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떡값' 반박 못 한 심우정, 검찰총장 자격 없다
두 번의 명절 앞두고 특활비 2500만 원 몰아 쓴 의혹, 청문회 때 구체적 해명 못 해
▲ 심우정 검찰총장 취임식심우정 검찰총장이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마친 뒤 자리로 이동하고 있다. ⓒ 이정민
지난 9월 3일 국회에서 열린 심우정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참고인으로 출석했다. 국회에는 많이 가 봤지만, 참고인으로 출석하기는 처음이었다.
필자가 참고인으로 출석 요청을 받은 것은 검찰 특수활동비 때문이었다. 필자는 요청을 받고 흔쾌히 수락했다. 검찰총장이 되면 특수활동비를 쓰게 될 심우정 후보자에게 따지고 싶은 부분도 있었고, 심 후보자가 서울동부지검장 시절 명절 떡값 등으로 특수활동비를 오·남용했다는 의혹도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 <뉴스타파>는 심우정 후보자가 2021년 추석을 앞두고 1160만 원, 2022년 설을 앞두고 1350만 원의 특수활동비를 몰아 썼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데 정청래 법사위원장이 검찰 특수활동비 관련 발언을 했다. 검찰 특수활동비를 검사들에게 '떡값으로 주고 삼겹살 사 주고'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었다.
▲ 2024년 9월 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록 일부 ⓒ 국회 법사위
한동훈보다는 얌전했던 심우정
심우정 후보자는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보다는 얌전한 편이었다. 한 전 장관은 검찰 특수활동비에 대해 '떡값'이라는 단어가 나오면, 흥분하면서 엉뚱한 얘기로 야당 국회의원을 공격하는 등 논점을 흐리려고 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심우정 후보자는 원론적인 답변 정도로 일관했다. '가슴에 손을 얹고 말하든지 아니면 침묵하라'는 정청래 위원장의 얘기에 '수년에 걸쳐서 여러 가지 제도개선을 해 왔다'는 정도로만 답변한 것이다.
그리고 드디어 김용민 의원이 필자를 호명하고 질의를 했다. 심우정 후보자가 명절을 앞두고 떡값처럼 특수활동비를 몰아 쓰고, 연말에 남은 돈을 몰아 쓴 것으로 보이는 정황에 대해 필자의 의견을 물어본 것이다.
이에 필자는 '명절을 앞두고 쓴 것은 명절 떡값을 준 것으로 보이고, 연말에 쓴 것은 남은 특활비를 몰아 쓴 것으로 추정된다'는 의견을 말했다. 그리고 이런 패턴은 심우정 후보자에게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며 대표적으로 윤석열 전 서울중앙지검장 시절에 4번의 명절을 앞두고 2억 5천만 원의 특수활동비를 떡값으로 썼다는 것을 지적했다.
▲ 2024년 9월 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록 일부 ⓒ 국회 법사위
궁금했던 것은 필자의 이런 발언에 대해 심우정 후보자가 반박을 할 수 있느냐였다. 당연히 심우정 후보자는 떡값은 아니라고 답했지만, 구체적인 반박은 하지 못했다.
발언 기회 줬는데도 반박 못 한 심우정
필자는 '기획재정부 지침에 따르면 특수활동비는 필요한 시기에 특수활동비를 실제로 수행하는 자에게 지급하도록 되어 있는데, 명절을 앞두고 갑자기 특수활동이 집중될 리가 없지 않느냐'고 추가로 따졌다. 그리고 '심우정 후보자가 서울동부지검장 시절에 2022년 1월 설 명절을 앞두고 28명에게 1350만 원을 지급했는데, 명절을 앞두고 갑자기 28명이 특수활동을 수행했을 리는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사실 여기에 대해 심우정 후보자가 반박을 할 수 있는지가 중요했다. 그런데 나중에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이 특수활동비에 대해 발언 기회를 줬는데도, 심우정 후보자는 더 이상 '명절 떡값' 부분에 대해 반박을 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사실상 시인한 것이나 마찬가지로 봐야 하지 않을까?
그 후 심우정 후보자는 윤석열 대통령에 의해 임명되어 검찰총장 자리에 올랐다. 그러나 자신의 세금오·남용에 대해 해명도 하지 못하는 사람이 검찰총장으로서 자격이 있을 리 없다. 기밀이 요구되는 특수활동에 쓰라고 배정된 국민세금을 '명절 떡값'으로 쓴 사람은 수사나 감사를 받아야 하는 대상이지, 수사와 기소를 총괄하는 검찰총장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 심우정 검찰총장 후보자가 지난 9월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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