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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 성공... 감독 이승엽의 다음 과제

26일 롯데에 4-3 승리... 포스트시즌서도 실력 입증해낼까

등록|2024.09.27 16:34 수정|2024.09.27 16:34

▲ 두산 이승엽 감독 ⓒ 두산베어스


이승엽 감독이 이끄는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가 4위를 확정하며 2년 연속 가을 야구 진출에 성공했다.

두산은 9월 26일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 4-3으로 승리하며 73승 68패 2무를 기록했다. 5위권과의 격차를 2.5게임으로 벌린 두산은 28일 열리는 NC 다이노스와의 최종전 결과에 상관없이 4위로 와일드카드 시리즈 홈어드밴티지를 확보했다.

실력으로 우려 불식한 '초보감독'

이승엽 감독에게도 개인적으로 의미있는 성과였다. 그는 2022년 10월, 두산과 3년 계약에 총액 18억 원이라는 파격적인 조건으로 지휘봉을 잡았다. 한일통산 626홈런, KBO 리그에서만 467홈런(역대 1위), 5회의 한국시리즈 우승과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등 수많은 위업을 세운 한국야구사 최고의 레전드라는 상징성에 걸맞게 '슈퍼스타 출신 감독'에 대한 예우였다.

그의 등장은 또다른 측면에서도 화제를 모았다. 이승엽 감독은 2017년을 끝으로 은퇴한 후, 두산 지휘봉을 잡기 전까지는 정식 프로 지도자 경험이 아예 전무한 '초보 사령탑'이었다. 그나마 스포츠 예능 <최강야구>에서 은퇴자와 아마추어 선수들이 주축이 된 방송용 팀의 지휘봉을 잠깐 잡은 것이 감독 경력의 전부였다. 더구나이전까지 두산과는 별다른 연결고리가 없는 '삼성맨'의 이미지가 더 강했다.

두산은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명문팀이다. 한국시리즈 우승만 6회나 차지했으며, 전임인 김태형 감독(현 롯데) 시절에는 무려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3회 우승)이라는 전대미문의 대기록을 수립하기도 했다. 비록 마지막 해에는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하며 재계약도 불발됐지만, 야구팬들은 현역 최고의 감독을 포기하고 굳이 경험없는 초보 감독을 데려온 구단의 결정에 쉽게 납득하지 못했다. 그동안 슈퍼스타 출신 감독의 실패사례처럼 자칫 선수시절의 명성에만 기댄 '낙하산 인사'가 될 수 있다는 시선도 있었다.

이승엽 감독은 성과로서 자신을 둘러싼 의심을 불식시키는 데 성공시켰다. 사령탑 데뷔 첫 시즌인 2023년 이승엽호는 74승 2무 68패를 기록하며 5위로 가을야구 진출에 성공했다. 직전 시즌 9위에 그쳤던 두산은 이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순위는 네 계단, 승수는 +14승이나 반등했다. 그해 7월에는 구단 역대 최다 연승 신기록인 11연승을 질주하는 돌풍을 일으키기도 했다.

2년차를 맞이한 2024시즌, 두산은 내부 FA 양석환, 홍건희를 잔류시키는 데 성공했고 외국인 투수 라울 알칸타라-브랜든 와델 듀오와도 재계약를 마쳤다. 새로운 외국인타자 헨리 라모스를 데려오며 일찌감치 외인 구성을 마쳤다. 이승엽 감독은 지난 시즌 부진했던 김재환을 부활시키기 위하여 이례적으로 1대1 지도에 나서기도 했다. 코칭스태프도 대폭 개편하며 자신의 경험 부족을 보완하고 친정체제에 힘을 실었다.

두산은 2024시즌 개막후 한때 9연승을 질주하며 5월 승률 1위에 오르는 등 전반기를 46승 2무 39패 승률 .541을 달성했고 리그 3위의 성적으로 마감했다. 이승엽 감독은 5월 18일 홈 롯데전에서 KBO리그 58번째로 감독 통산 100승을 달성하는 기쁨도 누렸다.

후반기 들어서는 일시적인 부진으로 8월 이후 순위가 4위로 떨어졌고 중위권의 거센 추격으로 5강권을 위협받기도 했다. 그래도 두산은 9월 14일 KT전부터 21일 LG와 더블헤더 1차전까지 5연승 행진을 달리며 막판 뒷심을 발휘해 2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에 쐐기를 박았다.

이번 시즌 두산의 가을야구 진출이 갚진 이유

▲ 9월 19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4 프로야구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4-9로 승리를 거둔 두산 이승엽 감독이 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다. ⓒ 연합뉴스


사실 두산이 올해 거둔 성적은 지난해와 거의 흡사하다. 순위는 한계단 높아졌지만, 만일 NC와의 최종전을 승리한다면, 74승 68패 2무로 지난해 승-패-무까지 모두 동일한 판박이 성적이 된다.

그럼에도 두산의 올해 가을야구 진출이 지난해보다도 더 값진 평가를 받는 것은 사실상 국내 선수들의 분전만으로 이룬 성과이기 때문이다.

두산은 올해 프로야구에서 전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는 외국인 선수 효과를 거의 누리지 못했다. 에이스였던 알칸타라가 부상과 부진을 거듭하면서 12경기 2승 2패 평균자책점 4.76을 남기고 7월 방출됐다. 2선발 브랜든 와델은 14경기 7승 4패 평균자책점 3.12로 호투했으나 어깨 부상으로 6월 23일 삼성전을 끝으로 시즌 아웃됐다.

브랜든의 단기 대체자로 영입한 일본 독립리그 출신 시라카와 케이쇼 역시 7경기 2승 3패 평균자책점 평균자책점 6.03으로 부진한데다 설상가상 팔꿈치 통증이 발생해 계약 기간도 다 채우지 못하고 떠났다. 알칸타라의 대체자인 조던 발라조빅도 11경기 2승 6패 평균자책점 4.34에 그쳤다.

올해 두산의 외국인 투수들이 합작한 승수는 총 13승. 리그 정상급 선발투수로 성장한 두산 토종에이스 곽빈(15승)이 홀로 거둔 개인승수에도 못미친다. 외국인 농사 실패에 따른 선발야구 붕괴는 자연스럽게 불펜의 과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마무리 김택연을 비롯해 이병헌, 최지강, 홍건희, 이영하 등 불펜 요원들이 소화한 이닝만 593이닝으로 리그 전체 1위다. 자연히 이를 두고 혹사 논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산은 위기에 강했다. 곽빈과 발라조빅을 제외하고는 내세울 만한 선발 카드도 부족한 상황에서 중요한 고비마다 7일과 14일 KT전, 23일 SSG전 가을야구 경쟁 상대와 맞대결을 모두 승리로 장식하며 9월의 위기를 넘겼다.

박철순 이후 42년만의 베어스 출신 다승왕을 노리는 곽빈은 커리어 최다승을 달성하며 리그 정상급 선발투수로 거듭났다. 2005년생 10대 마무리 김택연은 60경기에서 3승 2패 19세이브 자책점 2.08의 호투로 두산의 뒷문을 든든하게 지켰다. 김재환은 28홈런 90타점. 타율 .280로 커리어 로우를 찍었던 지난 시즌의 악몽을 어느 정도 벗어났다. 조수행과 정수빈은 KBO 역사상 최초의 단일팀 동반 50도루 기록을 수립하며 두산의 발야구를 이끌었다.

가을야구에서 더 나아진 성과 보여줘야

이승엽 감독은 이제 가을야구를 바라보고 있다. 그는 사령탑으로서 첫 가을야구였던 2023시즌에는 NC에 9-14로 대패하며 한 경기만에 포스트시즌을 마김해야 했다. 올해 두산은 5위 후보 KT에는 12승 4패로 강했으나 SSG에는 7승 9패로 근소하게 약한 모습을 보였다.

초보 감독으로서 부임후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값진 성과를 이뤄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일부 두산 팬들은 이승엽 감독의 경기운영 방식이나 투수혹사 문제를 거론하며 부정적인 평가가 적지 않다. 올해도 와일드카드 시리즈에서 시작하게 됐지만 지난해와 달리 이번엔 홈어드밴티지까지 있는만큼 가을야구에서 더 나아진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는 게 그의 다음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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