생태적으로도 보호가 필요한 지역이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충남 당진시 우강면 삽교호 소들섬 인근의 갈대밭이 잇따라 훼손되고 있어 지역 주민 사이에서는 "이러다 야생생물 보호구역이 파괴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삽교호는 매년 겨울철이면 가창오리 군무가 장관을 이루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A씨는 20일 <오마이뉴스>에 "명절 연휴에 삽교호를 둘러 보러 나갔다. 대략 20만 평 정도의 면적의 갈대밭이 훼손돼 있어서 너무 놀랐다"며 "갈대는 두루미와 삵 등 야생생물의 은신처다. 훼손된 갈대밭 중 일부는 삽교호 야생생물 보호구역"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누가 이런 짓을 벌였는지 반드시 범인을 잡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훼손된 갈대들이 축사에서 쓰이는 마시멜로(볏짚 묶음)에 쌓여 있는 것으로 봐서는 누군가 축산용으로 쓰기 위해 갈대를 베고 훼손한 것으로 추정된다"라며 "갈대가 훼손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2년에도 비슷한 일이 있어서 경찰이 수사에 나서기도 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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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교호 지난 15일 충남 당진시 삽교호 주변 갈대숲이 훼손된 상태로 발견됐다. ⓒ 이재환 -독자제공


전문가들은 갈대밭이 생태적으로도 매우 중요하고 말한다. 소들섬 인근에 살고 있은 우강면 주민들이 야생생물 보호구역인 소들섬 갈대밭의 훼손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주용기 생태연구소장은 20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갈대는 주로 물가에 산다.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곳에서 잘 자란다. 물속에 질소나 인이 많아지면 민물에서는 녹조가 발생하고, 바닷물에서는 적조가 현상이 일어난다"면서 "갈대는 인과 질소의 영양 염류를 흡수해 수질을 개선하는 기능을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물가에 갈대와 식물이 있어야 풀씨를 먹는 작은새들이 갈대숲으로 모여 든다. 갈대는 차단막 효과가 있다. 철새들이 먹이 활동을 하고 휴식을 하기에 적당한 장소다. 갈대밭이 훼손됐다는 것은 새들의 서식 환경이 파손됐다는 뜻"이라며 "야생생물 보호구역을 떠나서라도 수변에 있는 갈대밭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당진시도 조사 나서... "일단 범인 찾아야 하는 상황"

당진시청도 갈대숲 훼손을 인지하고 조사에 나선 상태다. 당진시청 하천과 관계자는 "최근 현장에 나가서 훼손 상태를 확인했다. 일단 범인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우강면과 환경감시원들에게 조사를 요청해놨다"라고 전했다.

앞서 2022년 7월에도 같은 장소에서 갈대밭이 훼손 상태로 발견됐다. 당시 당진시청은 갈대밭 훼손에 사용된 중장비의 번호판을 확보하고, 피의자를 특정해 경찰에 고발 초지를 했다. 당시 갈대밭을 훼손한 '행위자'는 벌금형에 처해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해 당진시 관계자는 "당시 사건은 (범인이 특정되어) 대전지방검찰청 서산지청으로 송치됐다. (법원에서 온) 결정결과 통지서에 따르면, (해당 행위자는) 하천법 위반으로 구약식 처분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하천법 93조에 따르면 '정당한 사유없이 하천 시설을 이전 또는 손괴해 공공의 피해를 발생시키거나 치수에 장애를 일으킨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돼 있다.

▲ 주민들이 드론 촬영으로 확인한 갈대 훼손 지역 범위이다. ⓒ 이재환 -독자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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