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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이 노인을 돌보는 시대

등록|2024.09.23 09:16 수정|2024.09.23 09:16
요즘은 노인이 노인을 돌보는 경우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60대의 자식들이 80~90대 부모님을 돌보는 경우를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또 요양시설이나 집에서 어르신들을 돌보는 요양보호사의 나이대도 50~60대 이상이 많다.

하지만 어르신 돌봄은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고되고 힘이 드는 일이다. 자신 스스로도 노인의 나이대에 진입했음에도 더 고령인 가족을 돌보느라 자신의 건강을 챙기지 못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가족들은 더 이상 돌봄을 혼자 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국가의 지원을 통한 공적 돌봄 서비스가 필요한 이유이다.

공적 돌봄 서비스에서도 노인이 노인을 돌보는 노노케어가 현실화되었다. 최근 장기요양보험 서비스를 비롯한 복지 서비스에도 고령층이 취업하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통계청의 2023년 하반기 지역별 고용조사에 따르면, 작년 하반기 기준으로 50세 이상의 비거주 복지시설 운영업 종사자는 110만 2000명에 달한다. 비거주 복지시설 운영업은 재가 방문 요양보호사, 노인 데이케어 센터, 노인 복지관 직원 등이 포함된다.

한편으로 여성이 돌봄을 전담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남성들도 점차 돌봄에 많이 참여하고 있다. 요양원에서 보이는 요양보호사 중에도 남자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최근 읽은 책, <사랑인 줄 알았는데 부정맥>에는 초고령사회를 우리보다 먼저 맞은 일본의 노인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조금은 아픈 이야기일 수도 있고 일상에서 겪는 현실일 수 있는 이야기들을 위트 있게 시로 표현한 글을 모았다.

이 책에서도 노인이 노인을 서로 돌보는 상황을 엿볼 수 있었다. 기억에 남는 시를 몇 개 가져와 보았다.

손을 잡는다
옛날에는 데이트
지금은 부축 - 가나야마 미치코
자원봉사
하는 것도 받는 것도
늙은 사람 - 고다 스기오

우리나라에서도 노노케어는 점점 확산되어가고 있는 듯 하다. 다양한 돌봄 제공자를 위한 실질적, 정서적 지원책이 필요하다. 가족들이 돌봄을 위한 휴가를 쓸 수 있도록 하는 제도는 있지만 실질적으로 눈치를 보지 않고 사용할 수 있는 문화도 필요할 것이다.

한편으로 과거부터 남성은 일 중심 문화에 익숙한데, 돌봄을 맡아 힘들어하는 남성 돌봄 제공자를 위한 교육 및 정서적 지원 서비스도 유용할 것이다. 또 공적 서비스의 질 향상을 위해 보다 젊은 층이 요양보호사 등 돌봄 인력으로 유입되도록 도울 수 있는 지원책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려면 근무 환경도 개선되어야 할 것이고 그럴 수 있는 지원제도도 필요하다. 건강한 노노케어를 위한 고민이 앞으로도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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