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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정원도시 만들기

[굿모닝 퓨처] 전세계적인 정원열풍, 어떻게 해야 할까

등록|2024.09.23 10:13 수정|2024.09.29 21:55
'굿모닝퓨쳐'는 전문가들의 자발적인모임인 '지속가능한우리사회를위한온라인포럼'이 현 사회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해결 방안을 제안하기 위해 '굿모닝충청'과 '오마이뉴스'를 통해 우리사회와 대화하는 창구입니다.[편집자말]

▲ ⓒ markusspiske on Unsplash


최근 지방자치단체마다 정원 조성에 관한 관심이 뜨겁습니다. 순천만 일대를 제1호 국가 정원으로 조성하고 두 차례의 국제정원박람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전남 순천시의 성공 사례가 입소문을 타면서 여러 자치단체가 정원도시 만들기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공업 도시 이미지가 강한 울산이 순천에 이어 제2호 국가 정원을 태화강 일대에 조성했고, 제3호 국가 정원으로 지정받으려는 자치단체들의 경쟁이 치열하다고 합니다. 서울시는 얼마 전에 관내에 1000여 개의 정원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고, 경기도는 올해로 벌써 12번째 경기정원문화박람회를 개최할 예정입니다.

자치단체들이 정원 조성에 열중하는 배후에는 최근 부쩍 높아진 시민들의 정원 선호가 있습니다. 정원을 만들 자기 마당이 없는 개인들은 집안과 베란다에서, 옥상과 골목에서 화초 가꾸기에 열중하고,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시민 정원사 양성 과정에 사람들이 몰리고 있습니다. 열정을 가진 개인들은 자력으로 매력적인 민간 정원을 만들어 시민들에게 개방하고 있습니다. 도시 건물 위와 안에서 옥상 정원과 실내 정원이 만들어지고 있고, 정원용 식물 재배 및 판매, 정원 가꾸기 도구와 시설 등 정원 관련 산업 규모도 성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정원 열풍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입니다, 정원 열풍의 촉발은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정원이 감염병으로부터 안전한 휴식처로 주목받으면서였습니다.

정원이 우리에게 주는 편익은 이 외에도 많습니다. 정원은 가꾸고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정서적 안정과 휴식을 줄 뿐만 아니라, 지구 온난화와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좋은 수단이기도 합니다. 정원에서 자라는 식물들은 탄소와 미세먼지를 흡수하고 주변 온도를 낮추는 역할을 합니다.

도시 속 정원은 꿀벌 등 다양한 동식물들의 서식처 역할을 하면서 생물 다양성 보전에 이바지합니다. 정원을 텃밭처럼 활용하면, 정원에서 신선하고 건강한 농작물을 직접 재배해 먹을 수 있습니다. 패스트푸드 가공식품이나 정크푸드가 만연하는 상황에서 직접 땀 흘려 심고 가꾸고 수확한 농작물은 텃밭 참여자의 건강뿐 아니라, 지구 환경에도 기여합니다.

이웃들이 모여 함께 가꾸는 공동체(커뮤니티) 정원은 동네 사람들의 유대감과 지역사회 소속감을 높여줍니다. 정원 활동이 정서적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는 아동, 청소년에게, 그리고 장애인과 노인들에게 심리적, 육체적 치유 효과가 높다고 알려지면서, 정원의 치유 기능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순천 사례처럼 좋은 정원을 보러오는 관광객이 늘어나고 지역홍보 효과가 발생하는 것 역시 정원이 주는 편익 중 하나입니다.

이처럼 많은 편익을 제공하는 정원에 대한 최근의 관심은 반가운 현상입니다. 정원에 관한 관심이 높아진 지금이 정부의 올바른 정책적 대응과 지원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정원 정책에서 특히 강조하고 싶은 점은 정원의 접근성과 다양성, 지속가능성입니다.

대규모 면적의 국가 정원 조성도 좋지만, 작더라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가까운 동네 정원들이 주민들에게는 더 유용할 수 있습니다. 정원의 유형과 디자인도 획일적이기보다 텃밭 정원, 치유 정원, 교육 정원, 공동체 정원 등 주민들의 필요에 맞춰 기능별로 다양하게 만들어지면 더 좋겠습니다.

공공용지가 부족한 우리 도시에서 신규 정원 조성도 쉽지 않지만, 더 어려운 과제는 한번 조성한 정원을 지속가능하게 잘 관리하는 일입니다. 화초와 수목이 있는 정원은 다른 공공시설에 비해 훨씬 더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고 관리 비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관리되지 않는 정원은 주민들이 이용하지 않게 되고 잡초가 우거진 채 방치될 가능성이 큽니다.

실제로 상당한 예산을 투입하여 조성된 공공 정원들이 방치된 채 쓰레기장이 돼 버린 사례도 있었습니다. 따라서 어떻게 새로운 정원을 조성할 것인지 뿐만 아니라, 조성된 정원을 앞으로 누가 어떻게 잘 관리할 것인지를 함께 고려한 정원 정책이 필요합니다.

지역주민들과 시민사회가 정원 조성뿐 아니라 유지 관리에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여건을 제도적으로 만들어준다면, 공공의 정원 관리 부담도 줄어들고 시민참여 의식도 높아질 것입니다. 더 많은 시민이 쉽고 편하게 이용할 뿐 아니라 유지 관리에도 적극 참여하는 다양한 유형의 정원들이 많이 늘어나 우리의 일상이 더 자연과 가까워지고, 지구 온난화 문제 해결에도 작은 도움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 강현수씨는 중부대학교 교수(전 국토연구원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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