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바가 주장한 '아시아판 나토'... 미 "시기상조" 중 "묵과 안 해"
일본의 오랜 외교안보정책 뒤집는 주요 사안... "여론 지지도 불투명"
▲ 이시바 시게루 자민당 총재 ⓒ 연합뉴스
지난 27일, 이시바 시게루가 자민당의 새로운 총재로 선출되면서 그의 '아시아판 나토'가 향후 동북아 평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의 외교노선도 상당 부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 마이니치 신문은 29일, "이시바 신임 총재가 자신의 평소 지론이기도 했던 '아시아판 NATO(북대서양 조약기구)' 창설에 맞춰 미국의 핵무기 공유와 아시아의 반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피력했다"고 보도했다.
또, "그(이시바 시게루)는 구체적인 파트너 국가로 한국을 비롯, 미국, 캐나다, 호주, 필리핀, 인도, 프랑스, 영국 등을 거론했다"며 "중국, 러시아, 북한의 핵연합에 대한 억지력이 필요함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이어 "미·일 안보조약개정이나 아시아판 나토 창설에는 일본의 (평화) 헌법 개정이 뒤따라야 한다는 견해가 일반적"이라며 "집단적 자위권을 전면 인정하는 듯한 헌법 개정은 일본의 전후 외교안보정책을 뒤집는 만큼 여야나 여론의 지지를 받을지는 불투명한 것이 사실"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핵무기 반입은 이를 금지하는 일본의 '비핵 3원칙'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신문은 또 "미·중 대립이 계속되는 가운데, 중국과 대립할 수밖에 없는 국제 기구 창설에 얼마나 많은 국가가 나설지도 의문"이라 지적하며 "미국 내서는 나토 논의 자체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닛케이 신문도 이시바의 아시아판 나토 창설 주장을 회의적으로 내다봤다. 신문은 "인도 태평양 지역에서는 동남아시아 국가연합(ASEAN)을 비롯, 미·중 어느 한 곳에 편들기를 망설이는 국가가 일부 있어, 아시아판 나토를 실현하는 데 많은 허들을 넘어야 할 것이라는 견해가 많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결국, 미·일 동맹을 미·영 수준의 대등한 동맹 관계로 끌어올리려는 것이 이시바가 의도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이는 이시바 총재의 선거 공약이기도 하다"며 "이시바 총재는 '오늘의 우크라이나는 내일의 아시아'라든가, 중국의 대만 침공 우려 등도 염두에 두며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아시아에 나토와 같은 집단적 자위체제가 없어 상호방위 의무가 없기 때문에 언제든 전쟁이 발발하기 쉬운 상태라고 역설했다"고 덧붙였다.
그런가 하면, 북한과 중국의 핵증강을 미국 혼자만의 힘으로 막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이시바의 주장도 언급하며 "적국이 일본이나 한국 등에 핵을 사용하면 미국이 핵으로 반격할 것이라 천명해 그들의 핵 사용을 사전에 단념시키는 데 있다"는 그의 의도도 전했다.
▲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4.09.25 ⓒ 연합뉴스
그런 가운데, 요미우리 신문은 미국 뉴욕에서 28일 열린 '유엔 총회'에서의 중국 왕이 외교부장의 발언을 언급하며 "중국은 반드시 대만과의 완전한 통일을 이룰 것이라 말했다"고 29일 보도했다.
신문은 특히 "왕이 부장은, 특정 세력이 아시아에서 풍파를 일으키고 대립을 선동한다면 중국은 이에 단호히 저항할 것이라 강조했다"며 마치 이시바 일본 자민당 총재의 '아시아판 나토 구상'을 의식한 듯한 발언이라 해석했다.
공교롭게도 이날 러시아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도 "핵보유국인 러시아와 싸워 승리하려는 생각은 무의미하다"며 "푸틴 대통령은 25일, 핵무기 사용 요건을 정한 '핵 억제력의 국가 정책 지침'의 개정을 지시했다. 즉, '핵 보유국의 지원을 받은 비핵 보유국으로부터 재래식 무기로 침략받았을 경우' 부분에, 러시아의 핵무기 반격이 있을 수 있다는 내용을 넣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이시바 시게루 자민당 총재가 일본 총리로서 한일 관계나 동북아 정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되는 가운데, 아시아판 나토가 실현되면 미국과 일본의 동맹은 더욱 굳건해질 것은 자명한 일이다.
일각에서는 결국 동북아 지역의 핵 군비 경쟁의 가속화를 우려하기도 한다.
또, 일본과 중국은 우리나라와 중국 관계처럼 경제를 비롯, 많은 것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때문에 양국 간 경제적 협력과 외교적 갈등 사이에서 이시바 총재의 균형 감각이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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