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아름다운 휴양도시, 맨홀뚜껑마저 남다르네요

[일본 소도시 투어(1)] 시즈오카현 2박3일... 심형탁 보고 여기로 정했습니다

등록|2024.10.02 10:51 수정|2024.10.02 10:54
주말을 틈타 훌쩍 다녀오기 가장 만만한 해외여행지가 일본이다. 최근 엔저 등으로 한국인 여행객이 급증하면서 오사카나 도쿄처럼 많이 알려진 장소 대신 소도시 투어가 인기를 얻고 있다. 여행 예능을 통해 알려진 우동 명소 다카마쓰나 울창한 숲이 아름답다는 센다이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 9월 초, 조금 늦게 여름 휴가를 얻은 배우자가 일본 소도시 여행을 제안했다. 생각해보니 노노재팬, 코로나 같은 변수로 인해 함께 해외에 가본 지도 오래 전이다. 나는 4~5곳 정도의 후보지를 추려 제시했고, 배우자는 녹차와 와사비로 유명하다는 시즈오카를 택했다.

채널A '신랑수업' 프로그램에서 심형탁과 아내 사야의 신혼여행지인 이 곳을 보고 내심 가보고 싶다 생각했던 나는, 곧장 비행기표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인천공항에서 출발하는 시즈오카 직항은 단 한 곳, 제주항공에서만 운항 중이다. 최근 에어서울도 운항을 재개한다는 소식이 들린다. 여행경비는 수수료를 아낄 수 있는 트래블월렛에 미리 충전해 두었다.

숙소는 첫날 비즈니스호텔, 둘째날은 한적한 료칸으로 정해 온라인으로 예약했다. 두 곳 모두 체크인 할 때 결제가 가능하다.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말년을 보내려 선택한 곳

시즈오카 공항 버스정류장시즈오카 후지산 공항에 내렸을 때 이미 어둠이 깔리고 있었다. ⓒ 정세진


인천공항에서 오후 3시쯤 출발한 비행기는 2시간 반의 비행 후 시즈오카에 인접한 후지산 공항에 착륙했다. 이것저것 수속을 마치고 나니 벌써 저녁이 다 된 시간이어서 급히 공항 세븐일레븐에서 현금을 찾고 공항버스에 올랐다. 공항에서 시즈오카 시내까지는 약 1시간 15분 가량 걸린다.

2022년 혼자 유럽에 갔을 때는 트래블월렛이 꽤 편리했는데, 카드결제가 거의 안되는 일본의 경우 그 효용성에 살짝 의문이 든다. 최근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은행에서 수수료 없이 출금할 수 있었는데, 이번에는 이온(Aeon)은행을 제외하면 액수에 따라 100~200엔의 수수료가 붙는 것이다. 심지어 시즈오카에는 이온은행 자체가 몇 군데 없었다. 현금을 찾을 때 소액보다는 한번에 인출하는 쪽이 일본에서는 나은 듯하다.

첫날 숙박한 곳은 시즈오카 역에서 가까운 윙 인터내셔널이라는 비즈니스 호텔이다. 가성비 숙소인 만큼 방 크기는 작지만, 청소 상태가 좋고 대욕장에서 목욕도 할 수 있다. 로비에는 어메니티가 빠짐없이 챙겨져 있어 필요한 만큼 들고 가면 된다. 대욕장이 있는 층에는 휴게실에 안마의자가 설치됐고 웰컴 드링크도 나온다. 밤늦은 시간에 도착한지라 우리는 곧장 목욕 후 바로 잠이 들었다.

슨푸 성 주변도쿠가와 이에야스가 말년을 보낸 슨푸성이다. ⓒ 정세진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몰락한 후 최후의 승자가 된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아들 히데타다에게 쇼군직을 물리고 슨푸에서 말년을 보냈다. 해자에 둘러싸인 성은 그리 크지 않고 소박한 느낌이다. 성 주변은 공원으로 꾸며 놓았는데, 사람이 거의 없는 오전시간이 특히 산책하기 좋다.

아름드리 나무들이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놓은 모습이 곳곳에서 보였다. 이 동네는 나름 녹지를 잘 보존하고 있구나 싶어 조금 부러운 마음이 든다.

전망대에서 본 후지산과 포켓몬 맨홀뚜껑아쉽게도 날씨 때문에 후지산은 제대로 볼 수 없었다. 지역색을 살린 맨홀뚜껑이 귀엽다. ⓒ 정세진


슨푸성 건너편에는 20층 정도의 건물이 있는데 바로 시즈오카 현청이다. 전망대에 오르면 시즈오카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맑은 날에는 후지산도 볼 수 있다고 하는데, 우리가 간 날은 산 정상 날씨가 좋지 않은 것인지 구름이 껴 있어 아쉬웠다.

근처 시즈오카 역사박물관에서 에도 막부와 슨푸의 역사를 소개하는 전시도 관람했다. 사진 촬영이 금지돼 인증샷은 남길 수 없었지만 유물과 그래픽을 적절히 조합해 시간을 두고 둘러보기 좋다.

일본 각 도시에 가면 지역색을 살린 맨홀 뚜껑들이 있다. 시즈오카 시 맨홀 뚜껑의 테마는 바로 포켓몬. 알록달록 귀여운 맨홀이 시선을 잡아끈다.

프라모델 전시관규모는 작지만 아기자기한 볼거리들이 많다. ⓒ 정세진


식사를 마치고, 배우자가 가보고 싶다고 한 시즈오카 하비스퀘어로 향했다. 건담 프라모델을 만드는 반다이는 바로 시즈오카에 본사를 두고 있다. 전시 관람은 무료로, 내부가 다소 협소하지만 아기자기한 볼거리들이 많다.

건담과 미니카 외에도 전통 공예품과 디오라마 등이 있다. 에도성, 범선 모형에 옛날식 가구의 미니어처, '식완'이라고 불리는 미니어처 장난감들이 키덜트들의 덕심을 자극하는 장소였다. 시즈오카시 공식 블로그(바로가기 링크)에 가면 보다 자세한 정보들을 찾아볼 수 있다.

'뜨거운 바다', 시끌벅적 휴양도시 아타미(feat.열차 정보)

아타미 시내휴양지 아타미 ⓒ 정세진


시즈오카에서 이토로 가려면 중간에 한번 열차를 갈아타야 한다. 그 중간 지점이 휴양지로도 유명한 아타미다. 참고로, 기차로 이동 시에는 알아둬야 할게 있다. 패스를 구매하지 않았다면 역 매표소에서 열차표를 사야 하는데 이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바로 신칸센 표를 내주는 경우가 많다.

가격은 로컬 열차보다 두 배 이상 비싸기 때문에 돈이 더 들더라도 편하게 갈 생각이 아니라면 로컬 표로 달라고 해야 한다. 그리고 외국인에게만 판매하는 기간별 패스도 대부분 신칸센 노선은 제외다.

시즈오카 철도 공식 홈페이지(링크)에 들어가면 운임과 배차 정보 등을 확인할 수 있다. 현지에서 자동발매기를 이용할 경우 한국어 안내가 지원되고, 행선지를 입력하면 요금이 뜬다.

뜨거운 바다(熱海)라는 뜻의 '아타미'는 온천 관광으로 유명하다. 바다를 낀 휴양도시이다 보니 오히려 시즈오카보다 훨씬 북적이는 분위기다. 역에서 내리면 노천 무료 족욕장이 있는데 마침 우리가 갔을 때는 운영하지 않고 있었다. 맛집과 기념품 샵 등이 즐비한 거리를 지나 바다를 보러 갔다.

화산 지형이라 우리나라처럼 새하얀 백사장이 아닌, 검은 모래가 인상적이다. 바닷물 빛깔도 다크 블루에 가깝다. 탁 트인 바다 풍경이 멋져서 열심히 사진도 찍고 뷰를 만끽했다. 다만 해안으로 내려갔다가 다시 기차역으로 오려면 가파른 계단이 많은데 이 코스가 은근 힘들었다. 거의 산속 약수터 다녀오는 기분이랄가.

이토 료칸 요시노온천탕, 조식제공이 되는 숙소로 인테리어가 멋지다. ⓒ 정세진


이토에 예약해둔 숙소로 이동했다. 아타미에서 기차로 대략 20~30분이 걸린다. 여행 전 료칸을 물색하며 일본 사이트인 '자란넷(https://www.jalan.net/kr/japan_hotels_ryokan/)'을 처음 이용해봤다.

우리는 일단 노천탕이 있는지, 식사가 나오는지를 일단 기준으로 삼았다. 괜찮은 료칸을 찾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는 않은 게, 가격과 음식 등 다른 조건이 만족스럽더라도 대중교통으로 가기 힘든 곳이 많기 때문이다. 픽업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렌터카로 알아서 찾아 가야 한다.

영어가 전혀 안 통하는 숙소가 많다는 것도 난감한 점이다. 결국 여행 목적이 관건인데 '온천'을 꼭 가야 하는 게 아니라면 대도시에도 고풍스럽게 꾸며 놓은 료칸들이 많다. 시내에 온천이 없는 교토가 대표적이다. 그밖에 요리가 맛있는지, 잠자리가 편한지 등 본인이 우선시하는 요소를 고려해 숙소를 정하는 게 합리적일 것이다.

아무튼 이토에서 1박 하기로 정한 요시노는 한국인 후기가 없어서 왠지 불안했었다. 경험상 부킹닷컴 같은 곳에서 리뷰를 볼 때 나름 신뢰할 만한 기준은 한국인이 쓴 후기다. 대체로 서구권 여행객들은 타 지역, 특히 아시아 숙소에 대해 '쓸데없이' 평이 후한 경우가 많아서다.

다행히도 이곳 요시노 사장님은 영어에 매우 능통했고 우리가 위치를 못 찾자 직접 마중을 나와 주셨다. 다다미가 깔린 객실도 꽤 널찍하고 청결했다. 한숨 돌린 우리는 일단 짐을 풀고 온천욕을 하기로 했다.

요시노의 대욕장은 두 곳으로 하나는 2층에 자리 잡은 암반 온천탕, 또 하나는 4층 옥상에 있는 노천탕이었다. 일정 시간이 되면 남탕과 여탕이 바뀐다(확인은 못해봤으나, 썰에 따르면 음기와 양기를 적절히 순환시키기 위해서란다).

작은 바위를 타일처럼 쌓아 만든 암반탕이 좀 더 뜨거운 느낌이다. 바닥에 다다미를 깐 노천탕은 유리문을 열고 나가면 있다. 바다가 보이지는 않지만 해풍을 맞으며 온천물에 몸을 담그고 있으니 절로 몸이 노곤해진다. 생각보다 오랜 시간 온천욕을 하고 나서 나는 꿀잠에 빠져들었다.

한적한 이토 풍경바다가 끝없이 펼쳐진 이토의 조용한 낮 모습 ⓒ 정세진


체크아웃을 하고 기차 시간까지는 조금 여유가 있어 이토 해안가를 둘러봤다. 시끌벅적한 아타미에 비해 이곳은 고요할 정도로 한적하다. 이국적인 야자수들이 곳곳에 보이고 일본 청춘 영화 한 장면에 등장할 것 같은 소도시 풍경이 인상적이었다. 뜨거운 태양과 바다가 주는 힐링을 뒤로 한 채, 우리는 다시 기차를 타고 아타미로 향했다.

아타미에서는 마지막 점심식사와 지인들에게 줄 선물 쇼핑을 해결했다. 공항 가는 시간이 촉박할까 조금 걱정했는데 검색 끝에 플랜 B를 찾았다. 시마다 시 가나야 역에서 공항버스를 타는 것이다. 가나야에서 시즈오카 공항까지는 약 15분으로, 이렇게 가면 소요시간이 가장 짧다. 다만 운행 간격에 따라 오히려 더 지체될 수도 있으니 시간표를 반드시 확인하기를 권한다.

짧은 일정이었지만 나름대로 알차게 보낸 듯 해서 여러모로 만족스러웠다. 다음 기사에는 시즈오카 본격 먹방투어를 소개할 예정이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