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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 현실에서 펼쳐지는 국악, 이런 모습입니다

[인터뷰] 국악 버추얼 유튜버 이오몽

등록|2024.09.24 15:41 수정|2024.09.24 15:41
'민트초코' 같은 조합이 있다.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맛이 만나 조화를 이루는 것이다. 가상현실에서 전통을 만나는 것이 상상이 되는가. 그 일을 이룬 사람이 있다. 국악 버추얼 유튜버 이오몽이 그 주인공이다.

버추얼 유튜버는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에서 디지털 그래픽으로 만든 캐릭터로 활동하는 이를 뜻한다. 이오몽은 2022년 12월 20일 버추얼 스트리머 그룹 '미츄' 소속으로 데뷔했다. 그는 유튜브 구독자와 아프리카TV 애청자를 합쳐 20만 명이 넘는 시청자를 보유했는데, 주로 국악과 게임을 매개로 시청자들과 소통한다. 올해 5월 커버한 '만찬가' 영상은 470만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으며 지난 20일에는 정혜일과 협업한 곡 '잔향'이 공개되는 등 꾸준한 활동이 이어지고 있다.

전통과 기술의 한계를 넘어 자기만의 길을 개척해 나가는 크리에이터 이오몽과 20일 온라인으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그가 국악 버추얼 유튜버로서 활동하면서 느낀 점은 무엇일까. 다음은 이오몽과 나눈 대화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것이다.

"좋아하고 잘하는 일 하다 보니..."

▲ 국악 버추얼 유튜버 이오몽 ⓒ 주식회사 스콘


- 버추얼이 아직 대중화가 되기 전에 데뷔했는데 원래 이쪽에 관심이 많았나요.
"처음에는 버추얼이 생소했고, 저와는 인연이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스콘 회사와 처음 미팅할 때 대표님이 버추얼을 열정적으로 설명해 주는 걸 보니 생각이 바뀌더라고요. 사람 많은 카페에서 몸소 기술 시연까지 해줘서 인상 깊게 다가왔어요. 그리고 버추얼 기술을 배우고 나니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들었어요. 예전에 한복을 입고 있는 오목눈이를 그린 적이 있는데 버추얼 유튜버로 데뷔하면서 그 캐릭터를 다시 디자인했어요. 찹쌀떡처럼 귀여운 오목눈이를 만들고 양 갈래 여자아이 머리에 앉혔어요. 거기에 전통 색상표를 참고해서 그린 한복을 입혔죠. 그 캐릭터가 지금 제 모습이에요."

- 유튜브 콘텐츠로 국악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데뷔해서 한복 입은 캐릭터를 보이니 생각보다 반응이 좋더라고요. 내 눈이 틀리지 않고 다른 이 눈에도 예뻐 보인다고 생각하니 자신감이 붙었어요. 국악은 진입 장벽이 높지만 아주 매력적인 음악 장르예요. 한복이 좋은 반응을 얻은 만큼 국악도 좋아할 사람이 많을 거로 생각했어요. 사실 경기민요를 전공했어요.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하다 보니 같이 좋아해 주고 응원해 주는 팬이 생기기 시작했죠."

- 일반 대중 관점에서 국악이나 버추얼은 진입 장벽이 높다는 인식이 있잖아요.
"아무래도 그렇죠. 국악이라고 하면 어렵다고 느끼는 이가 많고 버추얼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이 많아요. 이런 분들이 익숙해질 때까지 다방면으로 활동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해요. 국악인이나 버추얼 유튜버끼리만 머물러 있지 않고, 다른 장르의 곡을 부르거나 여러 방송인과 협업하는 거죠. 영화 '스즈메의 문단속'의 OST를 국악 느낌으로 편곡해서 부른 적이 있어요. 특히 가사를 직접 하나하나 한국적으로 바꿨는데 반응이 좋았어요. 앞으로도 이런 식으로 대중성을 겨냥하다 보면 진입 장벽이 낮아질 거라고 믿어요."

- 국악을 부를 때 특히 신경 쓰는 부분이 있나요?
"국악을 맛있게 부르고 싶어요. 배가 고프면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어지잖아요. 음악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건 맛있게 요리하는 법을 연구하는 셰프와 비슷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한 번만 들어도 '맛있다'라는 생각이 들게 부르고 싶어요."

- 지금까지 '초담'과 '월야'로 오리지널 곡 두 개를 내고 최근에는 정혜일의 '잔향'에 피처링까지 했어요. 이 노래들은 어떻게 '맛있게' 불렀나요.
"상상하는 걸 좋아해요. 그 상상력을 바탕으로 노래에 몰입하다 보니 곡의 메시지에 집중해서 부를 수 있었어요. '초담'과 '월야' 그리고 '잔향'까지 모두 곡의 분위기를 상상하며 불렀어요. 이번에 '잔향'을 처음 들었을 때 경성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지더라고요. 외국으로 간 연인을 기다리는 경성인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불렀죠. 오리지널 곡뿐만 아니라 다른 아티스트와 협업해 꾸준히 노래를 낼 계획이에요."

▲ 국악 버추얼 유튜버 이오몽 ⓒ 주식회사 스콘


- 버추얼 유튜버인데, 팬들과 소통할 때 어렵지는 않았나요.
"아쉬운 점이 없다고 할 수 없어요. 오프라인에서 직접 얼굴을 맞대고 만날 수 없어 아쉬울 때가 있거든요. 그래도 활발히 소통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방송할 때 장난도 치고 잔소리도 하면서 편하게 대화를 나누는 거죠. 팬들에게 고마울 때가 참 많아요. 덜렁거리는 성격이라 실수할 때가 많은데 '오몽님이라면 그럴 수 있지' 하면서 넘어가 주고는 해요. 기회가 된다면 콘서트를 열고 싶어요. 최근에 보컬로이드(음성 합성 엔진으로 만든 가상 캐릭터)인 하츠네 미쿠가 한 홀로그램 콘서트 영상을 본 적 있거든요. 그런 콘서트를 한다면 즐겁지 않을까 싶어요."

- 앞으로 어떤 유튜버가 되고 싶나요.
"나만의 알고리즘을 찾아가고 있어요. 국악이나 버추얼에만 갇혀있기보다 시청자와 함께 즐기며 재밌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어요. 요즘 유행하는 콘텐츠가 무엇인지 시청자가 어떤 방송을 원하는지 아는 게 유튜버로서 갖춰야 할 중요한 소양이라고 생각해요. 저만의 색깔을 보이면서도 색다른 콘텐츠를 만드는 유튜버가 될 거예요."

유튜브 : https://youtube.com/@이오몽
아프리카TV : https://bj.afreecatv.com/2omong
멜론 : https://www.melon.com/artist/timeline.htm?artistId=3563200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네이버 블로그(<a href="https://blog.naver.com/sa__ppy" target="_blank" class=autolink>https://blog.naver.com/sa__ppy</a>)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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