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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불기소 권고' 수심위 명단 공개 요청하자 황당 답변

[그 정보가 알고 싶다] 대검찰청의 비공개 결정, 투명성-공정성에 심각한 의문 들어

등록|2024.09.24 12:03 수정|2024.09.24 12:03

▲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의 모습. ⓒ 연합뉴스


정보공개센터가 신청한 검찰수사심의위원회(아래 수심위) 구성 명단 정보공개청구에 대해 대검찰청이 '비공개' 결정을 내렸다. 최근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 사건에 대한 수심위의 '불기소' 권고로 인해 제도의 투명성과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가운데, 정보공개청구마저 거부된 것이다.

수심위, 검찰 견제 위해 만들어졌지만 '깜깜이 운영'

수심위는 2018년부터 검찰 수사와 기소 전 과정에서 각 분야의 외부 전문가에게 심의를 받도록 하여, 검찰권 행사에 대한 외부 통제를 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운영되어 왔다. 수심위는 검찰총장이 위촉한 150명 이상 300명 이하의 위원으로 구성되며,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는 사건에 대해 '수사 계속' 여부나 공소제기 또는 불기소 처분 여부 등을 심의한다.

이러한 수심위가 최근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난해 11월, 최재영 목사가 <서울의 소리>를 통해 김건희 여사에게 디올 가방, 샤넬 화장품 등을 건넸다고 폭로하면서 청탁금지법 위반, 뇌물수수, 직권남용, 알선수재 등 다양한 의혹을 불러일으켰다.

서울중앙지검은 올해 5월 전담 수사팀을 구성하여 약 4개월간 수사한 끝에 무혐의 의견을 냈고, 이원석 검찰총장은 공정성 확보를 내세워 수심위를 직권으로 소집했다. 9월 6일 진행된 수심위는 김여사의 모든 혐의에 대해 불기소 처분 의견으로 의결했지만, 검찰은 몇 명의 위원이 불기소 의견을 표명했는지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 대검찰청이 답변한 수심위 명단 정보비공개 결정통지서 ⓒ 정보공개센터


이에 정보공개센터는 검찰 수심위 위원 구성의 적절성을 확인하기 위해 지난 9일 2024년 검찰수심위 구성 명단 정보공개청구를 신청했다. 하지만 대검찰청은 지난 19일 위원 구성 명단을 '개인사생활 침해'를 이유로 비공개 결정을 내렸다. 대검찰청은 "심의가 비공개로 이루어지고 위원 명단이 공개될 경우 개인의 사생활의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을 뿐만 아니라 향후 사건 심의에도 지장을 줄 우려가 있어 공개하기 어렵다"라고 비공개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이러한 비공개 결정은 정보공개법을 정면으로 위반한다. 정보공개법에 따르면, 공공기관 업무의 일부를 위탁 또는 위촉한 개인의 성명과 직업은 비공개 정보로 규정하는 개인정보 또는 개인 사생활 침해 정보에 해당하지 않는다. 따라서 수심위 위원들의 명단은 마땅히 공개되어야 할 정보다.

'비공개' 고수하는 수심위 운영지침, 국민 불신 키워

이에 더해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운영지침의 여러 조항들은 수심위의 투명성과 공정성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게 만든다. 먼저 운영지침에선 수심위 위원명부의 비공개를 명시한다. 운영지침 제4조 제8항에서는 "위원명부를 작성·관리하며 외부에 공개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한다.

이는 수심위 위원들의 신원을 철저히 비밀에 부치겠다는 의미로, 위원들의 전문성이나 독립성을 저해하는 요인이 된다. 특히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 사건과 같이 사회적 관심이 높은 사안에서 이러한 비공개 원칙은 위원들의 이해충돌 여부를 외부에서 검증할 수 있는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한다.

또한 심의의 실질적인 기능을 하는 현안위원회나 수사점검위원회의 심의의견 등은 '심의의견의 공개여부, 공개시기, 공개방법, 신청인에게 심의결과 통지여부, 통지내용 등을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운영지침 제18조 및 제28조) 사실상 수심위에 무제한적인 재량권을 부여하는 것으로, 심의 과정과 결과에 대한 투명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즉, 수심위가 원하지 않으면 어떠한 정보도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주목해야 할 점은, 이러한 운영지침상의 비공개 원칙이 법적으로 유효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운영지침상 비공개된 정보라도, 정보공개법에 따라 청구 신청이 들어올 경우 해당 기관은 공개 여부를 다시 판단해야 한다. 즉, 운영지침에서 비공개를 규정하고 있다고 해서 자동으로 모든 정보가 비공개되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다. 법적 근거가 미약한 비공개 원칙을 고수함으로써 수심위는 오히려 검찰 수사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키우는 역효과를 낳고 있다.

결국 검찰의 위법적인 지침과 관행으로 인해, 이번 김건희 여사에 대한 수심위의 결정은 국민적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60%[1]가 이번 수심위 결정을 '잘못한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이는 수심위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크게 훼손되었음을 보여준다.

수심위의 국민적 신뢰 저하 문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0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사건에서도 수심위는 수사중단 및 불기소 의견을 내려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이러한 논란들은 검찰 수사의 객관성과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운영되어야 하는 수심위가 불투명한 운영으로 인해 오히려 핵심 권력층에 대한 면죄부를 준다는 의혹을 증폭시켜, 결국 검찰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저하시킨다.

▲ 윤석열 대통령의 체코 방문에 동행했던 김건희 여사가 지난 22일 성남 서울공항으로 귀국하고 있다. ⓒ 연합뉴스


수심위 투명성 확보, 검찰 신뢰 회복의 열쇠

최근 경찰수사심의위원회 명단 공개에 대한 법원의 판결은 이러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한다. 2023년 8월 서울행정법원은 경찰 수사심의위원회 명단 등을 공개하라는 판결을 내렸고, 항소심 역시 같은 취지로 판단했다.

또한, 사면심사위원회 구성 명단에 관한 대법원 판결에선 "위원들에 관한 신상정보를 일절 공개하지 않아 국민적 관심이 큰 특별사면 등에 대한 심사 과정이 밀실에서 은밀하게 이루어짐에 따라 위원들로 하여금 심의 결과에 대하여 아무런 책임과 부담을 느끼지 않게 함으로써 해결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판시된 바 있다.

이같은 판결들은 위원 명단 공개가 위원들의 책임감을 높이고 심의 과정의 투명성과 신뢰를 확보하는데 크게 기여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검찰 수심위의 운영 방식 개선, 특히 위원 명단 공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이를 통해 수심위가 본래 취지대로 검찰 수사의 공정성을 제고하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궁극적으로 검찰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1] 위 기사에 인용된 리얼미터 여론조사는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9월 10일 전국 성인 남녀 501명을 대상으로 조사(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4.4%포인트)한 것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시면 됩니다.

이 기사는 정보공개센터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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