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난 로드킬, '불쌍하다'하고 끝날 일 아닙니다
여행 3일 동안 7마리의 사체 목격... 작년 최다 피해는 고양이, 3만 8천 마리
대학원 생활을 할 때였다. 학교 입구에 차량이 지나다니는 길 가운데에 비둘기 사체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자동차들이 사체를 가운데 둔 채로 아슬하게 옆을 지나갔다. 로드킬을 당한 동물의 사체는 지자체에서 수거하고 쓰레기봉투에 넣어 처리된다.
이미 숨을 거뒀지만 쓰레기봉투에 담겨 폐기물로 처리될 비둘기를 생각하자 괜스레 속상했다. 가방에서 이면지를 꺼내면서 비둘기 사체를 집어들 상상을 하자 약간의 무서운 감정이 올라왔다. 결국 사체를 잘 마무리했고, 할 수 있는 건 그뿐이었다.
자주 보이진 않더라도, 도심지에서 이렇게 생을 마감하는 존재들이 얼마나 많을까.
길 위에서 죽는 비인간동물들, 작년 급격히 늘어난 고양이 로드킬
서울에 사는 필자는 뚜벅이다. 대중교통이 열악한 비수도권 지역에 출장 업무가 생기거나 여행을 하게 되면 종종 자동차를 운전한다. 아무래도 자동차를 운전하다 보면 도로 환경을 더 세심하게 둘러보게 된다.
최근 강원도 고성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2박 3일 일정 동안 대부분 자동차를 타고 이동했는데 도로 위에서 충격적인 장면을 목도하게 되었다. 개 1마리, 고양이 3마리, 야생동물 1마리, 뱀 1마리, 정체 모를 작은 동물 1마리 총 7마리의 사체를 보았다.
도로 위에서 동물이 자동차에 치여 죽는 것을 우리는 '로드킬'이라고 부른다. 로드킬로 죽는 동물은 고라니, 너구리, 멧돼지, 노루, 오소리, 개, 고양이 등으로 다양하다.
로드킬이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로드킬이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 도로 때문이다. 책임의 소재를 정확히 묻는다면, 자동차 그리고 자동차를 운전하는 인간 때문이다.
지역과 지역을 잇는 교통망이 발달할수록 당연히 비인간동물의 거주지는 파괴된다. 자동차가 달리는 도로는 비인간동물의 이동 경로를 끊어버린다. 마치 도로 위 자동차는 영화 미션 임파서블의 레이저터널이 된 셈이다.
새로운 도시가 개발되거나 도시와 도시를 잇는 도로가 개발될 때만 비인간동물의 죽음이 발생되는 걸까. 그렇지는 않다. 도심 내부의 밀도를 높일수록 죽는 동물의 수도 증가한다.
캐나다 철학자 도널드슨(Sue Donaldson)과 킴리카(Will Kymlicka)는 도심 내에서 거주하는 동물을 경계동물이라고 칭했다. 경계동물은 인간에게 길들여지지 않았지만, 인간이 만든 환경에 의존하여 인간 주변에서 사는 동물을 가리킨다. 대표적으로 고양이, 비둘기, 참새, 갈매기 등이 있다.
도심의 밀도가 높아면서 경계동물의 죽음 또한 늘어나고 있다. 2023년 가장 많이 희생당한 종은 고양이다. 고양이 로드킬은 3만 8143건으로 고라니 로드킬 1만 8267건에 비해 2배 이상 많은 수다.
로드킬의 통계를 살펴보면 의아한 부분이 하나 있다. 고양이의 로드킬 건수는 2020년에는 3008건에 그치지만 2023년 3만 8143건에 이른다. 도로에서 죽은 고양이 수가 갑작스레 늘어난 걸까. 그 답은 국립생태원 송의근 전임연구원의 경향신문 인터뷰를 통해 짐작할 수 있다.
송의근 전임연구원은 "기존에는 지자체들이 국도, 고속도로를 집중적으로 조사하다 보니 고라니 등 야생동물 사고 건수가 많았던 반면, 고양이 사고 집계가 덜 되었던 것"이라고 응답한 바 있다.
올해 여름 아침 출근길이었다. 인도 옆쪽 수풀에 둔부 쪽에 피를 흘리는 고양이가 있었다. 정황상 도로를 건너다 달리는 차량을 미처 피하지 못한 것으로 보였다. 몇 차례 구조를 시도했지만 야생성이 강한 고양이를 구조하지 못했다.
가끔 도심 속 고양이를 유심히 관찰하곤 한다. 차량이 지나는 도로를 건너려고 유심히 도로를 살피고 건너는 고양이도 있지만, 냅다 도로를 건너는 고양이도 보게 된다. 도심지에서는 오늘도 길고양이의 목숨을 건 횡단이 현재진행형이다.
근본적으로 필요한 건 '차량 운행 속도 제한'
로드킬을 예방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로드킬을 줄이기 위해서 도심지 외 지역에서는 구조물 설치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이미 활용되고 있는 방법이다. 구조물 설치 위치, 종류, 형태는 지형의 특성과 구역에 사는 종에 따라 달라진다.
예를 들면 야간에 발생하는 로드킬을 방지하기 위해 동물의 시각영역을 자극하는 구조물을 설치한다. 도로 양 옆으로 빛이 비치면 잠시 멈추는 현상을 이용해 반사판과 같은 시설물을 설치한다. 이 외에도 유도로 등을 활용한 다양한 인공구조물을 설치하는 방법도 활용되고 있다.
다만 구조물 설치는 본질적으로 동물이 도로를 피해가도록 하는 방안이다. 동물이 인간의 의도대로만 움직인다면 좋겠지만 구조물 설치가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더 큰 문제는 구조물을 설치하는 지역에 관한 기준이나 지침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또한 도심지와 같은 경우 길고양이의 이동 통로를 제한하거나 우회하도록 유도하는 구조물 대안조차 없는 상태다.
구조물 설치는 로드킬 건수를 감소시킬 수 있겠지만,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로드킬을 감소시키기 위해서는 로드킬 발생 건수가 많은 지역에는 별도의 속도 제한이 반드시 필요하다. 노인보호구역, 어린이보호구역, 마을주민보호구역처럼 말이다.
이미 로드킬 관련 연구에 따르면 지형별, 종별 로드킬의 양상이 다르며 이에 따른 해결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만약 로드킬이 많이 발생하는 지역에 야간과 같은 특정 시간만이라도 제한 속도 규정과 감시 카메라 설치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도시는 동물의 목숨으로 세워진 무덤... '동물보호구역'은 어떨까
도시의 수평적 밀도가 고양이의 목숨을 앗아간다면 수직적인 밀도는 새의 목숨을 앗아간다. 언젠가부터 도심 속에서 새들의 죽음도 목격했다. 공덕역 지하철역 앞 동박새의 죽음과 신용산역 높은 빌딩 앞에서 새의 죽음은 내가 목격한 의문사(?)다.
처음에는 원인을 알 수 없었다. 몇 차례 새들의 죽음을 목격하고 동시에 매스컴을 통해 새들의 '유리창 충돌' 현상을 알게 되었다. 새들이 투명하거나 빛을 반사하는 유리창을 인지하지 못하고 부딪혀 다치거나 사망하는 사례가 다수 발생하는 것이다. 도로에 설치된 투명방음벽에 부딪혀 죽는 것도 동일한 현상이다.
환경부(2018) 조사에 따르면 매, 수리부엉이 등 멸종위기종을 포함하여 조류충돌 개체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연간 약 800만 마리가 폐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연구 방법에 따라 2,420만 마리로 추정하는 연구도 있다.
다행이라고 해야할까. 유리창이나 투명방음벽에 조류 충돌 방지 필름을 붙여 사고를 예방하고 있다. 또한 야생생물법도 개정되었다. 개정한 내용에 따르면 투명하거나 빛이 반사되는 자재를 사용한 건축물, 방음벽 등의 인공구조물을 설치하는 경우 선형 또는 점 등의 무늬를 적용하여 충돌 피해를 저감해야만 한다.
늦게나마 대책을 마련했지만 이미 지어진 구조물에 한해서는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여전히 유리창이나 방음벽에 충돌하여 새가 사망하는 사건은 발생하고 있다.
인류의 문명이 발달하면서 도시는 몸집을 키워왔다. 옆으로 비대해졌을뿐만 아니라 위로도 높아졌다. 인간이 쌓아올린 건축물이 높아질수록 새들의 하늘 길은 막혔고 터전도 빼앗겼다. 마찬가지로 자연을 개발하고 인간의 공간을 만들수록 땅을 딛고 사는 비인간동물의 터전도 빼앗겼다.
유리창 충돌사와 로드킬이라는 비극의 실타래를 좇아가다 보면 결국 그 끝엔 도시라는 거대제국이 서 있다. 도시는 비인간동물을 죽였고, 계속해서 죽이고 있다. 도시는 어쩌면 수많은 비인간동물의 목숨이 잠든 빛깔 좋은 무덤일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도시를 해체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책임을 지자'는 이야기다. 로드킬과 유리창 충돌 현상은 인간의 책임을 교묘하게 면피하기 위한 용어가 아닐까. 도시 개발로 얻는 편리한 삶이 인간이 아닌 동식물의 목숨값으로 얻어진 삶이라고 생각하니 내가 사는 도시가 사뭇 다르게 보인다.
이미 숨을 거뒀지만 쓰레기봉투에 담겨 폐기물로 처리될 비둘기를 생각하자 괜스레 속상했다. 가방에서 이면지를 꺼내면서 비둘기 사체를 집어들 상상을 하자 약간의 무서운 감정이 올라왔다. 결국 사체를 잘 마무리했고, 할 수 있는 건 그뿐이었다.
길 위에서 죽는 비인간동물들, 작년 급격히 늘어난 고양이 로드킬
▲ 비둘기(자료사진). ⓒ dawoodbinjaved on Unsplash
서울에 사는 필자는 뚜벅이다. 대중교통이 열악한 비수도권 지역에 출장 업무가 생기거나 여행을 하게 되면 종종 자동차를 운전한다. 아무래도 자동차를 운전하다 보면 도로 환경을 더 세심하게 둘러보게 된다.
최근 강원도 고성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2박 3일 일정 동안 대부분 자동차를 타고 이동했는데 도로 위에서 충격적인 장면을 목도하게 되었다. 개 1마리, 고양이 3마리, 야생동물 1마리, 뱀 1마리, 정체 모를 작은 동물 1마리 총 7마리의 사체를 보았다.
도로 위에서 동물이 자동차에 치여 죽는 것을 우리는 '로드킬'이라고 부른다. 로드킬로 죽는 동물은 고라니, 너구리, 멧돼지, 노루, 오소리, 개, 고양이 등으로 다양하다.
로드킬이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로드킬이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 도로 때문이다. 책임의 소재를 정확히 묻는다면, 자동차 그리고 자동차를 운전하는 인간 때문이다.
▲ 연도별 로드킬 건수종별 로드킬 현황(2019년~2023년) ⓒ 국립생태원
지역과 지역을 잇는 교통망이 발달할수록 당연히 비인간동물의 거주지는 파괴된다. 자동차가 달리는 도로는 비인간동물의 이동 경로를 끊어버린다. 마치 도로 위 자동차는 영화 미션 임파서블의 레이저터널이 된 셈이다.
새로운 도시가 개발되거나 도시와 도시를 잇는 도로가 개발될 때만 비인간동물의 죽음이 발생되는 걸까. 그렇지는 않다. 도심 내부의 밀도를 높일수록 죽는 동물의 수도 증가한다.
캐나다 철학자 도널드슨(Sue Donaldson)과 킴리카(Will Kymlicka)는 도심 내에서 거주하는 동물을 경계동물이라고 칭했다. 경계동물은 인간에게 길들여지지 않았지만, 인간이 만든 환경에 의존하여 인간 주변에서 사는 동물을 가리킨다. 대표적으로 고양이, 비둘기, 참새, 갈매기 등이 있다.
도심의 밀도가 높아면서 경계동물의 죽음 또한 늘어나고 있다. 2023년 가장 많이 희생당한 종은 고양이다. 고양이 로드킬은 3만 8143건으로 고라니 로드킬 1만 8267건에 비해 2배 이상 많은 수다.
로드킬의 통계를 살펴보면 의아한 부분이 하나 있다. 고양이의 로드킬 건수는 2020년에는 3008건에 그치지만 2023년 3만 8143건에 이른다. 도로에서 죽은 고양이 수가 갑작스레 늘어난 걸까. 그 답은 국립생태원 송의근 전임연구원의 경향신문 인터뷰를 통해 짐작할 수 있다.
▲ Tabby and the city ⓒ reo on Unsplash
송의근 전임연구원은 "기존에는 지자체들이 국도, 고속도로를 집중적으로 조사하다 보니 고라니 등 야생동물 사고 건수가 많았던 반면, 고양이 사고 집계가 덜 되었던 것"이라고 응답한 바 있다.
올해 여름 아침 출근길이었다. 인도 옆쪽 수풀에 둔부 쪽에 피를 흘리는 고양이가 있었다. 정황상 도로를 건너다 달리는 차량을 미처 피하지 못한 것으로 보였다. 몇 차례 구조를 시도했지만 야생성이 강한 고양이를 구조하지 못했다.
가끔 도심 속 고양이를 유심히 관찰하곤 한다. 차량이 지나는 도로를 건너려고 유심히 도로를 살피고 건너는 고양이도 있지만, 냅다 도로를 건너는 고양이도 보게 된다. 도심지에서는 오늘도 길고양이의 목숨을 건 횡단이 현재진행형이다.
근본적으로 필요한 건 '차량 운행 속도 제한'
로드킬을 예방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로드킬을 줄이기 위해서 도심지 외 지역에서는 구조물 설치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이미 활용되고 있는 방법이다. 구조물 설치 위치, 종류, 형태는 지형의 특성과 구역에 사는 종에 따라 달라진다.
예를 들면 야간에 발생하는 로드킬을 방지하기 위해 동물의 시각영역을 자극하는 구조물을 설치한다. 도로 양 옆으로 빛이 비치면 잠시 멈추는 현상을 이용해 반사판과 같은 시설물을 설치한다. 이 외에도 유도로 등을 활용한 다양한 인공구조물을 설치하는 방법도 활용되고 있다.
다만 구조물 설치는 본질적으로 동물이 도로를 피해가도록 하는 방안이다. 동물이 인간의 의도대로만 움직인다면 좋겠지만 구조물 설치가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더 큰 문제는 구조물을 설치하는 지역에 관한 기준이나 지침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또한 도심지와 같은 경우 길고양이의 이동 통로를 제한하거나 우회하도록 유도하는 구조물 대안조차 없는 상태다.
구조물 설치는 로드킬 건수를 감소시킬 수 있겠지만,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로드킬을 감소시키기 위해서는 로드킬 발생 건수가 많은 지역에는 별도의 속도 제한이 반드시 필요하다. 노인보호구역, 어린이보호구역, 마을주민보호구역처럼 말이다.
이미 로드킬 관련 연구에 따르면 지형별, 종별 로드킬의 양상이 다르며 이에 따른 해결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만약 로드킬이 많이 발생하는 지역에 야간과 같은 특정 시간만이라도 제한 속도 규정과 감시 카메라 설치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도시는 동물의 목숨으로 세워진 무덤... '동물보호구역'은 어떨까
도시의 수평적 밀도가 고양이의 목숨을 앗아간다면 수직적인 밀도는 새의 목숨을 앗아간다. 언젠가부터 도심 속에서 새들의 죽음도 목격했다. 공덕역 지하철역 앞 동박새의 죽음과 신용산역 높은 빌딩 앞에서 새의 죽음은 내가 목격한 의문사(?)다.
처음에는 원인을 알 수 없었다. 몇 차례 새들의 죽음을 목격하고 동시에 매스컴을 통해 새들의 '유리창 충돌' 현상을 알게 되었다. 새들이 투명하거나 빛을 반사하는 유리창을 인지하지 못하고 부딪혀 다치거나 사망하는 사례가 다수 발생하는 것이다. 도로에 설치된 투명방음벽에 부딪혀 죽는 것도 동일한 현상이다.
▲ 유리창 충돌사와 로드킬이라는 비극의 실타래를 좇아가다 보면 결국 그 끝엔 도시라는 거대제국이 서 있다. 사슴(자료사진) ⓒ madbyte on Unsplash
환경부(2018) 조사에 따르면 매, 수리부엉이 등 멸종위기종을 포함하여 조류충돌 개체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연간 약 800만 마리가 폐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연구 방법에 따라 2,420만 마리로 추정하는 연구도 있다.
다행이라고 해야할까. 유리창이나 투명방음벽에 조류 충돌 방지 필름을 붙여 사고를 예방하고 있다. 또한 야생생물법도 개정되었다. 개정한 내용에 따르면 투명하거나 빛이 반사되는 자재를 사용한 건축물, 방음벽 등의 인공구조물을 설치하는 경우 선형 또는 점 등의 무늬를 적용하여 충돌 피해를 저감해야만 한다.
늦게나마 대책을 마련했지만 이미 지어진 구조물에 한해서는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여전히 유리창이나 방음벽에 충돌하여 새가 사망하는 사건은 발생하고 있다.
인류의 문명이 발달하면서 도시는 몸집을 키워왔다. 옆으로 비대해졌을뿐만 아니라 위로도 높아졌다. 인간이 쌓아올린 건축물이 높아질수록 새들의 하늘 길은 막혔고 터전도 빼앗겼다. 마찬가지로 자연을 개발하고 인간의 공간을 만들수록 땅을 딛고 사는 비인간동물의 터전도 빼앗겼다.
유리창 충돌사와 로드킬이라는 비극의 실타래를 좇아가다 보면 결국 그 끝엔 도시라는 거대제국이 서 있다. 도시는 비인간동물을 죽였고, 계속해서 죽이고 있다. 도시는 어쩌면 수많은 비인간동물의 목숨이 잠든 빛깔 좋은 무덤일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도시를 해체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책임을 지자'는 이야기다. 로드킬과 유리창 충돌 현상은 인간의 책임을 교묘하게 면피하기 위한 용어가 아닐까. 도시 개발로 얻는 편리한 삶이 인간이 아닌 동식물의 목숨값으로 얻어진 삶이라고 생각하니 내가 사는 도시가 사뭇 다르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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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자료
- 국립생태원, 2018, 해외교류연구원 활동보고서(4월)
- 서해민, 2020, 국내 야생조류의 투명구조물 충돌 피해 현황과 연간 피해량 추정
- 최훈, 2020, '도둑고양이인가, 길고양이인가'
- 김기범 기자, 경향신문, 2022-10-11, '지난해 로드킬 최다는 고양이 1만7527건···고라니보다 많았던 이유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