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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 선생님들과 집단상담... 눈물 날뻔했어요

[류승연의 특수교육 A to Z] 특수학교 개별화교육회의

등록|2024.09.27 09:04 수정|2024.09.27 09:04
발달장애인의 부모로 산다는 건 만만치 않은 일입니다. 막막하고 힘들지만 이 삶을 사는 기쁨 또한 있기 마련이지요. 장애 진단부터 고등학교 졸업까지, 특수교육대상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하나씩 짚어가 봅니다. 발달장애인의 부모들이 조금 덜 힘들고 조금 더 웃을 수 있길 바라면서요.[기자말]

▲ 교실. 자료사진. ⓒ pexels


특수교육대상자는 매 학기 초마다 교사와 학부모가 함께 모여 개별화교육회의(IEP)를 합니다. 발달장애가 있는 학생은 장애 특성으로 인한 교육적 지원 내용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인데요. 이렇게 중요한 개별화교육회의지만 학교 현장에선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특히 특수학교 경우엔 개별화교육회의가 담임과의 상담만으로 한정될 때가 대부분이고, 그마저도 짧게 끝나버리는 경우를 꽤 자주 볼 수 있는데요.

개별화교육지원팀이 모든 회의에 들어가기엔 학생 수가 너무 많은 데다, 통합교육과 달리 교과별 교육 체계가 탄탄히 잡혀있어 담임 선생님만 짧게 만나고 오는 상황이곤 합니다.

그런데 이런 교육 현실에서 개별화교육회의 체계를 잘 잡아놓은 학교가 있어 소개하려 합니다. 바로 아들이 다니는 A 특수학교인데요. 특수학교에서의 개별화교육회의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 좋은 선례가 될 수 있는 것은 물론 통합교육에서의 개별화교육회의에서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을 듯합니다.

1차 개별형 회의

A 특수학교에서의 개별화교육회의는 총 3차로 나뉘어 있습니다. 1차는 '개별형'으로 우리가 흔히 아는 담임과의 상담을 의미합니다. 대면상담을 원칙으로 하되 보호자의 상황으로 비대면 상담(전화통화)이 이뤄질 경우 협의록에 사유를 기재합니다.

얼굴을 마주 보고 학생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를 할 때 교사와 학부모는 서로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어요. 서로의 눈을 바라본다는 건 그런 것이거든요. 보다 솔직해지고, 보다 더 많은 얘기를 깊숙하게 나눌 수 있죠.

개별화교육회의는 1차에서 끝나도 되고, 2차와 3차로 확장해도 됩니다. 학부모 의향에 따릅니다. 만약 아들이 즐겁고 행복한 학교생활을 무리 없이 잘하고 있다면 저는 1차로 마무리할 것 같아요. 사실 학부모 입장에서 교사를 만나는 게 마냥 즐거운 일은 아니잖아요. 일단 선생님이라서 어려운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고요.

그런데 저는 1차에서 마무리할 상황은 아닙니다. 아들의 학교생활에 '어떤 어려움'이 있고 그로 인해 교사와 반 친구들도 힘든 상황이 종종 발생하기에 그냥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더란 말이죠. 그래서 1차 회의 시 2차 '집단형' 회의를 요청했습니다.

2차 집단형 회의

2차 집단형 회의는 개별화교육지원팀과의 회의를 의미합니다. 보통 특수교육대상자의 부모는 담임과의 상담만으로 개별화교육회의를 마무리하는 경우가 많기에 개별화교육지원팀이 구성돼 있다는 것을 평소에 잘 인식하지 못합니다. 특수교육대상자가 다니는 모든 학교엔 개별화교육지원팀이 무조건 구성돼 있습니다. 그게 법이에요.

관리자를 포함해 각 학교 상황에 맞게 구성원이 꾸려집니다. 통합교육 중이라면 관리자, 원반 담임, 특수교사가 기본으로 들어간 상태에서 교과별 교사나 보건교사 등이 포함될 거예요. 특수학교 경우엔 담임 외에 수많은 교과 교사들이 서로 학년과 반을 나눠 맡은 학급의 개별화교육지원팀이 됩니다.

개별화교육회의를 하고 오면 얼마 후 담임(특수학교) 또는 특수교사(통합교육)가 개별화교육 계획서를 서명하라고 집으로 보냅니다. 담임 또는 특수교사가 학부모와의 개별상담을 통해 수립한 계획을 '개별화교육지원팀'이 최종 확정해 보내는 것입니다.

아들이 다니는 특수학교에선 바로 이 단계(2차)에서도 학부모가 참여할 수 있도록 했어요. 개별화교육계획이 최종 확정되는 자리이기에 담임의 보고를 통해서가 아니라 학부모가 직접 참석해 말함으로서 개별화교육지원팀 전체가 학부모 의사를 반영할 수 있도록 한 것이죠.

다만 이 회의에 참여하기 위해선 학부모가 아닌 학교 측 일정에 시간을 맞춰야 합니다. 개별화교육지원팀은 여러 명의 교사들이 함께 있는 구조잖아요. 특히 특수학교에선 학생 수가 많기에 몇 개 반씩 묶어 하나의 개별화교육지원팀이 구성됩니다.

그러면 해당 반의 개별화교육지원팀은 날을 잡아 회의를 하겠죠. 1학년 1반부터 시작한다고 가정해 봐요. "철수 어머니는 이번 학기에 이런 학습 목표와 생활지도를 제안하셨는데요. 선생님들 의견은 어떠세요?"

개별화교육지원팀은 철수의 학교생활을 다각도로 살피며 학부모 요청 사항을 어떻게 반영할 수 있을지 아니면 교사들이 보기에 철수의 학교생활에 더 필요한 게 다른 부분이면 그 부분을 어떻게 반영할지 등을 결정합니다. 이렇게 팀 회의를 통해 결정된 사안이 최종 확정돼 학부모에게 전달됩니다.

철수가 끝나면 영희, 영희가 끝나면 진희. 이렇게 회의가 진행될 텐데요. 학부모가 이 회의에 참여하고 싶으면 내 자녀의 순서가 될 시간에 맞춰 학교에 가야 합니다.

3차 수시 상담형

▲ 교실. 자료사진. ⓒ 연합뉴스


저는 담임에게 2차 회의 참석을 요청했는데요. 선생님은 2차를 건너뛰고 바로 3차로 가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하셨어요. 저로서는 감사한 일이었습니다. 왜냐면 3차는 '수시'로 진행되는 집단상담 형태인데요. 개별화교육지원팀이 아닌 실제 제 아들 수업을 맡고 있는 교과 선생님들과 마치 집단상담처럼 얘기를 나누는 자리거든요.

'개별화교육회의'라는 틀에 얽매여 있으면 아무래도 분위기가 살짝 딱딱해질 수 있는 데다 2차형의 경우 모든 학생을 순서대로 다 다뤄야 하기에 시간이 한정돼 있는데요. 담임과 교과 선생님들이 함께 모인 3차 수시형은 더 편한 분위기에서 충분한 시간을 갖고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얼마 전 3차 회의를 다녀왔어요. 총 4분의 선생님과 열심히 수다를 떨고 왔습니다. 그 자리엔 담임과 주 2교시 이상 수업에 들어오는 교과 선생님 3분이 계셨어요. 아들의 '어떤 어려움'에 대해 허심탄회한 얘길 나눴고, 중간에 눈물도 찔끔 날뻔했지만 참았습니다.

발달장애가 있는 아들이 학교생활을 잘하기 위해선 담임 혼자만의 노력만으론 안 됩니다. 왜냐면 아들의 학교생활 중 담임 수업 시간은 전체의 반도 되지 않을뿐더러, 어떤 변화가 필요하다면 모든 수업 시간마다 같은 목표 의식을 갖고 공동의 대응(?)이 필요하기 때문이죠. 3차 수시형은 바로 이런 측면에서 매우 유용했고 좋았습니다.

모두를 위한 개별화교육회의

A 특수학교는 학생 수만도 230여 명에 이르는 규모가 큰 학교입니다. 230여 명의 부모들이 저마다 2차, 3차 회의를 요청하면 교사들이 언제 수업 준비하고 업무 처리할 시간이 있을까 싶겠지만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됩니다.

실제로 2차와 3차까지 신청하는 학부모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저만 해도 아들이 학교생활을 잘하고 있으면 굳이 교과 선생님까지 만나고 싶지 않았을 거예요. 아들과 쌍둥이인 비장애인 딸의 경우 학교 선생님들 얼굴조차 모르고 사는데 얼마나 편한지 모릅니다.

중요한 건 얼마나 많은 학부모가 2차, 3차까지 요청했느냐가 아닙니다. 자녀의 학교생활에 어려움이 있을 때 그것을 허심탄회하게 얘기 나누고 대책을 모색해 볼 창구를 '학교 차원'에서 먼저 제시하고 마련했다는 데 의미가 있는 겁니다.

특수교육법에 따르면 학부모는 수시로 개별화교육회의를 요청할 수 있도록 되어 있긴 한데요. 법이 그렇게 돼 있어도 학부모 입장에선 법을 들이밀며 무언가를 요청한다는 게 힘든 일입니다. 이렇게 학교가 먼저 적극적으로 통로를 열어주면 학부모들도 용기를 낼 수 있습니다.

학부모가 낸 용기는 자녀의 학교생활만이 아니라 같은 반 친구들과 같은 학년 친구들을 넘어 담임과 모든 교과 선생님의 학교생활에까지 긍정적 영향을 미칠 거예요. 결국 특수교육대상자의 삶은, 학교와 가정 양측 모두의 노력이 함께 더해져야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거든요.

특수학교입니다. 많은 학생 수로 인해 제대로 된 개별화교육회의를 사실상 하기 힘든 구조의 특수학교마저도 이런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해당 학생이 전교에 6명, 12명뿐인 통합교육에서는 2차, 3차 회의 창구를 열어두는 게 훨씬 더 수월한 일일 겁니다.

A 특수학교 사례를 통해 많은 학교의 릴레이 동참이 이어지길 바라봅니다.

류승연 작가 scaletquee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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