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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 행복하라고? 지금 당장 행복하고 싶어요"

[현장] 다큐 영화 <괜찮아, 앨리스> 관객이 여는 첫 시사회

등록|2024.09.25 11:29 수정|2024.09.25 11:29

▲ 다큐멘터리 영화 <괜찮아, 앨리스>의 '관객이 여는 첫 시사회'가 9월 21일 오후 3시 서울 CGV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에서 열렸다. 시사회가 끝난 뒤 관객들은 <괜찮아, 앨리스> 영화 관계자들과 1시간 가량 대화하는 GV(Guest Visit) 시간을 가졌다. ⓒ 이눅희 사진작가


다큐영화 <괜찮아, 앨리스> 시사회 "미안하고 울컥했다. 제목부터 위안을 준 영화" ⓒ 최주혜


"중학생이면 예비 고등학생이라고 하고, 고등학생이면 예비 대학생 취급을 해요. 현재 중학생으로서, 고등학생으로서의 삶을 말해주지 않는 거죠. 다 무언가를 준비하기 위한 삶이라고 하죠. 그런데 왜 우리가 그렇게 해야 하죠? 사회에서는 (우리들에게) 미래에 행복하라고 해요. 우리는 지금 행복할 수도 있는데. 지금 행복할 수 있는 자유를 빼앗아 가는 거죠. 그래서 전 이곳(꿈틀리인생학교)에 오고 싶었어요. 지금 당장 행복하고 싶어서."|영원(박선하, 꿈틀리인생학교 8기)

이러한 교육 현실에 대해 '이게 옳은가, 언제까지 이래야 하는가'라는 문제제기를 던지며 새로운 실험에 나섰던 '꿈틀리인생학교'. 2016년에 문을 연 이 학교는 '행복지수 1위 국가'인 덴마크의 '에프터스콜레(Efterskole)'를 모티브로 삼은 대안학교다. 잠시 멈춰서서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길을 탐색해보는 시간을 제도적으로 보장해주는 에프터스콜레는 '인생학교', '인생설계학교'라고 불린다. 덴마크 청소년들의 20%가량이 이곳을 거친다.

한국 청소년들과 그들의 부모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괜찮아, 앨리스>의 '관객이 여는 첫 시사회'가 지난 21일 오후 3시 서울 CGV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에서 열렸다. 120여 명의 관객들이 상영관을 가득 채웠다. 청소년부터 나이 지긋한 어른들까지, 울산과 순천 등 전국각지에서 모였다. 이들 가운데에는 <괜찮아, 앨리스> '100개의 극장 상영' 시민추진단에 참여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덴마크 관객과 한국 관객을 뭉클하게 만든 영화

▲ 중학생 때 성적이 좋았지만 어느 순간 평가를 받는 데 대한 강박적 불안감이 찾아온 '여름(이주연)', 여러가지 스트레스로 섭식 장애를 겪었던 '늘봄(김민지)'. '꿈틀리인생학교'를 소개해주는 두 학생은 활기차고 발랄했다. 다큐 영화 <괜찮아, 앨리스>의 한 장면. ⓒ 괜찮아앨리스

▲ 나쵸(성의준) 아빠 성종호씨는 '아들에게 쓴 편지'를 읽으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다큐 영화 <괜찮아, 앨리스>의 한 장면. ⓒ 괜찮아앨리스


중학생 때 성적이 좋았지만 어느 순간 평가를 받는 데 대한 강박적 불안감이 찾아온 '여름(이주연)', 여러가지 스트레스로 섭식 장애를 겪었던 '늘봄(김민지)'. '꿈틀리인생학교'를 소개해주는 두 학생은 활기차고 발랄했다. 때로는 노래방으로 변하는 강당, 서로 돌아가면서 자신의 속내를 이야기하는 '스토리텔링' 시간, 학생들이 단체로 '협업'하는 모내기 노작활동은 있지만, 정규 교육과정의 '교과공부'는 없는 학교다.

"마음이 오랫동안 아팠던" 황하름(거창연극고 재학)은 "꿈틀리인생학교를 다니면서 어떤 삶을 살아야겠다는 윤곽이 뚜렷해졌다. 하루에 5분이라도 행복한 삶을 살아야지, 가치있는 삶을 살아야지, 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한다. "(우리 교육 시스템에서) 다양성은 대학교와 학과의 종류를 선택하는 것뿐"(조윤아, 일반계고 재학)인데, "쉼없이 달려오는 대한민국 교육에서 나를 돌아보고, 내가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찾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김산, 대안학교 민들레 재학)고 꿈틀리인생학교 졸업생들은 회고한다.

"(아들이 태어난) 5월은 엄마 아빠에게 벅차고 감사한 달이었는데, 언제부턴가 그 행복과 감사한 마음을 잊고 살았던 것 같아. 바보같이 지난날을 뒤돌아보면서 아빠의 감정적인 행동이 얼마나 너를 힘들게 했는지 알게 됐다"면서 눈시울을 붉히며 읽어내려간 나쵸(성의준) 아빠 성종호씨의 '아들에게 쓴 편지'에 아들은 고개를 파묻었다. "아빠가 많이 사랑한다"면서 아들의 어깨를 두드려주는 장면에서는 관객들도 함께 눈시울을 붉혔다.

한국에서 관객이 여는 첫 시사회가 열리기 2주일 전쯤인 지난 6일 오후,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에 있는 극장 <씨네마테켓>에서 초청 시사회가 열렸다. 130석의 좌석을 꽉 채운 이날 시사회에서 덴마크 관객들은 "5번이나 울었다", "여러 장면에서 가슴이 뭉클했다", "청소년들의 생명을 구하는 영화다"라는 소감을 전했다. 덴마크 관객과 한국 관객이 공간과 시간은 달랐지만, <괜찮아, 앨리스>가 건넨 가슴 뭉클한 이야기에 공감대를 형성한 것이다. ( 관련기사|"5번이나 울었다... 학생들의 생명을 구하는 영화" https://omn.kr/2a74t)

"<괜찮아, 앨리스> 숨쉬게 하는 건 관객의 몫"

▲ 한국 청소년들과 부모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괜찮아, 앨리스>의 '관객이 여는 첫 시사회'가 9월 21일 오후 3시 서울 CGV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에서 열렸다. ⓒ 이눅희 사진작가


▲ 다큐멘터리 영화 <괜찮아, 앨리스>의 '관객이 여는 첫 시사회'가 9월 21일 오후 3시 서울 CGV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에서 열렸다. 시사회가 끝난 뒤 관객들은 <괜찮아, 앨리스> 영화 관계자들과 1시간 가량 대화하는 GV(Guest Visit) 시간을 가졌다. ⓒ 이눅희 사진작가


82분 동안 영화에 몰입했던 관객들은 <괜찮아, 앨리스> 영화 관계자들과 1시간 가량 대화하는 GV(Guest Visit) 시간을 가졌다. 관객들의 대다수가 자리를 뜨지 않고 참여했다. 양지혜 감독, 제작자 겸 배우인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 영화 배급사인 <미디어나무> 김성환 대표가 단상 위에 올랐다. '관객과의 대화' 사회는 '100개의 극장 상영 시민추진단'에서 활동하는 송경애, 정옥희씨가 맡았다.

"원래 다큐는 내 취향이 아닌데, 영화를 보는 내내 학생들의 입장에서 보다보니 내 모습에 대한 위로가 돼서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다. 사실 연예인만 멋있고 아름다운 줄 알았는데, 평범한 우리(아이)들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이 영화는 감독과 제작자가 만들었지만, 이 영화가 살아서 계속 숨쉴 수 있도록 만드는 건 우리들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한 관객의 소감에 이어 중·고교 교사였다가 올해 퇴직했다는 김선희씨는 교육자로서, 꿈틀리인생학교 학부모로서 우리나라 교육 현실과 영화가 준 메시지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고등학교 1학년은 초등학교 1학년처럼 파릇파릇하고 밝고 힘차다. 중학교에서 고등학교 교사로 가서 뭔가 잘해봐야지 하는 기대감을 갖고 있었는데... 첫번째 지필고사가 끝나고 아이들의 절반 이상이 학습 의욕을 잃었다. 1학기가 지나니까 70%가량이 수업시간에 엎드려 있었다. 너무 힘들고 고통스러웠다. 아이들을 이렇게 무기력한 시민으로 길들여가고 있다는 생각에 두려움이 엄습했고, 내 아들도 그런 학교에 다니고 있다는 게 많이 힘들었다.

(꿈틀리인생학교 학부모로서 이 영화를 보니) 그 시간들이 하나하나 살아 움직여서 너무 행복했다. 교실에서 엎드려 있던 아이들도 아름다운 시인이고, 예술가인데... 우리가 이렇게 희망을 길어올리고 키워가는 일을 함께 하고 있다는 행복감이 들었다. 나 또한 교사가 아닌 다른 목소리를 내며 살기 위해서 퇴직을 했다. 앞으로의 진로를 고민하고 있는데, (이 영화를 널리 퍼뜨리는) 귀한 일에 참여할 수 있게 돼서 기쁘다."

'예비교사' 고3 "<괜찮아, 앨리스> 제목이 위안을 준다"

▲ 다큐멘터리 영화 <괜찮아, 앨리스>의 '관객이 여는 첫 시사회'가 9월 21일 오후 3시 서울 CGV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에서 열렸다. 시사회가 끝난 뒤 관객들은 <괜찮아, 앨리스> 영화 관계자들과 1시간 가량 대화하는 GV(Guest Visit) 시간을 가졌다. '관객과의 대화' 사회는 '100개의 극장 상영 시민추진단'에서 활동하는 송경애(오른쪽), 정옥희(왼쪽)씨가 맡았다. ⓒ 이눅희 사진작가


▲ 다큐멘터리 영화 <괜찮아, 앨리스>의 '관객이 여는 첫 시사회'가 9월 21일 오후 3시 서울 CGV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에서 열렸다. 시사회가 끝난 뒤 관객들은 <괜찮아, 앨리스> 영화 관계자들과 1시간 가량 대화하는 GV(Guest Visit) 시간을 가졌다. ⓒ 이눅희 사진작가


교육 문제를 다루는 다큐 영화를 먼저 제안하고, 아이들과 학부모들의 이야기와 감정선을 세심하게 담아낸 양지혜 감독은 "영화 관람이 끝나고도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이 자리를 가득 채워주신 여러분을 보니 감동이었고, 행복하다"며 말문을 열었다.

"(시사회에 참석한 관객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영화가 가지고 있는 힘이 이런 거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그 느낌이 저에게 감동을 줬다. '이 영화 하나로 사람들의 생각이 바뀔 수 있을까', '이 영화를 안 좋아하실 수도 있겠다'라는 걱정과 불안도 있었다. 그런데 시사회를 보고 나서 '남편과 함께 봐야겠다', '공동체 사람들과 함께 봐야겠다'면서 손을 내밀어주시는 걸 보고 영화의 힘이 이런 거라는 걸 참 많이 느끼고 있다.

(영화 말미에) 꿈틀리인생학교 한 선생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 '한 명 한 명 (아이들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면 참 좋거든요. 기쁘고. 그런 것들이 많이 쌓여 나간다면 사회는 자연스럽게 변화하겠죠'. (감독인 저도) 딱 그 마음이다. 제가 영화에 담고 싶었던 것 이상으로 느끼고 생각하고 같이 하고 싶다는 말씀을 들으니, 내가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날 시사회에는 고교생들도 단체 관람을 왔다. "교사가 꿈"이라는, 고려대학교 사대 부속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김예찬 학생은 "교육에 관심이 많고, 우리나라 교육과정에 대한 문제점이 무엇인지 배울 수 있을 것 같아서 이 영화를 보고 싶었다"며 예비교사로서의 소감을 밝혔다.

"처음에 궁금했던 건 왜 영화 제목이 <괜찮아, 앨리스>일까, 라는 거였다. 그런데 끝날 때쯤 영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말을 들었는데, 그게 우리 학생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메시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교사가 되고 싶은데 내가 걸어가는 길이 교사를 위한 길이 맞나, 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이 영화를 보고나니, '다른 길로 가도 괜찮구나', '잘 못해도 괜찮구나', '쉬어가도 괜찮구나' 라는 게 크게 와닿았다. 많은 걸 함축하고 있는 제목만으로도 나에게 큰 위안을 주었다."

"어느 길로 가야 하는지 가르쳐 줄래? 그건 네가 어디로 가고 싶은가에 달렸지. 어디든 상관 없어. 그러면 어느 길로 가도 상관 없지. 넌 어디든 도착하게 돼 있어. 충분히 걷다 보면 말이야."|영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중에서

초등 5학년 딸 워킹맘 "남편이랑 꼭 같이 보겠다"

▲ 다큐멘터리 영화 <괜찮아, 앨리스>의 '관객이 여는 첫 시사회'가 9월 21일 오후 3시 서울 CGV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에서 열렸다. 시사회가 끝난 뒤 관객들은 <괜찮아, 앨리스> 영화 관계자들과 1시간 가량 대화하는 GV(Guest Visit) 시간을 가졌다. ⓒ 이눅희 사진작가


▲ 다큐멘터리 영화 <괜찮아, 앨리스>의 '관객이 여는 첫 시사회'가 9월 21일 오후 3시 서울 CGV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에서 열렸다. 시사회가 끝난 뒤 관객들은 <괜찮아, 앨리스> 영화 관계자들과 1시간 가량 대화하는 GV(Guest Visit) 시간을 가졌다. ⓒ 이눅희 사진작가


초등학교 5학년인 딸을 키우고 있는 '워킹맘'인 학부모 관객은 현실적인 고충을 토로하면서 영화 관계자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딸이 이제 초등학교 5학년인데도 어제는 저녁도 못 먹고 영어학원 끝나고 저녁 8시30분에 귀가했다. 학원에서는 중학교에 가면 더더욱 공부할 시간이 없어진다며 지금이 (공부하기) 적기라고 얘기한다. (아이를 학원에 늦게까지 보내고 싶지 않지만) 워킹맘 입장에서는 학원에라도 보내지 않으면 케어할 수가 않는다. 이 영화를 보면서 다음에는 남편이랑 같이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고 싶은 질문은 두 가지다. 만약에 저처럼 고민하는 학부모들이 이 영화를 같이 보고 싶을 때 어떤 방법으로 같이 볼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알고 싶다. 그리고 (영화에) 꿈틀리인생학교 운영 얘기도 나오던데, 제 딸이 나중에 1년 동안 탐색할 수 있는 시간을 갖길 원할 때도 이 공간(꿈틀리인생학교)이 있을까, 지금 학교 상황이 어떤지 궁금하다."

영화 제작자이자 꿈틀리인생학교 이사장인 오연호 대표가 답변했다. <괜찮아, 앨리스>는 11월 13일에 공식적으로 극장 개봉을 하는데, 10월 중에도 이런 식의 시사회가 몇 번 더 열릴 것이다. 그리고 '100개의 극장 상영' 프로젝트가 진행 중인데, 현재 참여 의사를 밝힌 게 70군데 정도 된다는 것이다.

"우리가 이 영화를 만들면서 (관객들에게) 드리는 말씀은, 그러니까 '자녀를 꿈틀리인생학교에 보내라, 중학교 졸업하고 1년 동안 쉬게 하라'는 얘기가 아니다. '학원을 보내야 할까, 말아야 할까'라는 얘기도 아니다. 아이들이 어떤 선택을 하든 간에 자기주도적인 삶을 살 수 있는가,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면서 살 수 있는가, 다른 사람들과 협력하면서 살 수 있는가, 인생은 참 살만하구나 라는 생각이 드는가. 이 네 가지가 중요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영화에서도 잠시 암시를 했지만, 꿈틀리인생학교도 '한 번 쉬었다 가보자'고 해서 1년 과정은 쉬고 있고, 3박4일, 일주일 등 단기 과정으로 운영하고 있다. 다행히 지난해 충청북도교육청에서 처음으로 꿈틀리인생학교를 따라서 공립인 '목도나루학교'를 만들어서 운영하고 있다. 이런 모델이 전국의 교육청으로 확산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학보모님 자녀가 중3쯤 될 때는 이렇게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학교들이 곳곳에 생겼으면 좋겠다. 이 영화를 많은 사람들이 보고 그런 흐름에 동참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괜찮아, 앨리스> '100개의 극장 상영' 프로젝트

▲ 다큐멘터리 영화 <괜찮아, 앨리스>의 '관객이 여는 첫 시사회'가 9월 21일 오후 3시 서울 CGV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에서 열렸다. 시사회가 끝난 뒤 관객들은 <괜찮아, 앨리스> 영화 관계자들과 1시간 가량 대화하는 GV(Guest Visit) 시간을 가졌다. 제작자 겸 배우인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맨 오른쪽)가 답변하고 있다. ⓒ 이눅희 사진작가


▲ 다큐멘터리 영화 <괜찮아, 앨리스>의 '관객이 여는 첫 시사회'가 9월 21일 오후 3시 서울 CGV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에서 열렸다. 시사회가 끝난 뒤 관객들은 <괜찮아, 앨리스> 영화 관계자들과 1시간 가량 대화하는 GV(Guest Visit) 시간을 가졌다. 왼쪽부터 100개의 극장 상영 시민추진단 정옥희씨, 영화 배급사인 <미디어나무> 김성환 대표, 양지혜 감독, 제작자 겸 배우인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 시민추진단 송경애씨. ⓒ 이눅희 사진작가


<괜찮아, 앨리스> '100개의 극장 상영' 프로젝트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자신의 동네에서 작은 영화제를 여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관객들이 스스로 프로그래머가 돼서 영화 상영의 주체가 되는 것이다. 이런 방식은 미디어나무 김성환 대표가 환경 다큐멘터리 영화 <수라>(2023)에서 처음 시도했고, 6만명이 넘는 관객의 호응을 받았다. 김성환 대표는 이렇게 설명한다.

"관객이 소비자로 머물 것이냐, 아니면 영화 생태계의 한 주축이 될 것이냐는 문제다. 지금까지 관객은 산업구조 측면에서 보자면, 그냥 소비자로만 존재했던 것 같다. 내가 관심이 있거나 보고 싶은 영화가 있어도 (영화 배급망 때문에 상영관이 적어) 쉽게 보기 힘들었다. 그래서 한국 영화가 발전했을까? 넷플릭스처럼 OTT 컨텐츠만 발전하고 있다. 결국 관객이 수동적인 선택만 할 수 있게끔 만들었던 구조에서 생긴 문제가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관객들이 (영화 생태계의) 주체가 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그러다가 생산자인 농민과 소비자를 직접 연결해주는 소비자생활협동조합 '한살림'을 떠올렸다. 그런 소비자 운동이 꼭 농산물에만 국한되는 건 아닐테니까. 나의 삶에 필요한 영화, 나한테는 소중한 영화를 관객인 내가 주체가 되어 나서서 상영하고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게 하려고 했던 게 '100개의 극장 상영' 프로젝트다. 마음 같아서는 1000개의 극장에서 상영하고 싶지만."

<괜찮아, 앨리스>는 양지혜 감독이 말한 '영화의 힘'과 김성환 대표가 말한 '관객의 힘', 오연호 대표가 말한 '자기주도적인 삶'이 씨줄날줄로 엮여서 새로운 실험에 도전하고 있다. 11월 13일 개봉 예정인 <괜찮아, 앨리스>는 100개의 극장에서 영화를 개봉할 100명의 시민추진단을 모집하고 있다.

▲ 다큐멘터리 영화 <괜찮아, 앨리스>의 '관객이 여는 시사회'가 10월 3일(부산), 6일(서울·예정), 9일(서울), 10일(서울)에서 열린다. 티켓 예매 및 자세한 내용은 <오마이씨네> 홈페이지(www. ohmycine.com)에 들어가면 볼 수 있다. ⓒ 오마이뉴스


한편, 정식 극장 개봉에 앞서 10월에도 '관객이 여는 시사회'가 서울과 부산에서 열린다. 날짜와 시간·장소·입장료, 관객들과의 대화 초대 손님은 다음과 같다.

10월 3일(목·개천절) 오후 4시 / 부산 CGV 대연1관 / 1만 2000원 / 초대 손님 : 양지혜 감독, 오연호 <오마이뉴스>대표(<괜찮아, 앨리스> 제작자), 진행 : 관객추진단.

10월 6일(일·예정) 오후 5시 / 서울 합정 롯데시네마 / 1만 5000원 / 초대 손님 : 송경용 성공회 신부(생명안전시민넷 공동대표), 양지혜 감독, 오연호 대표, 박태웅 한빛미디어 이사회 의장, 레오다브(최성욱) 그래피티 작가, 나희덕 시인, 이수호 전태일재단 이사장, 박래군 416재단 운영위원장, 김내현 록큰롤라디오 리드보컬 등

10월 9일(수·한글날) 오후 3시30분 / 서울 CGV 신촌 아트레온 5관 / 1만 5000원 / 초대 손님 : 김현수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성장학교 '별' 교장), 양지혜 감독, 오연호 대표, 사회 : 김지연 뜻밖의상담소 공동대표

10월 10일(목) 오후 7시30분 / 서울 CGV 방학2관 / 1만원 / 초대 손님 : 양지혜 감독, 오연호 대표, 진행 : 도봉 시사회 준비팀, 공동주최 : 노원도봉교육희망네트워크, 오늘공동체, 참교육학부모회 동북부지회, (사)마을함께뜰

'100개의 극장' 시민추진단에 동참하길 희망하거나, 정식 개봉 전에 열리는 시사회의 영화 관람을 원하는 사람은 <오마이씨네> 홈페이지(www. ohmycine.com)에 접속하면 자세한 내용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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