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남편 외도 의심하던 아내, 이혼하지 못한 속사정

[리뷰] JTBC 부부 솔루션 <이혼숙려캠프>

등록|2024.09.27 16:32 수정|2024.09.27 16:33
남편의 반복되는 가벼운 행동으로 깊은 마음의 상처를 안게 된 아내, 그런 아내의 끝없는 의심과 추궁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남편, 부부의 팽팽한 대립은 과연 해소될 수있었을까.

9월 26일 방송된 JTBC 부부 솔루션 <이혼숙려캠프>에서는 4기 두 번째 출연자인 '의심부부'의 이야기가 그려졌다.

결혼 22년차 중년 부부의 위기

▲ JTBC 부부 솔루션 <이혼숙려캠프> 관련 이미지. ⓒ JTBC


정대호-이연옥 부부는 결혼 22년차로 성인이 된 두 딸을 둔 중년의 부부였다. 이 부부는 벌써 몇 번이나 이혼 문제로 법원을 다녀왔고 실제로 이혼 신청까지 간 적도 있었다고 밝혔다. 아내는 남편의 잦은 폭언과 외도 문제를 제기했고, 반면 남편은 아내의 과도한 간섭과 의심으로 인한 피로를 지적했다.

가사조사를 위하여 부부의 일상이 영상으로 공개됐다. 먼저 아내 측 영상에서 남편은 살림을 하는 아내에게 일을 돕지도 않으면서 온갖 잔소리 폭격을 늘어놨다. 심지어 남편은 20년 넘게 발톱을 깎는 것도 아내에게 요구하는 모습으로 보는 이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아내는 남편은 자신의 생일은 꼬박꼬박 챙기면서 정작 자신의 생일에는 관심도 없다고 서운함을 토로했다. 또한 아내는 남편이 다혈질적이고 욱하는 성향이 있어서 대화를 하다가도 갑자기 화를 내거나 폭언을 한다며 불안감을 드러냈다.

이번엔 남편 측 영상이 공개됐다. 대형마트에서 근무하는 남편은 정기적인 용돈을 받는 대신 아내의 카드를 받아 대신 쓰고 있었다. 지출 내역이 모두 아내의 휴대폰으로 곧바로 전송되다보니 남편은 카드로 커피 한 개를 구매하는 것도 일일이 아내의 허락을 받아야 했다. 남편이 출퇴근용으로 오토바이 구매를 요청했으나 아내는 단호하게 거절했다. 남편은 아내의 지나친 경제적 구속으로 사회 활동이 어렵다며 불편함을 토로했다.

아내가 남편의 씀씀이에 민감하고 경제적으로 엄격하게 통제하는 이유는, 이미 몇차례나 사업을 벌였다가 실패한 전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남편은 아내의 경제적 도움을 받아 몇 번이나 사업을 시도했으나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심지어 사업실패로 인한 빚까지 모두 아내가 청산해줬다고. 그럼에도 남편은 여전히 또 다른 사업에 대한 미련을 드러냈다.

또한 아내는 남편의 사생활을 일거수일투족까지 지나칠 정도로 의심하고 감시하려고 했다. 남편이 휴대폰으로 누군가 통화라고 하게 되면, 아내는 그 대상이 누군지 일일이 확인하려 들었고 아예 휴대폰 검사까지 요구할만큼 '의부증'에 가까운 강박을 드러냈다.

그 이유에 대하여 아내는 남편이 원래 "여자들에게 친근하고 다정하게 대하는 성격"이라며, 의심할만했던 사건들을 일일이 거론하고"사생활 감시는 남편이 자초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남편은 "아내 혼자만의 생각"이라며 의심할만한 행동을 전혀 저지르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서장훈은 아내에게 "남편을 너무 과대평가하는 것 아니냐"라며 의문을 제기하며 "바람피우는 것도 돈이 있어야 한다"며 경제적 능력이 없는 남편의 외도 가능성이 현실적으로 낮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아내는 "남편은 원래 여자문제가 있었다. 남편이 잘생기거나 키가 큰 건 아니지만, 여자에게 끌리는 타입인가 보다"라며 마치 험담같은 남편 자랑을 날리자, 보고있던 패널들과 다른 부부들까지 일제히 박장대소하고 말았다.

알고보니 아내의 의심에도 나름의 근거가 있었다. 남편은 평소 SNS에 깊이 중독된 상태였고 휴대폰을 통하여 여성을 팔로우하거나 선정적인 동영상을 종종 즐겨봤다. 아내는 남편의 SNS로 팔로우한 대부분이 여자라고 주장했다.

▲ JTBC 부부 솔루션 <이혼숙려캠프> 관련 이미지. ⓒ JTBC


아내는 20여년전 아이를 임신하고 있던 시절, 남편이 한 카드사 여직원과 외도를 시도한 정황이 있었다고 폭로했다. 남편은 카드 가입을 권유하기 위하여 여직원이 먼저 연락을 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아내는 남편의 통화내역을 확인한 결과 남편이 먼저 전화를 걸었던 경우가 더 많았다고 반박했다.

남편의 수상한 행동들은 이것만이 아니었다. 남편은 과거에 아내 몰래 모텔과 단란주점에 다녀온 영수증이 발각되는가 하면, 헤어진 전 여친과 온라인 채팅을 주고받으며 "사랑한다"는 은밀한 대화를 나눈 것까지 드러났다.

이에 남편은 모텔 사건은 만취한 동료를 데려갈 곳이 마땅치 않아 인근 모텔에 재우고 자신이 값을 지불한 것이라고 해명했고, 전 여친과의 채팅 자체는 인정했지만 그 내용은 아무런 의미없이 가벼운 대화였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전 여친과의 사건은 부부를 실제 이혼 직전까지 몰고 갔으나, 자녀들을 생각한 아내의 용서로 간신히 파국을 면했다.

하지만 아내는 아직도 그때의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였다. 아내는 그 이후로 남편에게 한번도 진정성있는 사과를 받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아내가 그 사건으로 대화를 시도하면 남편이 일단 무조건 부인하며 대화를 차단해버린다고.

남편은 오해하게 한 부분에 대해서는 사과했지만, 바람을 핀 것은 결코 아니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부부는 22년의 세월동안 아내의 요구로 남편에게 수많은 각서를 받았지만, 서로간 근본적인 마음의 응어리는 계속 쌓여가고만 있는 상태였다.

부부는 술자리를 갖다가 또다시 과거 이야기가 나오자 언성이 높아졌다. 아내는 남편의 과거 외도를 의심하며 추궁했고, 남편은 과거는 과거일 뿐이라며 대립했다.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평행선 같은 대화에 남편은 결국 언성을 높이며 자리를 일어나버렸다. 아내는 눈물을 보이며 아이들 때문에 이혼을 포기한 것을 후회했다.

어쨌든 이혼하지 않고 용서를 했음에도 아내는 계속 남편에게 과거 문제를 거론하는 이유에 대하여 "남편으로부터 아직 참된 사과를 받 지못했다"고 주장했다.

아내가 남편을 떠나지 못한 진짜 이유

▲ JTBC 부부 솔루션 <이혼숙려캠프> 관련 이미지. ⓒ JTBC


남편의 행동이 과연 바람이라고 볼수 있는지에 대하여 패널과 부부들의 의견은 다소 엇갈렸다. 하지만 아내가 "남편이 전 여친과 나눴던 채팅 대화를 증거로 아직까지 보관하고 있다"고 털어놓자, 여론은 반전되어 아내 쪽으로 기울었다. 남편은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바람은 아니라고 끝까지 부인했다.

부부는 이번엔 심리극 치료에 나섰다. 남편은 어릴 때 폭력적인 아버지로부터 많은 상처를 받은 기억이 있었다. 심리극 전문가가 재연한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남편의 자신의 욱하는 모습도 아버지에게서 왔음을 깨닫고 인정하게 됐다.

이어 남편은 자신의 착한 자아와 나쁜 자아를 들여다보는 이중자아 기법 치료를 받았다. 남편은 역시나 나쁜 마음의 유혹에 쉽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지켜보던 전문가는 남편에 대하여 "어린아이같은 마음이 있다"고 진단하며 "여자, 술, 도박 등 자신의 애착대상을 찾아다니는 행위를 오브젝트 시킹(Object seeking)이라고 한다. 남편에게는 SNS 중독이 그렇다. 뭔가를 끝없이 채우기 원하지만 채워지지 않고 끝내는 아무 것도 남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남편은 심리극 이후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게되면서 조금씩 심경의 변화를 드러냈다.

부부는 이번엔 심리상담 전문가와 개인 상담치료에 나섰다. 전문가는 아내가 요구하는 '진정성있는 사과'가 어떤 것인지 질문했다. 그런데 아내는 뜻밖에도 "사랑한다"는 말이 듣고싶다고 밝혔다. 의외의 답에 놀란 전문가는 "아내가 원하는 건 사과가 아니라, 남편의 진정한 사랑인가"라고 확인했고 곰곰이 생각하던 아내는 "그렇다."고 인정했다.

아내는 "남편이 아내를 사랑하지 않는 것 같냐"는 질문에 선뜻 대답하지 못하고 "모르겠다"며 눈물을 쏟아냈다. 아내는 남편을 죽도록 미워하는 것 같으면서도 한편으로 여전히 사랑하고 있었다. 매번 사업을 말아먹고 무능한데도, 바람을 피울지 의심하고 걱정이 되면서도 여전히 남편을 떠나지 않은 진짜 이유였다.

아내는 "22년 동안 가정을 지키기 위하여 노력했는데, 어느 순간 내가 없는 것 같더라. 남편이 내 위에 있는 것 같고, 나는 종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남편의 마음속에는 내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이제는 뭔가 바꾸기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고백했다.

남편은 아내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있는데 답답함을 호소했다. 남편은 과거의 감정을 오래 담아두지않고 싸우다가도 금방 괜찮아지는 성격이라고 자신을 설명했다. 이에 전문가는 "남편은 뒤끝이 없지만, 아내에게는 미해결 상태다. 남편이 진짜 외도이건 아니건, 아내에게는 오랫동안 남는 '정신적 외상'이 된다. 아내의 불안이 계속되면 부부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고 조언했다.

아내의 불안을 줄일 수도 있는 사람도 오직 남편 뿐이지만, 정작 남편의 가벼운 행동은 오히려 아내의 불안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전문가는 "믿음의 범위에서 벗어나면 불안해서 못견딘다. 아내는 늘 심장이 부정맥 상태인 것이다"라고 진단했다. 남편은 아내의 심각한 상태를 초래한 책임 자신에게 있다는 사실을 수긍했다.

이어진 그림 치료에서 아내는 가족의 그림에 남편과 두 자녀만 그리고, 정작 자신의 모습은 포함시키지 않았다. 재차 그린 아내의 자화상에는 두 발이 그려지지 않는 모습으로 표현했다.

전문가는 이를 두고 "아내의 삶은 발이 묶인 상태다. 가족에게 헌신하는 사람에게 나타는 전형적인 그림"이라고 분석하며 "아내는 본인의 삶이 없고 자신의 존재가 텅빈 상태"라고 진단했다. 비로소 많은 것을 깨달은 남편은 "모든 걸 아내가 가장처럼 짊어지게 해서 미안하다"고 고백했다.

마지막으로 부부는 서로에게 진심을 털어놓은 시간을 가졌다. 남편은 아내의 손을 꼭 잡고 과거의 일에 대해 사과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오랜 세월 기다려온 남편의 진정성있는 사과에 아내도 함께 눈물을 흘렸다.

아내는 "남편이 살면서 우는 걸 못 봤다. 그 눈물 속에서 진심을 느꼈다"고 남편의 변화에 놀라워하며 벅찬 마음을 밝혔다. 남편도 상담을 통하여 많은 심경의 변화가 있었음을 고백하며 진심으로 아내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을 전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