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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개월 아이가 할머니 이름을 함께 부른다?

조부모 이름을 함께 부르는 아이를 보며... 나도 그런 적이 있었던가

등록|2024.09.25 14:14 수정|2024.09.25 14:24
요즘 SNS에서 인기 많은 38개월 아기가 있다. 이 아이는 어린 나이에 비해 말을 잘하는 것으로 유명해졌는데, 특히 인상 깊은 점 가운데 하나가 조부모님을 이름과 함께 부르는 언어습관이다. 가령 "기남(이름) 할아버지", "다혜(이름) 할머니" 이런 식이다. 아이가 조부모의 이름을 외우고 정확하게 부르는 것이 기특한 한편, 나의 경우를 생각해본다. 내가 조부모님 이름을 함께 불러본 적 있었나.

대개의 경우 조부모님을 친가와 외가로 나눠 지칭한다. 조부모님 앞에서는 직접 친할머니, 외할머니라고 부르지 않지만, 부모님께 말하거나 모두 같이 있을 때는 친가와 외가로 구분해서 부른다. 이를 두고 여성가족부는 "평등가족을 지향하는 호칭 사용이 필요하다"고 지난 2021년 밝히며,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은 친가·외가 대신 아버지 본가·어머니 본가로 대체하는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에 요즘은 아이들이 특징이나 이름과 부를 수 있도록 교육하는 추세라고 한다. 특징은 보통 지역명이나 동네를 붙이는 식이다. 나도 동네로 구분해 인지하곤 했는데, 이 역시 최선의 방법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한 번은 병문안을 갔다가 조부모님의 성함을 보고 영 낯설어했던 기억이 있다. 알고는 있어도 직접 부르거나 이름으로 불리는 경우를 들어본 적 없었기 때문이다.

주변에 물어보니 태어나기 전이나 어렸을 때 조부모님께서 돌아가신 경우 성함을 모르기도 했다. 제사 지낼 때 지방은 한자로 쓰여 있고, 부모님께 따로 여쭤보지 않는 이상 유골함에서나 볼 수 있는데 그 순간이 지나면 다시 친가와 외가로 나눠 부르기 때문에 잘 기억이 안 난다고 했다.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모두 돌아가시고 나니 당신을 추억할 때 동네만 남고, 성함은 없다는 점이 아쉽다. 그래서 38개월 아기가 이름과 할머니, 할아버지를 부르는 모습이 더욱 예쁘고 다정스러워 보였는지 모르겠다.

만약 조부모님께서 살아계신다면 한 번쯤 이름과 함께 불러드리는 건 어떨까. 나도 그럴 수 있다면 누군가의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로 불린 시간만큼 당신의 삶도 존중받길 바라는 마음을 가득 담아 불러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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