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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더워요", 물류노동자가 꼽은 가장 힘든 점

대전 물류 노동자 안전한 일터를 위한 정책토론회 열려... 온열질환·저임금 호소

등록|2024.09.25 11:56 수정|2024.09.25 11:56

▲ 공공운수노조 대전지역본부는 25일 대전NGO지원센터 모여서50에서 '안전한 일터를 위한 대전 물류 노동자 현장증언 및 정책제언 토론회'를 개최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너무 더워요. 숨 막혀서 쓰러질 것 같아요."
"물량을 너무 뿌려대요. 인력을 더 써 주세요."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냉난방 시설 부족으로 인해 온열질환에 시달리고 있는 점을 가장 힘든 점으로 꼽았다.

공공운수노조 대전지역본부는 25일 대전NGO지원센터 모여서 '안전한 일터를 위한 대전 물류 노동자 현장증언 및 정책제언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공공운수노조 대전지역본부가 지난 6월 11일부터 8월 19일까지 대전지역 물류단지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 8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4 대전지역 물류단지 노동안전, 임금 실태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해당 조사에 응답한 노동자 대부분은 한진택배, CJ대한통운, 중부권광역우편물류센터 등 대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이며, 물류센터에서 분류업무를 주로 하고 있는 노동자들이다.

이들은 경력 1년 미만(46.25%) 노동자 비율이 높고, 1년 이상 2년 미만(13.75%)이 그 뒤를 이어 2년 미만 근로자가 60%를 차지해 장기근무자가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임금은 월 250만~300만 원(32.5%)을 받는 비율이 가장 높았고, 300만~350만 원(28.75%), 200만 원 미만(20%), 200만~250만 원(15%)이 그 뒤를 이었다.

이들 노동자들은 일하면서 가장 힘든 점에 대해 '냉난방 문제에 따른 온열질환'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30%로 가장 높았다. '낮은 임금'이 28.75%로 두 번째를 차지했고, '높은 노동 강도'라고 응답한 비율은 21.25%로 그 뒤를 이었다.

"너무 더워요" "쓰러질 것 같아요"

▲ 공공운수노조 대전지역본부는 25일 대전NGO지원센터 모여서50에서 '안전한 일터를 위한 대전 물류 노동자 현장증언 및 정책제언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은 대전지역 물류단지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 8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4 대전지역 물류단지 노동안전, 임금 실태조사' 결과 중 노동자들의 요구사항. ⓒ 오마이뉴스 장재완


또한 요구사항을 묻는 질문에 노동자들은 "너무 덥다", "에어컨을 틀어 달라", "너무 더워 숨이 막힌다", "선풍기라도 개인별로 지급해 달라"는 등 온열질환을 호소하는 요구가 가장 많았다. 이밖에도 "물량을 너무 뿌림", "시급 좀 올려 주세요", "인력을 더 배치해 달라"는 등의 요구도 쏟아졌다.

이날 발제를 통해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한 허성실 공공운수노조 대전지역본부 조직국장은 "대전시는 물류단지 활성화를 위한 산업 발전 계획을 마련하고 있으나 물류단지 내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 대한 노동환경 개선 대책은 전무하다"며 "특히, 지자체가 기업에 대한 관리감독만 진행할 뿐 강제할 수 있는 법·제도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따라서 노동자들이 노동 3권을 바탕으로 사측에 강제적으로 권리를 행사해야 한다. 그러나 노조할 권리가 적극 보장되지 않을 시 노동자 스스로 노조 결성이 어렵고, 이러한 권리 행사는 불가능하다"며 "특히 물류센터의 경우 다단계 하청구조, 단기채용-쪼개기 계약 일자리, 블랙리스트를 통한 노동통제로 인해 노조 결성이 더욱 어려운 조건"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H회사의 폭염대책 요구에 원청 H사가 면담에 응하지 않은 사례, 어지럼증으로 조기 퇴근한 노동자가 전체 임금을 받지 못한 사례, 폭염 산재 대책 요구에 응하지 않은 사례 등을 소개한 뒤 "실태조사 결과에서 나타났듯이 물류센터 노동자들이 안전한 노동환경을 만들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냉난방시설 설치나 효과 증대', '환기시설의 용량강화' 등"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물류센터가 창고로 분류되는 현행법으로 인해 쿠팡 물류센터를 비롯한 상당수의 물류센터에 냉난방장치와 환기장치가 부재하다"며 "고용노동부는 냉난방장치와 환기장치 설치에 관한 기준을 만들고, 이를 물류센터들이 이행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공공운수노조 대전지역본부는 25일 대전NGO지원센터 모여서50에서 '안전한 일터를 위한 대전 물류 노동자 현장증언 및 정책제언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은 '2024 대전지역 물류단지 노동안전, 임금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는 허성실 공공운수노조 대전지역본부 조직국장. ⓒ 오마이뉴스 장재완


허성실 국장은 "노조 할 권리가 보장돼야 노동환경이 개선되고, 개선된 노동환경을 바탕으로 노조 가입 또한 확대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그는 ▲적정인력 확보(유급 휴게 시간 및 휴게 공간 보장) ▲하루를 일해도 존중받는 일터(노동자 인권존중 및 직장 갑질 근절) ▲사람중심 노동환경 건강일터(냉난방 시설 및 환기시설 설치 의무화) ▲안정적인 고용 보장(쪼개기 계약 근절 및 질 좋은 일자리 제공) ▲살맛나는 임금보장(생활임금 보장, 기본급 인상) 등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가 하루를 일해도 존중받는 일터, 노동자가 건강하고 안전한 일터를 보장하기 위해 제시한 5대 요구안을 소개하며 발제를 마쳤다.

"지역 생활 물류 노동 처우 개선, 지자체 권한 밖의 일이라고 외면해선 안 돼"

또한 '생활 물류 노동의 현황과 정책 대안'이라는 주제로 발제에 나선 이찬우 대전시민사회연구소 연구원은 "물류산업은 여전히 인적노동 중심성을 지니고 있다. 때문에 물류서비스의 질은 노동자들의 노동환경과 직접적인 관계를 맺게 된다"며 "해당 서비스를 누리는 것도 시민이고, 일을 하는 노동자도 대전시민이다. 따라서 지자체는 시민에게 보다 안전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해야 한다. 그렇다면 지역의 생활물류 노동의 처우 개선은 지자체의 권한 밖의 일이라고 외면해선 안 된다"고 제언했다.

계속해서 그는 "물류노동의 열악한 환경은 이미 수십 년간 지속된 일이다. 장기적으로 물류산업 서비스화가 고도화되기 위해서는 현재와 같이 저임금, 고강도 노동으로 사람을 갈아 넣는 방식으로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음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면서 "노동자를 넘어 시민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보다 적극적인 대전시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는 공공운수노조 민병조 전국물류센터지부장과 이대교 중부권광역우편물류센터지부장, 화물연대 김경선 대전지역본부장 등이 토론자로 나서 현장 상황에 대해 증언했으며, 오세창 대전지방고용노동청 산재예방지도과장도 토론자로 나서 노동청의 입장에 대해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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