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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수질정화시스템 장착한 습지의 놀라운 비밀

[진단] 각종 오물 처리하는 습지 생물들... 이런 습지에 환경부가 삽질을?

등록|2024.09.22 16:45 수정|2024.09.22 18:45

▲ 21일 팔현습지에 많은 비가 내렸다. 세찬 강물이 흘러간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가을비 내리는 팔현습지금호강 팔현습지에 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내립니다. 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내리는 주말 수리부엉이 안부가 궁금해 잠시 나와봤습니다. 하식애 숲에 꽁꽁 숨었는지 녀석들은 보이지 않고 세찬 비만 내립니다. 그 풍경마저 아름답습니다. ⓒ 낙동강 수근수근TV


지난 21일 전국적으로 비가 많이 내렸다. 예기치 못한 비에 폭우 피해가 속출했다. 비가 한동안 없다가 갑자기 많은 비가 내리면 하천에서도 큰 변화가 동반된다. 비는 온 대지를 적시고 마지막으로 하천으로 흘러드니 말이다.

습지는 '자연수질 정화시스템'

그렇게 흘러들어오는 빗물 중 초기 우수는 많은 오염원을 가지고 있다. 대지나 들판, 도로의 먼지나 타이어 가루, 축산분뇨 적신 물 등 각종 오물들이 빗물에 쓸려 강으로 들어오게 되는데 초기 우수에 이들 오염원이 대부분 포함돼 있다. 이들 비점오염원도 문제지만 우오수 합류식 하수관거에 빗물과 섞여 흘러넘치는 오수 또한 하천에 큰 부하를 일으키는 오염원이다.

▲ 합류식 우오수관로에서 흘러들어온 초기 우수가 팔현습지 금호강으로 흘러들어 강물이 검은색으로 변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이처럼 하천은 인간 생활에서 나오는 각종 오염원을 받아들이는 곳으로, 이러한 오염원을 철저히 관리해주지 않으면 하천의 부영양화는 심해져 악취마저 풍기는 썩은 하천으로 전락하기 마련이다. 이들 초기 우수는 완충저류시설 같은 장치를 둬 관리하기도 하지만 모든 하천에 이런 시설을 두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렇다면 이런 완충저류시설로도 걸러지지 못하고 혹은 이런 시설조차 없는 하천의 초기 우수는 어떻게 될까? 하천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야생생물들이 이들 오염원을 처리한다면 믿을 수 있을까? 다양한 습지식물들과 하천 바닥을 기는 물고기를 비롯한 저서생물들이 하천의 청소부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습지를 기반으로 살아가기에 하천에서 습지는 대단히 중요한 기능을 한다고 할 수 있다.

"큰고랭이, 드루박이, 노랑어리연꽃, 매자기, 왕버들, 버드나무, 여뀌, 줄, 좀개구리밥, 개구리밥, 생이가래 이 좁은 지역에 10종이 넘는 이렇게 많은 식물들이 모여 사는데 이들의 특징은 대부분 유기물을 좋아하는 친구들이라는 것이다. 그런 친구들만 모였다. 바로 저 우수관로로 들어오는 유기물(오물)을 이들이 처리한다. 자연수질정화시스템이 장착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지난 18일 팔현습지에서 만난 <한국식물생태보감>의 저자 김종원 전 계명대 교수는 금호강 팔현습지로 유입되는 한 우수관로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 관로를 둘러싸고 작은 웅덩이가 만들어져 그 주변을 반원처럼 다양한 식물들이 자리잡은 것. 다양한 식물들이 우수관로로 넘어오는 유기물(오물)들을 처리한다는 것이다. 위에서 언급된 10종이 넘는 저 다양한 식물들이 유기물을 분해하고 흡수해주는 자연수질정화시스템 역할을 한다는 설명이다.

▲ 우수관로를 둘러싸고 다양한 식생이 발달해 작은 웅덩이를 이루었다. 자연정화시스템이 장착된 모습이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유기물을 좋아하는 대표적인 습지식물인 큰고랭이를 관찰하고 있는 김종원 전 교수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습지의 놀라운 기능 중 하나인 수질정화 기능이다. 습지에 사는 식물들이 인간의 오물을 처리하는 놀라운 기능을 가지는 것으로 선조들도 이미 이런 습지의 기능을 잘 알고 있어서 집집마다 하수구 부근엔 꼭 미나리꽝을 둬 집에서 나오는 오수가 미나리꽝을 거쳐서 자연정화가 돼 하천으로 흘러들어가게 해뒀다.

"이런 현장을 잘 관찰해볼 필요가 있다. 여기서 자라는 식물들은 특히 유기물을 좋아하는 종으로서 이들을 고스란히 옮겨놓으면 어지간한 오염원은 이들이 처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팔현습지와 같은 습지의 놀라운 기능이다."

김 전 교수의 설명이다. 그러면서 그는 "이름을 잘 작명해서 인식의 지평을 넓히고 사회 구석구석에 널리 보급해둘 필요가 있겠다. 그렇게 하면 하천의 오염 부하도 크게 줄이고 식물 공부도 저절로 하게 돼 좋은 학습 공간도 될 것"이라며 이 식물사회 모델을 널리 보급해 하나의 제도로까지 만들어갈 것을 주문했다.

▲ 김종원 전 교수가 유기물을 좋아하는 대표적 습지식물인 도루박이를 살펴보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잎이 맵기로 유명한 습지식물인 여뀌. 여뀌도 유기물을 좋아하는 대표적 습지식물이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가령 시골이나 소도읍의 작은 마을 등의 도랑이나 소하천 등에 이런 자연정화시스템을 구비해두면 도랑을 살리는 지름길이 되고 도랑이 살아나면 더 큰 하천이 살게 되는 식이다. 자연에서 얻는 놀라운 지혜이자 통찰이다.

인식의 지평을 조금만 더 넓혀 보면 강에 사는 수많은 생물들 또한 수질정화에 한몫한다. 잉어 같은 물고기의 행동을 유심히 관찰해보면 강바닥의 유기물을 끊임없이 흡입해 먹고 있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또 다슬기나 강조개의 행동도 관찰해보면 강바닥의 기면서 역시 바닥의 유기물을 먹어 분해시키고 있는 모습을 확인하게 된다.

▲ 열심히 바닥의 유기물을 흡입하는 잉어. 물고기들뿐 아니라 다양한 저서생물들이 바닥의 유기물을 먹어치우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즉 다양한 물고기나 저서생물들과 같은 하천에 사는 수많은 물살이들이 유기물을 분해하는 자연정화시스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는 놀라운 사실도 알게 된다. 정말 자연의 놀라운 비밀들이 아닐 수 없다. 이들이 알아서 스스로 인간이 하천으로 내다버린 오물을 말없이 묵묵히 정화해주고 있었던 것이다.

습지의 다양한 기능... 그러나 습지를 망치는 환경부

이들이 대부분 습지에서 살아간다. 작은 웅덩이같이 유속이 느린 곳에 오밀조밀 모여서 살면서 유기물을 분해하는 놀라운 기능을 선보이고 있다. 이처럼 습지는 수질정화 기능 외에도 다양한 기능을 한다.

습지는 모래 같은 토사와 물을 저장하는 기능이 있어 하천의 물이 하류로 흘러가는 속도를 늦춰 홍수 조절에 큰 기능을 발휘하는 홍수조절 기능이 있다.

또 습지는 지상 탄소의 40% 이상을 저장할 수 있으며, 대기 중 탄소 유입을 차단하여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의 양을 적절히 조절해주며, 대기 온도 및 습도 등 국지적인 기후를 조절하는 기후조절자 기능도 가지고 있다.

▲ 다양한 습지식물들이 자리잡고 있는 팔현습지 왕버들숲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다양한 습지식물이 자리잡고 자라고 있는 팔현습지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또한 단위 부피당 보유할 수 있는 물의 양이 많아 우기나 가뭄 때 필요한 '자연 댐' 역할을 하고, 건기에는 주위에 지속적으로 수분을 공급해 습도조절 기능을 하는 등 중요한 수문 및 수리학적 기능도 한다.

마지막으로 강물의 느린 유속으로 축적된 영양분, 각종 퇴적물은 미생물 활동을 촉진시켜 습지식물, 수서곤충이나 어패류에게 먹이를 제공하고 먹이사슬을 통해 포유동물 등 습지생태계의 다양한 생물들에게 중요한 서식 환경을 제공하는 서식처 역할까지 한다.

수질정화부터 온도와 습조 조절자 역할에 야생동물들의 서식처 기능까지 정말 다양한 기능을 하는 습지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고, 이 기후위기 시대에 정말 없어서는 안되는 공간이다.

그런데 이러한 중요한 습지에 '토건 삽질'이 끊이지 않는다. 그것도 환경부가 말이다.

하천 전체가 크게 보면 습지의 영역이라 하천 생태 전문가들은 하천엔 가급적 손을 대지 않는 것이 수질오염을 줄이는 지름길이라 설명한다. 치수사업을 벌인다면서 준설을 하고 제방만 쌓을 것이 아니라 저류지나 범람원 같은 홍수터를 둬 원래 하천의 공간이었던 곳을 하천으로 돌려주는 방식으로 하천을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고(습지는 늘리는 것이기에), 이미 선진사회에서는 자연기반해법(NBS)이라 해서 이런 방식의 하천 관리를 해오고 있다.

▲ 제방 확장 공사 중인 금호강 팔현습지. 이런 제방 공사를 할 것이 아니라 제방을 후퇴하거나 홍수터를 만들어주는 것이 보다 근본적인 치수사업이 된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환경부 낙동강유역환경청이 멸종위기종들의 숨은 서식처에 건설하려 하는 탐방로. 저런 탐방로가 건설되게 되면 산과 강의 생태계가 완전히 단절돼 숨은 서식처로서의 기능을 완전히 상실하게 된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그런데 우리나라 환경부는 하천에 대규모 준설을 단행하고 있고, 소위 기후대응댐이라는 철지난 댐 타령을 하고 있다. 또 이처럼 중요한 습지 안으로 '시민 이용'을 명분으로 탐방로사업마저 벌이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멸종위기종이 숨은 서식처 앞으로 보도교 탐방로 사업을 하겠다는 것이 환경부 산하 낙동강유역환경청이다.

"환경부가 아니라 국토부의 이중대라거나 국토파괴부라 불러야 마땅하다"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환경부가 거꾸로 가고 있다. 거꾸로 가는 환경부의 뱃머리 돌려야 한다. 개발이 아닌 보전이라는 환경부 본연의 가치로 말이다.
덧붙이는 글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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