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국기 못 봤다' 김태효의 해명을 이해할 수 없는 이유

[取중眞담] 체코 행사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 안 해... 과연 착오인가

등록|2024.09.27 09:10 수정|2024.09.27 09:11
[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편집자말]

▲ 윤석열 대통령 체코 방문 공식 환영식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지 않고 있는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 ⓒ 박선원 의원 블로그


학교 다닐 땐 길을 걷다가도 애국가가 나오면 그 자리에 멈춰 섰다. 그리고 거의 반사적으로 오른손을 왼쪽 가슴에 가져갔다. 초등학교, 중고등학교 때도 그랬고 대학교 때도 그랬다.

결코 그 시대가 그리워서 이런 얘길 하는 게 아니다. 그도 나와 같은 시대에 학교를 다녔기에 하는 얘기다.

김태효 대통령실 외교안보실 1차장은 지난주 윤 대통령의 체코 방문시 환영행사가 열리는 가운데 애국가가 울리는 데도 손을 가슴에 얹지 않았다. 양옆에는 같이 간 고위인사들은 물론 대통령까지 모두 손을 얹고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었지만, 끝까지 차렷 자세를 고수했다.

착오도 법에 따라 했단 말인가

그 장면이 뉴스에 나가자 시청자들이 분노했고, 어제 대통령실은 입장문을 내놨다. "우측 전방의 국기를 발견하지 못해 발생한 착오"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국기를 볼 수 있는 국민은 국기를 향하여 경례를 하며, 국기를 볼 수 없고 연주만을 들을 수 있는 국민은 그 방향을 향하여 선 채로 차렷 자세를 취한다"고 대한민국 국기법에 규정돼 있다고 관련 법규까지 친절히 안내하고 있다. 스스로 '착오'라고 하더니, 착오도 법에 따라 했단 말인가. 아니면 법에 어긋나지 않았으니 괜찮다는 건가.

당사자인 김 차장이나, 그의 입장을 변호하는 대통령실이나 그렇게 말하면 과연 국민들이 다 마음 좋게 이해해줄 것이라 믿었을까.

"애국가 나오면 자동으로 가슴에 손이 올라가는 게 정상 아닌가."
"혼자 있었던 것도 아니고 옆 사람 눈치도 못보나."
"국기법도 모르고 손을 올린 옆 사람들이 잘못했다는 건가."

내용을 좀 순화시켰지만 모두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들이다. 여기까지는 그래도 양반이다. "혹시 이 분 국기는 태극기가 아닌 게 아닐까"라는 글에는 눈을 감고 싶다.

그가 외국에서 학교를 다녀 국기에 대한 경례법을 모를지도 모른다고 생각해봤다. 아니다, 무려 대학 학부까지 국내에서 다녔다. 외국 생활을 오래해서 그런가 하고 봤더니 국내 대학에서 교수 한 지도 20년이 훌쩍 넘었다. 이명박 청와대에서 공직자 생활을 이미 해봤고, 무엇보다도 이 정권 고위 공무원 근무만 2년반이 다 되어간다.

그간 수없이 많은 국내외 공식행사에 참석했을 테고, 수없이 많은 국기에 대한 경례를 했을 것이다. 무엇으로도 해명이 되지 않는다.

보도를 보면 김 차장이 항상 국기에 대한 경례를 잘못한 것은 아니다. 지난 5월 아랍에미리트 대통령 방한 공식 행사에서도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지 않았지만, 6월 윤석열 대통령의 카자흐스탄 방문때와 지난해 5월 기시다 일본 총리의 방한 당시에는 가슴에 손을 얹은 모습이 확인됐다.

▲ 김태효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1차장 ⓒ 남소연


야당의 공격만 막으면 끝이 아니다

야당에서는 "대한민국 국가안보의 주요 핵심 공직자로 있어서는 안 될 인물이라는 점을 스스로 확인시켰다"며 즉각 파면할 것을 요구하는 결의안까지 냈다.

그가 이 정권의 외교안보를 주무르는 사실상의 실세로 지목된 데다, 우리 국민의 마음보다는 '일본의 마음'을 더 중시할지도 모르는 사람으로 찍혀있기에 잘 걸렸다 싶었을 것이다.

대통령실은 착오였다고 해명하는 한편 "야당의 파면 요구와 관련해 대한민국의 외교 안보를 담당하는 공직자를 정쟁의 중심으로 몰아가는 것은 외교·안보적인 국익 측면에서 전혀 득이 될 것이 없다"고 덧붙였다.

야당의 주장을 '정쟁'으로 치부해 버리고 싶은 심정은 이해가 간다. 하지만, 그런 야당의 뒤에는 '그래서 어쩔 건데'라고 버티는 듯한 대한민국 외교안보 책임자의 민낯을 바라보는 국민의 따가운 시선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