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고발은 대통령실 사주? 전 행정관 "그거 다 내가 한 거야"
[언론장악카르텔 추적⑬] 김대남 전 대통령실 행정관 전화녹취록 속 의혹들
윤석열 정권의 언론장악 기도가 끝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임명 강행과 공영방송 이사진 교체는 그 정점에 있습니다. 오마이뉴스와 뉴스타파와 미디어오늘, 시사인, 한겨레 등 5개 언론사는 각 사 울타리를 넘어 진행하는 ‘진실 프로젝트’ 첫 기획으로, 현 정부의 언론장악 실태를 추적하는 ‘언론장악 카르텔’ 시리즈를 함께 취재 보도합니다[편집자말]
▲ 국민의힘 뉴시티프로젝트특별위원회 김대남 위원(전 대통령실 시민소통비서관 직무대리)(자료사진) ⓒ 권우성
보수시민단체인 '새로운민심(새민연)'이 윤석열 정부 언론장악카르텔의 또다른 '핵심 플레이어'로 주목받고 있다. 대통령실 전 행정관이 이 단체를 통해 특정 언론사와 언론인을 고발하도록 사주했다는 내용이 담긴 녹취록도 나왔다.
언론장악공동취재팀은 <서울의소리> 측으로부터 이명수 기자와 김대남 전 대통령실 선임행정관과 나눈 전화녹취록을 확보했다. 해당 녹취록에서 김 전 행정관은 대통령실 재직 시절 새민연이 <서울의소리> 등 언론사와 기자들에 대한 고발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서울의소리 녹취록에서 '김건희 여사 공천개입' 의혹 말고도 주목해야 할 지점이다. 이 통화에서 김 전 행정관은 "새민연은 우파 플랫폼"이라고도 했다.
김대남 전 대통령실 선임행정관 : "니네 백은종(서울의소리 대표)이 하고 있지, 서울의소리 니네 고발하고 이런 거 있잖아 시민단체…. 국힘(국민의힘)에서, 국힘에서 한 것보다도 여기 시민단체에서 한 게 몇 개 있어."
이명수 기자 : "그렇죠. 알고 있어요."
김대남 전 선임행정관 : "그거 다 내가 한 거야."
이명수 기자 : "형님이."
김대남 전 선임행정관 : "그러니까 봐라. 내가 용산에 있을 때 새민연이라고 우리 보수 우파 플랫폼인데, 신문에도 광고도 많이 나가는데. 그렇게 그 난리를 치면서 그렇게 고발도 해주고 백은종이도 고발해야지, 그다음에 또 여사(김건희 여사) 난리 쳤던 놈들도 내가 몇 군데를 고발을 해줬는데, 그런 나를 부시고 이렇게 밀어내?"
이는 보수 시민단체들의 언론사 고발전 배후에 '대통령실'이 있었다는 정황으로 볼 수 있다. 지난 23일 <서울의소리>가 김대남 전 행정관 녹음파일을 공개를 예고하자, 김 전 행정관은 보도자료를 내고 "사적인 통화에서 넋두리를 하며 실제와 다른 과장된 표현을 했다"며 "서울의 소리 측의 유도 질문에 넘어갔다"면서 법적 대응을 예고한 상태다.
김 전 행정관 측은 녹취록 전체를 겨냥해 "유도 질문"이라고 주장했지만, 앞뒤 내용을 살펴봐도 이명수 기자가 '언론사 고발'과 관련한 질문을 하진 않았다. 이명수 <서울의소리> 기자는 공동취재팀과 인터뷰에서 "저를 고발하는 사람 쪽이 친 여당 쪽인 거는 알고 있었기 때문에 누가 이렇게 대통령실에서 직접 이렇게 한다고 생각은 하지 않았다"면서 "근데 본인(김대남) 입으로 본인이 고발했다(고발을 시켰다)고 그러니까 깜짝 놀랐다"고 했다.
"신문에도 광고 많이 나가" 확인해보니 사실
▲ 문화일보에 게시된 '새로운민심'의 윤석열 대통령 취임 1주년 축하 광고 ⓒ 문화일보 캡쳐
공동취재팀 취재 결과, 김 전 행정관의 말 중 일부는 사실로 확인된다.
녹취록에서 김 전 행정관은 "신문에도 광고가 많이 나간다"라고 말했다. 공동취재팀 취재 결과, 새민연은 2022년 8월 10일, 12월 9일, 2023년 5월 10일, 9월 13일 등 <조선일보>와 <문화일보>, <서울신문>에 각각 지면 광고를 실었다. 이 중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1주년 축하, 민주노총과 화물연대에 대한 엄정 대응 촉구 등 정부 입장을 지지하는 내용도 있다. 과거 새민연에 몸담았던 한 관계자는 지난 24일 공동취재팀과의 통화에서 "여기저기, 한 4군데 광고를 했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김대남 전 행정관을 비롯한 대통령실은 새민연 관련 행사를 챙겨왔다. 2022년 11월 17일 열린 새민연 창립대회에는 김대남 전 행정관과 함께 현재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인 강승규 당시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 등이 참석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축하화환을 보냈고, 강승규 당시 수석은 축사를 했다.
김대남 전 행정관은 지난해 2월 9일 새민연 전국대회 축사에 나서 "미래를 위해 대한민국 발전을 위해 도와주시길 바란다. 저도 대통령실에서 열심히 돕겠다"고 했다.
김 전 행정관은 지난해 7월 새민연 인천지부 창립대회도 챙겼다. 그는 이 자리에서 "새민연은 원래 대선 때 조직본부에서 대선에 기여했던 많은 외곽의 지지단체들을 중심으로 새민연이 탄생됐다. 그때 제가 조직본부에서 대선 때 조직국장을 하면서 새민연 탄생을 같이 했다"고 했고, 사회자는 "김대남 비서관(당시 직책은 비서관 직무대리)은 윤 대통령 복심이고 분신이니까 지금 말씀하신게 다 대통령님 말씀이다(라고) 이해하겠다"고 화답했다.
"그 난리를 치면서 고발"... 관제데모 의혹도
▲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 후보와 나경원 전 원내대표가 2023년 2월 9일 오후 서울 마포구 케이터틀에서 열린 사단법인 새로운민심 새민연 전국대회에 참석해 인사를 하고 있다. ⓒ 이희훈
김대남 전 행정관이 스스로 "그거 다 내가 (새민연을 통해) 한 거"라고 밝힌 '비판언론 고발사주' 의혹을 직간접적으로 뒷받침하는 정황도 발견된다. 먼저 김 전 행정관이 언급한 새민연은 문화방송의 '바이든-날리면' 보도와 관련해 2022년 9월 26일 박성제 당시 사장 등을 대검찰청에 고발한 바 있다.
고발 당시 김대남 전 행정관은 대통령실 시민소통비서관실에 재직 중이었고, 새민연은 MBC와 박성제 당시 사장 고발(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등)과 동시에,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대통령실 매국 MBC 기자를 즉각 퇴출하라'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릴레이 1인 시위도 했다. 당시 새민연 1인 시위에 참석했던 이순임 전 MBC 제3노조위원장은 지난 2022년 11월 24일 새민연 사무총장 등과 함께 고발인 조사를 마치고, 현장에서 유튜브 스트리밍 방송을 하기도 했다. MBC 고발 이후 여러 유튜브 채널에서 이 내용을 다뤘는데, 새민연이라는 단체가 존재감을 보였던 사건이기도 하다.
김 전 행정관은 2022년 12월 5일 시민단체 '새시대국민연합' 발대식에서 "언론도 우리 쪽이 아니다. 최근에 있었던 MBC 사건만 해도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께서 뭔가 좀 더 확실히 하고자 하는데 좌파나 민주노총이나 이런 데서는 대통령의 퇴진 요구까지 한다"고 MBC 측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를 종합하면 새민연의 MBC 고발 역시 김 전 행정관과의 교감이 있었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MBC 고발'로 존재감을 알린 새민연은 2022년 7월 9일 복수의 시민단체들과 함께 발기인 총회, 같은해 9월 22일 행정안전부로부터 법인 설립 허가를 받았다. 새민연 이사로 활동한 관계자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긴 소개 글을 보면, 이 단체는 2021년 4월 '윤석열정권교체 행동연대'에서 출발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 후 '윤석열 충북지지연대'로 활동 중 해산했다가, 남은 회원들이 '민주법치사수 국민연합'으로 운영, 이후 전국조직이 연합해 새민연으로 출범했다.
새민연의 법인 등기부등본을 보면, 주민자치의 인식제고와 활성화를 위한 시민교육 사업, 지역이기주의 개선과 지방자치단체간분쟁 예방을 위한 시민인식개선사업, 지방자치 정착과 효율 신장을 위한 논의와 제안사업 등의 사업을 한다고 명시돼 있다.
공동취재팀은 지난 25일 김대남 전 행정관, 김흥수 전 새민연 부회장(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언어특위 자문위원) 등의 입장을 묻기 위해 전화를 걸고 문자도 남겼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 공동취재단은 김 전 행정관의 '비판언론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해 대통령실에 전화와 문자메시지 등으로 입장을 물었으나 답변이 오지 않았다.
*언론장악 공동취재단: 신상호(오마이뉴스) 박종화 연다혜(이상 뉴스타파) 박재령(미디어오늘) 문상현(시사IN) 최성진(한겨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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