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제 폭력 다룬 '지옥에서 온 판사', 꼭 이 장면이 필요했나
[주장] SBS <지옥에서 온 판사>, 핏자국 가득한 1~2회... 통쾌함에 가려진 잔인함
*이 기사에는 다소 자극적인 장면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기사에는 드라마의 일부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지난 21일, SBS 금토 드라마 <지옥에서 온 판사>가 1~2회 연속 방영되었다. 최고 시청률 17%(닐슨코리아 제공)를 넘긴 <굿파트너>의 후속작으로, 방영 전부터 많은 관심이 쏠렸다.
<지옥에서 온 판사>는 '판사의 몸에 들어간 악마'가 범죄자를 직접 심판하며 시청자에게 통쾌함을 안겨주는 판타지 복수극이다. 박신혜 배우가 주인공 '강빛나'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첫 출발은 좋았다. 21일 방영된 1~2회의 최고 시청률은 9.3%(닐슨코리아 제공)였다. 요즘은 지상파 드라마 시청률이 5%를 넘기기도 힘들 때인데, 첫 방영부터 9%대의 성적을 받은 것은 그만큼 시청자의 관심이 집중되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1~2회에서는 교제 폭력(데이트 폭력)을 중점으로 다루었다. 극 중 문정준(장도하)이 연인 차민정(박정연)을 잔혹하게 폭행하고 협박하는 모습이 적나라하게 방송되었다. 하지만 문정준(장도하)은 30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은 후 출소해 다시 차민정(박정연)을 폭행했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가 폭행당하는 모습이 여과 없이 전파를 탔으며 칼, 망치 등의 흉기가 약간의 블러 처리만 된 채 그대로 노출됐다.
이후 2회에서는 강빛나(박신혜)가 피의자 문정준(장도하)에게 '역지사지'를 선보이며 통쾌한 액션으로 복수를 선사했다. 법으로 심판할 수 없는 부분을 악마 판사가 직접 심판한다는 내용이었다.
다만 이 장면 역시 상당히 잔인했다. 15세 이상 시청이라는 연령 고지가 되었지만, 청소년이 시청해도 문제가 없다고 말할 수 있을 만한 수위는 아니었다. 복수 과정에서 피의자는 피를 잔뜩 흘렸고 마지막으로 강빛나(박신혜)가 그의 복부에 칼을 찔러넣는 모습이 클로즈업되며 자극적인 장면이 주를 이었다.
누군가는 '사이다(시원하고 통쾌함을 일컫는 신조어)'라고 말할 수 있겠으나, 이는 충분히 수위 논란이 될 법할 것으로 보였다. 청소년 시청 불가도 아닌 데다가 실제 비슷한 사례를 겪은 피해자는 트라우마를 떠올릴 수 있을 만한 장면이 넘쳐났기 때문이다.
교제 폭력의 사실적인 모습을 잘 담았다고 할 수는 있다. 시청자에게 잔인한 실체를 각인시켰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청소년 시청이 가능한 드라마에서 이렇게 잔혹한 장면을 그대로 내보냈다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
<지옥에서 온 판사>는 흉기, 폭행, 핏자국 등을 거리낌 없이 보여줌으로써 그들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오히려 이러한 자극에 가려진 느낌이었다.
범죄자를 통쾌하게 처단하는 내용은 우리 사회에 사이다 같은 매력이 될 수 있겠지만, 통쾌함 뒤에 가려진 잔인한 연출은 누군가에게는 더 큰 상처로, 누군가에게는 충격으로 다가올지도 모른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 기사에는 드라마의 일부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 SBS <지옥에서 온 판사> 2회 중 한 장면. ⓒ SBS
지난 21일, SBS 금토 드라마 <지옥에서 온 판사>가 1~2회 연속 방영되었다. 최고 시청률 17%(닐슨코리아 제공)를 넘긴 <굿파트너>의 후속작으로, 방영 전부터 많은 관심이 쏠렸다.
첫 출발은 좋았다. 21일 방영된 1~2회의 최고 시청률은 9.3%(닐슨코리아 제공)였다. 요즘은 지상파 드라마 시청률이 5%를 넘기기도 힘들 때인데, 첫 방영부터 9%대의 성적을 받은 것은 그만큼 시청자의 관심이 집중되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1~2회에서는 교제 폭력(데이트 폭력)을 중점으로 다루었다. 극 중 문정준(장도하)이 연인 차민정(박정연)을 잔혹하게 폭행하고 협박하는 모습이 적나라하게 방송되었다. 하지만 문정준(장도하)은 30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은 후 출소해 다시 차민정(박정연)을 폭행했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가 폭행당하는 모습이 여과 없이 전파를 탔으며 칼, 망치 등의 흉기가 약간의 블러 처리만 된 채 그대로 노출됐다.
▲ SBS <지옥에서 온 판사> 2회 중 한 장면. 칼이 블러 처리되었다. ⓒ SBS
이후 2회에서는 강빛나(박신혜)가 피의자 문정준(장도하)에게 '역지사지'를 선보이며 통쾌한 액션으로 복수를 선사했다. 법으로 심판할 수 없는 부분을 악마 판사가 직접 심판한다는 내용이었다.
다만 이 장면 역시 상당히 잔인했다. 15세 이상 시청이라는 연령 고지가 되었지만, 청소년이 시청해도 문제가 없다고 말할 수 있을 만한 수위는 아니었다. 복수 과정에서 피의자는 피를 잔뜩 흘렸고 마지막으로 강빛나(박신혜)가 그의 복부에 칼을 찔러넣는 모습이 클로즈업되며 자극적인 장면이 주를 이었다.
누군가는 '사이다(시원하고 통쾌함을 일컫는 신조어)'라고 말할 수 있겠으나, 이는 충분히 수위 논란이 될 법할 것으로 보였다. 청소년 시청 불가도 아닌 데다가 실제 비슷한 사례를 겪은 피해자는 트라우마를 떠올릴 수 있을 만한 장면이 넘쳐났기 때문이다.
▲ SBS <지옥에서 온 판사> 1회 중 한 장면. 차민정(박정연)이 폭행당하는 모습이다. ⓒ SBS
교제 폭력의 사실적인 모습을 잘 담았다고 할 수는 있다. 시청자에게 잔인한 실체를 각인시켰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청소년 시청이 가능한 드라마에서 이렇게 잔혹한 장면을 그대로 내보냈다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
<지옥에서 온 판사>는 흉기, 폭행, 핏자국 등을 거리낌 없이 보여줌으로써 그들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오히려 이러한 자극에 가려진 느낌이었다.
범죄자를 통쾌하게 처단하는 내용은 우리 사회에 사이다 같은 매력이 될 수 있겠지만, 통쾌함 뒤에 가려진 잔인한 연출은 누군가에게는 더 큰 상처로, 누군가에게는 충격으로 다가올지도 모른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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