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번아웃'이 흔한 일인 사회... 그래서 이 잡지를 만들었습니다"

[인터뷰] 월간 <마음건강> 장재열 편집장

등록|2024.09.27 15:46 수정|2024.09.27 15:46

▲ 월간 <마음건강> 장재열 편집장. ⓒ 마음건강


오는 30일, 일상 속 작은 여백을 선사하는 마음돌봄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월간 <마음건강> 창간호가 발행된다. 월간 <마음건강>은 지난 11년간 시민 4만4000여 명을 상담한 NGO 단체 '청춘상담소 좀 놀아본 언니들'의 장재열 전 대표가 편집장을 맡아 웹진으로 발행하는 간행물이다.

장 전 대표는 "11년간 4만4000여 명을 상담하면서 '우리 사회는 아프기 전에 스스로를 돌보는 법을 모른다'는 걸 느꼈다"며 "마음을 돌보는 일이 '라이프 스타일'을 통해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개념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월간 <마음건강>을 준비하게 됐다"고 밝혔다.

26일, 월간 <마음건강>의 장재열 편집장을 인터뷰했다.

아래는 일문일답.

-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저는 월간 <마음건강>에서 편집장을 맡은 장재열입니다. <마음건강> 창간 전에는 NGO 단체 '좀 놀아본 언니들'을 만들어 약 11년간 시민들을 상담하는 일을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만난 시민들의 이야기를 엮어 책을 내기도 했고, 현재는 상담소 활동을 정리하고 보통 시민들이 마음건강을 유지할 수 있게끔 할 매거진 <마음건강>을 만들고 있습니다."

- '좀 놀아본 언니들'은 어떤 단체였나요?

"이 단체가 만들어진 지난 2013년 당시 저는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겪은 청년 당사자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생각보다 많은 청년들이 자신의 정신건강 문제를 드러내길 꺼려하고 전문가 만나는 일을 힘겨워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그 문턱을 낮추기 위해 10여 명의 활동가와 함께 비대면 온라인 상담을 무료로 제공하는 NGO 단체 '청춘상담소 좀 놀아본 언니들'을 만들었습니다.

저는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겪는 과정에서 글쓰기 치료를 권유받고 저의 정신건강 투병기를 블로그에 쓰기 시작했습니다. 이때 제 의도와 무관하게 상당한 구독자가 생겼는데, 제가 당시 패션회사에 다니던 터라 독자들은 저를 '언니'로 여겼습니다. 그래서 단체를 만들 때에도 이 단어를 단체명에 넣었습니다."

- 월간 <마음건강>은 어떤 잡지인가요?

"'좀 놀아본 언니들'에서 많은 청년을 만나 상담하며 우리 사회가 정신과 상담을 꺼리지 않는 사회가 되길 바랐습니다. 지난 11년을 돌아보니 상담을 시작하던 때에 비해선 정신건강에 대한 고민을 좀 더 편하게 말할 수 있는 사회가 되었단 생각이 듭니다. 그렇지만 정신건강 문제가 생기기 전에 이를 예방하고 스스로의 마음건강을 돌보는 일은 여전히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한국사회가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마음건강을 돌볼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지 않아서, 번아웃이 와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방치하다가 심각해진 후에야 병원을 찾는 시민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헬스나 필라테스를 하고, 건강한 음식을 섭취해 질병을 미리 예방하는 것처럼, 마음이 뻐근하고 조금 아플 때 필요한 정보를 제대로 제공해서 시민들 스스로가 자신의 마음건강을 돌볼 수 있게끔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치료자의 역할보다는 정보 제공자로서, 신뢰할 수 있는 마음건강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월간 <마음건강>을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 <마음건강>만의 차별점이 있다면요?

"현재의 미디어 환경을 보면 마음건강에 대한 정보는 제대로 필터링 되지 않는 경우가 상당합니다. 팔로워가 많은 분들이 전문가로서 노출되고, 조회수를 위해 정제되지 않은 정보가 사실인 것처럼 확산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월간 <마음건강>은 확실하고 건강한 정보를 제공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당장 치료가 필요한 분들을 치료하기 위해서가 아닌, 일상의 삶을 사는 분들이 라이프스타일을 통해 마음건강을 돌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도움이 될 제품을 소개하고, 책과 책 속의 문장을 추천하고 다른 사람들은 마음건강을 어떻게 돌보는지에 대한 인터뷰 등을 제공할 생각입니다.

창간호에는 '브로콜리너마저' 윤덕원씨의 이야기도 담았습니다. 16년간 음악 활동을 하면서, 인기가 많았던 시절이나 부침이 있었던 시절을 겪으며 자기 마음을 돌보기 위해 어떤 일을 했는지 듣고 이를 독자들과 나누고자 했습니다.

코로나19가 확산되던 지난 2020년 이후 '오늘의 집'과 '에어비앤비'가 급격히 성장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집합금지로 인해 외출하기 어려워진 사람들이 외로움과 고립감을 느껴 생활 공간을 변화시키려 한 결과로 봤습니다. 이렇듯 일상적 행위같아 보이는 것들도 사실은 마음건강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상호 작용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매거진을 통해 알리고 싶습니다."

▲ 월간 <마음건강> 창간호. ⓒ 마음건강

▲ '브로콜리너마저' 윤덕원씨 인터뷰 '오프더모먼트' ⓒ 마음건강


- 마지막으로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요?

"저는 우리 사회가 지난 10여 년을 성장에 대한 강박 속에서 보냈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의 노력을 중시하고, 자기개발을 하면 모든 일이 해결될 것처럼 한 결과 2020년대의 한국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번아웃 증상이 보편화된 사회가 됐습니다. 저는 스스로를 돌보고 자기 마음이 어떤지 들여보는 데에서도 삶의 변화는 일어난다고 생각합니다. 스스로를 채찍질하는데 익숙한 사회가 아닌, 돌보고 다독일 줄 아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하는 사람들이 자기 삶을 오래 잘 산다는 메세지를 전하고 싶습니다.

한국사회의 많은 분들이 정신과를 내원하고 있지만 여전히 마음을 돌보는 일은 익숙하지 않은 일입니다. 월간 <마음건강>은 지금은 웹진으로 출발하지만 10년 뒤에는 종이 잡지가 되어 전국의 도서관이나 사회복지시설의 정기간행물실에 비치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때가 되면 이 잡지를 비롯한 마음건강에 대한 출판물을 보는 일은 조금의 눈치도 볼 필요가 없는 일이었으면 합니다."
덧붙이는 글 월간 '마음건강'에 대한 소식은 다음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다(<a href="https://offment.upaper.kr/content/1179523" target="_blank" class=autolink>https://offment.upaper.kr/content/1179523</a>).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