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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난 여론 이겨낸 손흥민·김민재... 다음은 황희찬 차례

언론 뭇매에 결과로 가치 입증... 유럽 빅리그 살아남으려면 실력으로 '흔들기' 극복해야

등록|2024.09.24 17:34 수정|2024.09.24 17:34

토트넘 훗스퍼 주장 손흥민 선수 ⓒ EPA/연합뉴스


유럽축구 빅리그 무대를 누비는 한국인 선수들이 외부의 비난과 의심을 실력으로 극복해나가고 있다.

독일 프로축구 바이에른 뮌헨의 수비수 김민재는 24일(한국시간) 분데스리가 사무국이 발표한 발표한 2024-2025 분데스리가 4라운드 '이주의 팀(베스트11)'에 선정됐다.

김민재는 팀동료 디요 우파메카노를 비롯해 막시밀리안 미텔슈타트(슈투트가르트), 피에로 인카피에(레버쿠젠)와 함께 포백의 한 자리를 차지했다. 뮌헨은 해리 케인, 자말 무시알라, 마이클 올리세까지 5명의 선수가 베스트11에 포함됐다. 김민재가 이번 시즌 분데스리가 이주의 팀에 뽑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민재는 지난 22일 브레멘과의 분데스리가 4라운드 경기에서 5-0으로 대승을 거뒀다. 김민재와 우파메카노는 중앙 수비수로 함께 풀타임 호흡을 맞추며 무실점 승리에 힘을 보탠 바 있다.

김민재는 뮌헨 입단 첫해인 지난 시즌 토마스 투헬 감독 체제에서 많은 부침을 겪었다. 시즌 전반기에는 부동의 주전으로 활약했지만 후반기 들어 혹사로 인한 체력저하와 슬럼프로 고전하며, 토트넘에서 이적해온 에릭 다이어에게 주전 자리를 내주는 시간이 길어졌다. 특히 레알 마드리드와의 챔피언스리그 4강전에서는 김민재의 결정적인 실수로 2실점을 내준 것이 탈락의 빌미로 이어지며 집중적인 비난을 받았고 한동안 마음고생에 시달려야했다.

김민재를 더 힘들게 했던 것은, 지난 시즌부터 계속되고 있는 일부 독일 언론과 축구전문가들의 비판이었다. 김민재가 지난 시즌 후반기 들어 폼이 떨어지자 독일 언론은 김민재에게 최저평점을 매기거나 박한 평가를 내렸다.

하지만 비난 속에서도 꿋꿋이 김민재는 자기 역할에 충실했다. 올시즌 새롭게 뮌헨의 지휘봉을 잡은 뱅상 콩파니 감독은, 김민재와 우파메카노를 개막전부터 주전 센터백 듀오로 기용하며 외부의 비난에 연연하지 않고 굳건한 신뢰를 드러내고 있다.

경쟁자인 데 리흐트는 잉글랜드 맨유로 이적했고, 다이어는 김민재에게 밀려 벤치를 지키고 있다. 지난 시즌 이후 일각에서 제기된 방출설을 일축하며 뮌헨에 잔류했던 김민재는, 2022-23시즌 이탈리아 세리에A 나폴리에서 보여준 절정의 폼을 조금씩 찾아가는 모습으로 자신의 진가를 증명하고 있다.

최악의 주장? 극성팬 비난 불식시킨 손흥민

손흥민 역시 '최악의 주장'이라는 일부 극성팬들의 비난을 보란듯이 실력으로 불식시켰다. 손흥민은 지난 21일 브렌트포드와의 프리미어리그 5라운드 경기에서 2개의 도움을 기록하며 3-1 역전승에 기여했다. 손흥민은 왼쪽 윙어로 선발 출전해 전반 28분 브레넌 존슨의 역전 골, 후반 40분 제임스 매디슨의 쐐기골을 도왔다.

이날 경기 직전까지만 해도 손흥민은 홈 팬들과 영국 언론의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지난 15일 아스널과의 4라운드에 북런던 더비 팀이 0-1로 패하고 손흥민도 유효슈팅을 하나도 기록하지못하는 부진을 보이자 비난의 화살이 빗발쳤다. 일부 토트넘 극성팬은 "손흥민은 리더십이 부족하여 주장 자격이 없다"고 비난했으며, 영국 현지 언론들도 이러한 팬들의 반응을 인용하며 손흥민의 부진을 집중 조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손흥민은 브렌트포드전 맹활약으로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스카이스포츠> 등 현지 매체들은 손흥민의 헌신적인 플레이를 극찬하며 대부분 팀내 최고평점을 매겼다. 지난 2라운드 에버턴전 멀티골처럼 지난 경기에서의 부진으로 비판 여론이 고조될 때쯤 묵직한 한 방으로 비난 여론을 금새 침묵시킨다는 것은, 그의 남다른 스타성을 증명한다.

손흥민은 올시즌 초반 들어 경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이 '해결사'보다는 '도우미'에 가깝게 변화한 모양새다. 손흥민은 총 6경기(컵대회 포함)에서 2골 2도움을 기록중이다. 골은 넣은 경기는 멀티골을 몰아넣은 에버턴전 한경기에 불과했고, 총 슈팅 숫자를 합쳐도 단 6회(유효슈팅 4회)에 불과하다. 경기에서 슈팅이 1회 이하에 그치거나 유효슈팅이 없었던 경기만 벌써 세 번이었다.

손흥민의 이름값을 고려하면 다소 아쉬운 수치임에 틀림없지만, 그렇다고 경기에 미치는 영향력이 줄어든 것은 아니다. 오히려 손흥민은 동료들의 움직임을 살려주는 패스나 연계플레이, 적극적인 전방압박 등 헌신적이고 이타적인 팀플레이를 통해 여전히 경기에 활발하게 관여하고 있다.

공격포인트 전무한 황희찬, 실력으로 '흔들기' 이겨내길

▲ 지난달 25일 첼시전에 출전한 황희찬 ⓒ 로이터통신/연합뉴스


다음 차례는 이제 황희찬이다. 지난 시즌 리그에서만 12골을 터뜨리며 최고의 시즌을 보냈던 황희찬은, 정작 올시즌에는 극도의 부진을 보이고 있다. 리그와 컵대회까지 총 5경기에 나섰으나 공격포인트가 아직 전무하다.

울버햄튼은 지난 시즌 마땅한 스트라이커가 없어 황희찬을 종종 최전방 공격수로 활용하며 재미를 봤다. 그러나 올시즌에는 노르웨이 출신의 장신 공격수 에르겐 라르센이 합류하며 팀의 전술이 바뀌었고 황희찬은 측면 미드필더로 다시 복귀했다.

그러나 황희찬이 가지고 있던 저돌적인 돌파와 활동량, 위치 선정을 통한 오프더볼 무브 등이 올시즌에는 좀처럼 나오지 않으며 슬럼프에 대한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급기야 최근에는 주전경쟁에서 밀려 선발명단에서 제외됐으며 애스턴빌라와의 5라운드 경기에서는 아예 결장하고 벤치에만 머물렀다.

영국 울버햄프턴 지역지인 <몰리뉴 뉴스>는 "황희찬은 올 시즌 지금까지 울버햄프턴에서 최악의 선수 중 한 명"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불과 반 년 전만 해도 팀내 최고의 선수였던 황희찬은 몇 달 사이에 1월 겨울 이적시장에서 방출설까지 나올 정도로 위상이 하락했다. 손흥민과 김민재가 비난을 받아도 최소한 주전의 자리를 꾸준하게 지키며 만회할 기회라도 주어진 것과는 달리, 코칭스태프의 신뢰를 잃은 황희찬은 당장 출전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급선무가 됐다.

세계적인 선수들도 2-3경기만 부진하면 언제든지 과할 정도로 냉온탕을 오가는 평가에 휩싸이는 게 유럽축구의 특징이라 볼 수 있다. 한국인 선수들이 유럽 빅리그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런 '흔들기'도 실력으로 이겨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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