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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사기꾼 기사, 한국대사관이 '삭제' 요구했지만 거부"

체코 유력 일간지 <블레스크> 부편집장, <오마이뉴스> 질의에 추가 답변... "불편한 기사, 그게 저널리즘"

등록|2024.09.26 11:56 수정|2024.09.26 21:37

▲ 체코 일간지 <블레스크>의 21일 새벽 5시 보도(왼쪽)와 수정된 것으로 보이는 21일 오후 3시 현재 보도 내용. 최초 보도된 기사의 제목은 "사기꾼이 파벨의 성에? 대한민국 영부인은 거짓말을 하고 수백만 달러로 자신을 풍요롭게 하기로 되어 있었습니다"였다. ⓒ 블레스크 갈무리 / 구글 저장된페이지 검색


김건희 여사를 '사기꾼(podvodnice)'에 빗댄 기사를 보도한 체코 유력 일간지 <블레스크>의 부편집장은 주체코 대한민국 대사관(한국대사관)이 "기사를 삭제(unpublishing, 철회)할 것을 요구했지만, '사기꾼' 표현만 수정하고 기사 삭제는 거부했다"고 <오마이뉴스>에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의 체코 순방 마지막 날인 지난 21일 김 여사를 둘러싼 의혹들을 보도한 <블레스크>는 최초 보도 당시 김 여사를 '사기꾼'에 빗대 표현했으나, 한국대사관의 요청을 받고 기사 제목과 내용을 수정한 바 있다.

<블레스크> "한국 대사관 김건희 관련 기사, 삭제 요구"

<오마이뉴스>는 <블레스크> 기사가 수정된 배경에 한국대사관이 있었고, 그 이유가 "사기꾼" 표현 때문이라는 사실을 첫 보도한 뒤 24일 해당 언론에 아래 두 가지 사항을 추가로 질의했다.

① 2024년 1월 26일, <블레스크>는 김건희 여사의 디올백 수수 의혹 기사를 발행했다. 이 기사에 대해서도 한국대사관이 이번처럼 이의를 제기했었나.

② 2024년 9월 24일 <블레스크> 기사를 두고 한국대사관이 어떤 방식과 내용으로 이의 제기했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에바 심코바 <블레스크> 부편집장은 25일 이메일 답변을 통해 아래와 같이 답했다. 독자의 정확한 이해를 위해 전문을 싣는다(괄호 안은 기자 주).

▲ 에바 심코바(Eva Simkova) 체코 <블레스크> 부편집장이 9월 25일 오후 6시 5분(한국시각) 기자의 추가 질의에 답한 메일. 이 메일엔 '김건희 사기꾼' 기사 게재 후 주체코 한국대사관이 "기사 삭제를 요구했다"는 설명이 담겨 있다. ⓒ 김지현


늦게 답장해 미안합니다. 우리(블레스크)는 현재 정부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국내 정치 위기 등 여러 다른 문제들을 대응 중입니다.

질문에 대한 답변을 드리자면, (주체코 한국대사관은) 1월 기사(디올백 수수 논란)는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제 추측으로는 그들이 당시(9월 21일 김건희 사기꾼 기사 발행 당시)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던 기사를 본 것 같습니다.

두 번째 질문에 대해서는, 그들은 (블레스크에) 소위 '기사의 표현이 정확하지 않다'고 지적하며, 행정 실수로 인해 (김건희 여사의) 재산세가 나중에 납부됐고 영부인에 대한 다른 혐의는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들은 기사 삭제를 요구했으나, 우리는 (이 요구를) 거절했습니다. 대신 기사를 유지하기 위해 일부 내용을 수정했습니다.

내 답변이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이 됐길 바랍니다.

I am sorry for my late reply but we are dealing with many other actual topics among them the ongoing domestic political crisis in our government.

To your questions: No, they haven't mentioned the article from January. I guess they just found the one that was on the Homepage at the moment - but that is just my guessing.

And to your second question - they pointed out not so-called precise wording in the article with the statement that missing property tax was paid later (due the mistakes of administration) and that any other accusations towards the first lady were not made.

They asked for unpublishing of the article which we had refused. We just make some clarifications in the text to keep it published.

I hope I answered all your questions.

참고로, 위 질문에 언급된 '1월 기사'는 <블레스크>의 기사로 제목은 '몰래카메라, 부패 그리고 디올 가방. 영부인은 논란에 휘말려 남편의 선거에 영향을 미칠까?(Skrytá kamera, korupce a kabelka od Diora. První dáma se zapletla do kontroverzí, pokazí manželovi volby?)였다. 여기서 '남편의 선거'는 지난 4월 총선이다.

"불편한 기사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게 저널리즘"

'이번 사례처럼 다른 국가 기관이 현지 언론에 기사 삭제 등을 요구하는 것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묻는 말에 <블레스크> 부편집장은 "다른 누군가에게 불편하게 들릴 수 있는 기사들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은 이해한다"면서도 "하지만 그것이 저널리즘이다"라고 답했다.

그는 "다양한 주체들이 이의를 제기하는 일은 종종 발생한다"면서 "우리는 그 이의들을 검토한 뒤 각각의 경우에 따라 대응한다. 그것이 대사관에서 온 것이든 다른 곳에서 온 것이든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관련 보도 이후 25일 <한겨레> 보도를 통해 차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오산)이 한국대사관에서 받은 답변 내용에 따르면 "외교관계에 영향을 미칠 자극적 표현이나 사실로 확인되지 않은 사항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수정 요구를 했음"이라며 "다만 기사 수정이나 삭제는 전적으로 언론사 권한임"이라고 밝혀, <블레스크>측 설명과는 조금 차이가 있다.

[관련 기사]
[단독]"'김건희 사기꾼' 표현, 한국대사관 이의 제기로 수정" https://omn.kr/2aa3f
체코 언론이 김건희 여사 보도하면서 사라진 단어 '사기꾼' '거짓말' https://omn.kr/2a9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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