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교육 예산 삭감, 아이들의 미래 포기할 셈인가
[주장] 문제적 2025년 문화예술교육 정부예산안... 교육 근간 뿌리째 흔들릴 것
▲ 학교예술교육사망선고25년 예산발표 후 노조와 예술강사들이 9월 11일 집회를 열었다 ⓒ 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2006년부터 현재까지 국악분야 학교예술강사로 활동하면서 큰 보람과 긍지를 갖고 생계유지를 하고 있는 필자는 매년 10개월 단위로 계약하면서 다른 직종에 비해 불안한 고용형태지만 예술가로 예술 활동을 하며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을 만나는 설렘과 기대로 근무하고 있다.
20년 가까이 직장에 근무하면 연금, 노년에 대한 처우개선이 달라지지만 2000년부터 시작한 학교예술강사의 강사비는 시간당 4만3000원의 강사비와 식사비 8만 원이 전부다.
지금은 생계뿐 아니라 존폐의 위기에 있는 2025년 예산 발표에 내 귀를 의심하게 했다. 정부는 학교예술강사지원사업 2024년 예산을 전년 대비 50% 삭감한 데 이어, 2025년에는 72% 삭감한 정부예산안을 제출했다. 2년 동안 547억에서 80억으로 86% 삭감한 것이다. 80억 예산에는 예술강사의 3개 사회보험료와 사업운영비만 편성됐고, 예술교육을 위한 강사료는 전액 삭감됐다.
문체부는 학교 관련 예산을 지방교육재정으로 단계적 이관을 계획하면서 예산을 삭감했다고 한다. 이 사업 예산은 국고, 지방교육재정, 지방비로 구성돼 있으나 삭감된 문체부 예산을 지방교육재정과 지방비로 충당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실무를 담당하는 각 지역의 운영기관의 공모가 8~9월에 이루어지는데 지금까지도 감감무소식인 것으로 보아 현재 17개의 운영기관도 대폭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공교육에서 우리 아이들이 함양할 중요한 배움의 기회를 정부가 포기하겠다는 선전포고나 다름없다.
▲ 25년 예산복원을 위한 예술강사들의 외침25년 예산복원을 위한 예술강사들이 집회 후 단체사진을 찍었다. ⓒ 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학교예술강사지원사업은 25년째 지속되고 있는 한국의 대표적인 문화예술교육 정책사업이다.
문화예술교육이란 단순한 수업이 아니다. 그것은 아이들에게 문화적 감수성을 키워주고, 인성, 창의력을 기르며, 서로 다른 의견을 존중하고 더불어 사는 법을 배우게 한다. 최근 딥페이크 사건들을 보면서, 기술의 발전만이 아니라 인간다움에 대한 교육이 얼마나 절실한지 다시 한번 느꼈다. 인공지능이 지배하는 시대일수록 더욱 인간다워져야 한다. 그리고 그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문화예술교육이다.
얼마 전 예결위에 나온 문체부 장관의 발언을 들으며 마음이 참 무거웠다. "예술강사 관리가 제대로 안 됐다"는 말에 절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20년 넘게 전국 곳곳에서 수천 명의 예술강사들이 우리의 아이들과 마주하며 쌓아온 것은 무엇이었을까?
2023년 문화예술교육 실태조사에서 92.5%라는 높은 만족도가 나온 것은 무엇을 말해주는 것일까? 관리가 안 되었다면,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있었을까?
우리는 예술을 통해 아이들의 삶을 바꾸고, 그들의 미래를 준비시키는 사람들이다. 매년 양적, 질적 발전을 거듭하며 매년 250만 명의 학생들의 문화예술교육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지식정보화사회에 필수적인 상상력과 창의성 함양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정부는 예술교육 강사료 전액 삭감으로 문화예술교육의 근간을 뿌리째 흔들고 있다.
일찍부터 '문화의 힘'을 강조로 지금 세대는 바로 그 '문화의 힘'을 바탕으로 성장해왔으며, 특히 오늘날의 한류 열풍을 이끄는 주역들이 바로 학교문화예술교육의 혜택을 받아온 세대다. 그럼에도 정부는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통합교과 운영을 통해 저학년의 예술교육을 축소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학교예술강사지원 예산을 대폭 삭감하기까지 했다. 이는 단순히 예산 문제를 넘어, 미래의 창의적 인재 육성을 저해하는 큰 위협이 될 것이다. 이러한 예산 삭감과 교육과정의 변화는 동일한 맥락에서, 우리 아이들에게 문화예술을 통한 풍부한 정서적, 사회적 경험을 빼앗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학교문화예술교육을 중요시하고, 이를 위한 정책을 확대해야 할 필요가 있으며, 문화예술교육은 우리의 미래를 위한 투자이고, 그것을 포기하는 것은 우리의 아이들, 그리고 그들의 미래, 궁극적으로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포기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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