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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퀴어문화축제, 도로 '1개 차로'에서만 열린다

법원, 조직위의 가처분신청 기각 "1개 차로와 인도에서 집회 가능"

등록|2024.09.26 17:15 수정|2024.09.26 17:15

▲ 17일 대구 중구 동성로 대중교통전용지구에서 열린 대구퀴어문화축제에서 한 참가자가 프리허그를 한다며 피켓을 들고 서 있다. ⓒ 조정훈


오는 28일 열리는 대구퀴어문화축제 장소를 제한한 경찰의 조치가 부당하다고 제기한 주장을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구지법 제1행정부(부장판사 채정선)는 26일 대구퀴어문화축제조직위가 대구 중부경찰서를 상대로 제기한 옥외집회 제한 통고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기각했다.

앞서 조직위가 오는 28일 대구 중구 동성로 대중교통전용지구에서 퀴어축제를 열겠다고 집회신고를 하자 경찰은 지난 4일 "2개 차로 중 1개 차로와 인도 일부만 사용할 수 있다"고 집회제한 통고를 했다.

그러자 조직위는 "1개 차로를 제한하면 무대 및 부스 설치와 참가자 안전 문제 등을 이유로 축제를 치를 수 없다"며 법원에 집행정지 신청을 냈다.

재판부 "손해 방지 위해 긴급한 필요가 있다고 보기 부족"

재판부는 기각 이유로 "신청인이 주장하는 사정만으로는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거나 손해를 방지하기 위해 긴급한 필요가 있다고 보기 부족하다"며 "오히려 효력이 정지될 경우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줄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구체적 사유로 집회의 장소를 일부 제한하는 것일 뿐이고 왕복 2차로 중 1개 차로를 임의로 선택할 수 있도록 했고 차로와 인접한 인도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해 집회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고 적시했다.

차로와 인도 사이에 방호울타리, 환풍구, 그늘쉼터, 화단, 분수대 등이 있지만 무대차량이나 부스의 간격을 넓혀 설치할 경우 지장물이 없는 곳에서 충분히 설치가 가능하고 이동이 가능한 지장물은 집회 기간 동안 임시 철거될 예정이어서 접근성이 더 향상된다는 것이다.

또 집회 참가인원을 3000명으로 신고했지만 집회 장소에서도 충분히 수용될 수 있고 장애인 참가자의 이동도 불가능하지 않을 뿐 아니라 경찰이 중앙선을 따라 배치되어 반대차로에서 차량을 운행한다 하더라도 집회 참가자들의 안전이 위협받는다고 할 수 없다고 했다.

▲ 17일 대구 중구 동성로 대중교통전용지구에서 제15회 대구퀴어문화축제가 열린 가운데 퀴어축제를 반대하는 한 기독교인이 피켓을 들고 서 있다. ⓒ 조정훈


그러면서 "일반 시민이 통행을 하는 점 등을 감안하더라도 집회 참가인원을 충분히 수용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특정 시각에 집회에 참석해 점거 중인 인원은 예상수용인원보다 적을 것으로 예상되고 지난 2022년 총 참가인원 900명, 2023년 1000명 정도로 올해도 과거의 수준을 크게 넘을 것으로 볼만한 뚜렷한 사정이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집회장소 인근에서 동시에 개최될 것으로 신고 된 반대집회 대부분을 금지했고 소수의 개인이 진입해 반대의사를 표현한다고 하더라도 이들의 표현의 자유도 존중받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특히 지난 5년간 대중교통전용지구 2개 차로에서 집회를 개최하는 것에 대해 어떠한 제한을 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 구속력이 있다고 볼 수 없다며 "집회의 제한이 신청인의 집회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이라고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조직위 "법원 판단, 축제 참가자들의 안전과 형평성 잃어"

▲ 17일 대구 중구 대중교통전용지구에서 열린 대구퀴어문화축제에서 한 참가자가 무지개색 도포를 두르고 있다. ⓒ 조정훈


이날 법원이 가처분신청을 기각하자 조직위는 법원의 판단이 축제 참가자들의 안전과 다른 행사와 비교해 형평성을 잃었다고 규탄했다.

서창호 조직위 인권팀장은 "퀴어축제는 집회가 아닌 축제이기 때문에 여러 사람들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한데 1개 차로만 사용하라는 것은 부스 설치 뿐 아니라 참가자들의 통행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집회자유에 대해 법은 대단히 형평성을 잃었다"고 지적하고 "그럼에도 집회 참가자의 안전과 집회 보장을 위한 최선의 노력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진교 조직위원장도 "퀴어문화축제는 일반 집회와 달리 부스를 이동하고 참가자들과 소통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재판부가 퀴어축제의 의미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판단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배 위원장은 또 "우리는 참가인원이 3000명이 넘었다는 증거 자료를 제출했음에도 인원수를 보수적으로 제시한 경찰의 입장이 반영돼 아쉽다"면서 "우리의 목적은 퀴어축제를 안전하게 치르는 것이기 때문에 안전에 집중해 축제를 만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시, 축제 기간 버스 운행 조정하고 도로와 인도 간 시설물도 철거

한편, 대구시는 지난 25일 대구자치경찰위원회, 시 교통국, 대구경찰청, 대구교통공사 등 7개 기관이 참여하는 임시회의를 열고 퀴어축제 관련 교통관리 대책을 마련했다.

이날 회의에서 집회 구간인 대중교통전용지구 내 버스 통과 또는 우회 조치를 위해 경찰과 공무원을 집중 배치하고 대중교통운행 조정 및 안내에 따른 신호체계를 조정하기로 했다.

또 반월당역과 중앙로역의 지하철 인파가 몰릴 경우를 대비해 안전요원을 배치하고 필요시 지하철 무정차 통과도 검토하기로 했다.

퀴어축제가 1개 차로와 인도에서 진행되는 만큼 대중교통전용지구 내 방호울타리, 자전거 보관대 등 시설물과 적치물도 철거 및 이동조치를 해 집회 및 시민들의 보행공간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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