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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 때리기,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도둑맞은 집중력>을 읽고

등록|2024.09.20 15:53 수정|2024.09.20 15:53
이 책은 최근 여러 도서 관련 사이트에 인기 목록으로 올라 있기도 했고, 제목부터 나를 사로잡는 느낌이 있어서 읽게 되었다. 스마트폰이 나온 이후로 나도 집중력이 떨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도둑맞은 집중력이라니, 되찾을 방법도 있는 걸까?

이 책의 저자는 디지털 디톡스를 '독하게' 하려고 핸드폰을 집에 두고 3개월이나 여행을 떠난다. 핸드폰뿐 아니라 노트북 등 인터넷이 가능한 모든 기기를 두고 시골 지역으로 떠난다. 장비가 없으니 평소처럼 숏폼 영상을 보거나 인터넷 뉴스를 볼 수 없었을 것이다.

저자는 핸드폰 대신 아침마다 신문을 읽으면서 뉴스를 파악하고 자연을 느끼면서 지낸다. 그는 떠나기 전부터 인터넷 없이 지낼 답답함에 두려움까지 느끼고 걱정했다. 그런데 여행을 하는 동안 평온함을 느꼈다고 한다.

저자는 현대인들이 모두 집중력을 잃고 있다고 지적한다. sns와 인터넷 미디어의 홍수 속에서 우리는 수많은 짧은 영상에 길들여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짧은 글조차 이제는 짧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책을, 그것도 종이책을 한 권 읽는 일이 옛날보다 멀게 느껴진다.

▲ 도둑맞은 집중력 (아이스 에디션) - 집중력 위기의 시대, 삶의 주도권을 되찾는 법 요한 하리 (지은이),김하현 (옮긴이) ⓒ 어크로스


이 책은 아주 오랜만에 종이책을 사서 읽은 책이었다. 일상에서 시간을 내서 조금씩 읽는 것이 목표였다. 하루에 많으면 한 챕터, 적게는 몇 페이지씩만 읽으며 부담 없이 읽어 나갔다. 다 읽는데 두 달 정도 걸린 것 같다.

아래는 책 속 한 구절이다. 뉴스의 소비 방식이 우리의 집중력 저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게 했다.

내가 평소에 뉴스를 소비하는 방식이 공포를 유도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와 달리 이 새로운 방식은 관점을 유도했다.

작가는 어떤 사건이 발생했을 때 sns와 인터넷 뉴스를 몇 시간씩 뒤져가며 읽는 방식이 공포를 유도했음을 깨달았다고 한다. 작가의 직업이 기자이기에 더 심했을 것이다. 그러면서 작가는 종이 신문이 '비범한 현대적 발명품이자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발명품'이라고 이야기한다.

sns에서 쇼츠 영상을 멍하니 보고 있거나 인터넷 기사를 무심코 이것저것 눌러본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 같다. 경험이 있는 정도가 아니라 매일 매시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책의 초반부를 읽으며 책의 후반부 내용이 어떻게 전개될지 더 호기심이 생겼다. 디지털 디톡스가 가능한지, 이런 내용을 통해서 이 책에서는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궁금해졌다.

한편, 책에서는 집중을 할 때 한 가지 생각만 하는 것이 정답은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사람들은 딴생각을 하는 것에 죄책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지만 오히려 딴생각은 집중을 돕고 장점이 많다는 것이다.

딴생각을 하는 것은 우리에게 정신적 공간을 마련해 주고 세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한다. 이것저것 생각하다 보면 서로 다른 개념을 연결시키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유명한 과학자들도 꼭 연구를 하거나 공부를 하는 과정이 아니라 쉬는 시간에 여러 생각을 하거나 꿈을 꾸면서 중요한 발견을 한 일화들이 전해 온다. 이런 이야기를 생각해 보아도 머릿속 생각을 통제하지 않고 여러 생각을 하는 시간이 창의성에는 도움이 되나 보다.

그리고 딴생각은 미래를 대비하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고 한다.

​딴생각을 하는 동안 우리의 정신은 "머릿속 시간 여행"을 떠나 과거를 더듬고 미래를 예측하려 한다. 정신은 눈앞의 사안만 생각해야 한다는 압박에서 자유로워지면 다음에 일어날지 모를 일들을 생각하기 시작하며, 이는 미래를 대비하는 데 도움이 된다. - 책 내용 중

산책을 하거나 기차, 버스를 타고 멍하니 딴생각을 하는 시간이 사실 우리에게 소중한 것이었다. 무언가 할 때 딴생각을 하던 내 모습이 떠오르게 하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그런 모습에 대한 죄책감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내용이었다. 진정한 집중력은 sns 등 다른 것에 정신이 팔리지 않은 채로 이것저것 곰곰이 떠올려 보는 것에서 시작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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