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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대란' 없었다더니... 92번 '전화 뺑뺑이' 속 30대 사망

윤건영 "안일한 정부"... 부산 30대 여성 사망 관련 문서 확보, 치료 병원 못 찾아 결국 숨져

등록|2024.09.24 13:30 수정|2024.09.24 14:06

▲ 한 병원이 의료진 인력 부족으로 응급환자 위주 의료체계로 운영중이란 사실을 안내하고 있다. 자료사진. ⓒ 연합뉴스


정부가 추석 연휴기간 의료공백으로 인한 큰 불상사가 없었다고 자평했지만, 부산에서는 심정지 상태를 보인 30대 여성이 무려 92차례나 병원 이송 문의 속에 결국 치료받지 못하고 숨진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관련 기사 : 추석 당일 심정지 30대 부산서 상급병원 찾다 숨졌다 https://omn.kr/2a90l ).

2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확보한 '심정지 환자 이송지연 관련 동향보고'를 보면, 지난 17일 새벽 2시 15분 부산 영도구의 30대 여성 A씨가 의식장애와 신체 경련 증상을 보이고 있다는 119 신고가 들어왔다.

119 구급대가 10여 분만에 도착해보니 A씨는 이미 중증도가 가장 높은 레벨1 단계였다. 이런 상황에서 A씨가 심정지 상태에 빠지자 구급대 말고도 구급상황관리센터까지 나서서 치료 병원을 찾기 시작했다. 신경과 진료 불가 등 이송이 어렵다는 답변 속에 A씨는 37분만인 새벽 3시 4분 겨우 인근 B병원 응급실로 옮겨졌다. 그동안 연락한 병원만 '29곳'에 달했다.

B병원 의료진이 심폐소생술(CPR)을 시행하면서 A씨의 상태가 일시적으로 나아지는 듯했으나, 상급병원 전원이 시급했다. 3차 의료기관을 포함 부산·양산·울산·창원·대구 등 병원 '63곳'에 문을 두드리는 등 의료진·구급대의 문의가 이어졌다.

하지만 되돌아온 건 "응급의학과 인력이 부족하다" "중환자실 여력이 안 된다" "신경과가 없다"라는 이유로 환자를 받을 수 없다는 답변뿐이었다.

윤건영 "생사 갈림길, 92번이나 연락했지만... 제2도시 부산에서 일어난 사건"

이 과정에서 A씨는 세 차례 더 심정지와 자발순환을 오가다 3시간 36분 만인 이날 새벽 6시 25분 B병원 응급실에서 사망 판정을 받았다. 모두 '92번'에 걸친 '전화 응급실 뺑뺑이'에도 끝내 A씨를 옮길 병원을 확보하지 못한 셈이다.

보건복지부와 부산시는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부산시 관계자는 "보건복지부의 요청에 따라 현장을 조사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추석 기간 큰 문제가 없었다는 정부의 태도를 놓고는 비판이 이어진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구로을)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생사의 갈림길에서 92번이나 연락에도 수용 병원을 찾지 못해 안타까운 국민이 목숨을 잃었다. 대한민국의 제2 도시라고 할 수 있는 부산에서 일어난 사건"이라며 문제점을 지적했다.

지난 18일 한덕수 국무총리,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에 이어 이날 윤석열 대통령까지 추석 기간 적절한 대처를 언급한 부분에도 동의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24일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았지만 국민 여러분의 협조, 의료진의 헌신, 정부와 지자체의 선제적 대응이 모아져 큰 어려움 없이 연휴를 보낼 수 있었다"라고 자평했다. 반면, 윤건영 의원은 "(정부가) 의료대란에 안일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라며 부적절한 자세라고 직격했다.

앞서 부산의 시민단체도 같은 목소리를 냈다. 이성한 부산사회복지연대 사무처장은 최근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치료할 의료진을 찾다가 숨지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잘 넘어간 게 아니다. 그렇게 포장하는 건 시민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9.24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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