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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정부 이후 대한민국 30년... '기본임금' 이 온다

[넥스트브릿지] 양극화·불평등 해소 위해 '기본임금'과 '노동안전 기본사회' 로 나아가야

등록|2024.09.30 14:27 수정|2024.09.30 14:27
정책네트워크 넥스트 브릿지(Next Bridge)는 지식경제, 기후, 디지털,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 등 전환의 시대를 직면하여 비전과 정책과제를 연구하는 포스트 386 세대(90년대 대학을 다닌 사람에서 90년대생 청년) 중심의 연구자·정책 전문가의 공공정책 네트워크다. 넥스트 브릿지는 주권자인 국민이 사회 지향과 정책과제에 대한 이해가 높아야 산업화와 민주화 이후 한국의 민주주의와 사회발전이 가능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정책담론을 위한 대중적인 소통을 희망하며 다양한 분야의 정책 전문가들이 자기 분야의 정책과제를 가지고 매주 정책 칼럼을 연재한다.[편집자말]
우리 사회는 갈수록 극심해지는 사회 양극화와 불평등 문제들에 직면해 있다. 부와 빈곤의 대물림은 더 확대되고 있고, 일자리와 주거 문제 등으로 청년들은 스스로의 힘으로는 우리 사회에 발붙일 기회를 빼앗기고 있다. 부모의 경제적·사회적 지위가 자녀의 교육 기회와 성취를 결정하며 사회적 불평등을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 문재인 정부는 대통령 직속 기구로 '일자리위원회'를 만들고 노동존중 정책을 일관되게 펼쳤다.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구체적인 정책을 실행하고 집행하는 단계에서 대기업 등의 기득권 세력과 왜곡된 언론 지형이 빚은 여론의 저항을 뚫지 못하고 미완의 과제를 남겼다. 윤석열 정부는 국정과제 '노동약자 보호'를 내세웠지만, 지난 칼럼(관련 기사: 치명적 위기... 윤정권, '노임산실장'에 무너진다 https://omn.kr/29rja)에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노동정책에서 노동자 존중을 찾아보기 힘들다.

희망은 늘 절망적인 상황에서 위기의 상황에서 그 모습을 드러낸다. 퇴행적인 윤석열 정부 이후 대한민국 30년을 디자인하고 미래 비전을 지금 제시해야 하는 이유다. 대안을 제시하고 비전을 제시함으로써 대한민국 미래에 대한 국민적 동의를 끌어낼 필요가 있다.

산업화 30년, 민주화 30년, 그리고 윤석열 정권 이후 대한민국 향후 30년의 미래 비전은 기본사회 30년이 되어야 한다. 미래 30년 기본사회 구현은 기본소득을 보완하고 완성할 '기본임금'과 모두가 안전하게 일할 권리가 보장되는 '노동안전 기본사회'에 대한 비전 제시에 있다.

기본소득을 보완하고 완성하기 위한 중간다리 '기본임금'

▲ 2019년 10월 26일 '국제기본소득행진(Basic Income March)'에 참여한 기본소득 지지자들이 서울 종로 보신각 앞에서 핸드프린팅으로 만든 현수막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으면서 ‘불로소득 나눠 갖자’, ‘모두에게 기본소득’을 힘차게 외쳤다. 이날 전 세계 10개국 26개 도시에서 동시에 행진이 벌어졌으며, 서울 대학로에서 보신각까지 진행된 행진에 150여 명의 지지자들이 참여했다. ⓒ 최경준


기본소득은 보편성과 무조건성으로 인해 국민 모두에게 지급되고 근로 제공 여부나 소득 수준의 심사 없이 누구에게나 지급하게 된다. 만약 인간이 노동으로부터 완전히 해방되어 로봇이나 인공지능(AI)이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게 되면, 인간의 근로 제공의 대가로 받게 되는 임금이라는 용어가 없어질지 모른다. 아마도 기본사회에서 그리는 기본소득의 최종 모습일 것이다. 인간의 수고와 노동을 로봇과 인공지능(AI)이 대체하기 전까지 인간의 노동은 공존할 수밖에 없다. 인간 노동의 대가인 임금 또한 인간의 노동이 제공되는 한 유지될 수밖에 없다.

현재 국가는 최저임금제를 시행함으로써 임금의 최저수준을 보장하여 근로자의 생활 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꾀하고 있다. 2024년 현재 최저임금은 시간당 9860원, 월급 환산 206만 740원으로 정말 최저의 생활만을 보장하는 상황이다. 2024년 1인 가구 기준 중위소득(100%)은 222만 8445원으로 최저임금과 중위소득 간의 격차가 꽤 있다.

기본임금은 이 중위소득(100%)과 최저임금의 차액을 국가가 보전해 주는 방식의 기본소득 보완 방법이다. 중위소득은 대한민국 국민의 총가구의 월 세전 소득을 조사하여 오름차순으로 배열한 뒤 정확히 중앙에 있는 값을 말하므로 기본임금을 채택하게 되면 국민의 절반이 혜택을 받게 되고 최저임금 수준이 중위소득에 수렴함으로써 경제적 불평등을 충분히 완화할 수 있게 된다. 기본임금제도는 최저임금이 상승함으로써 인건비 부담이 가중되어 최저임금 상승에 저항이 클 수밖에 없는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기술혁신으로 등장한 인공지능(AI)과 로봇의 등장은 인간의 노동시간을 단축하는 방법으로 갈 수밖에 없다. 노동시간 단축 과정에서 기본임금은 사회안전망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현재 1주 40시간제에서 1주 35시간제로 근로시간을 단축하게 되면 줄어든 5시간에 대한 임금 지급 문제로 노사 간 치열한 다툼이 예상된다.

노동자는 임금 저하 없는 근로시간 단축을 얘기할 것이고, 사용자는 임금 조정 없는 근로시간 단축에 저항할 것이 당연해 보인다. 줄어드는 노동시간에 해당하는 임금을 국가가 보전하는 방식도 기본임금으로 설계할 수 있다. 다만 기본임금에 들어가는 재원의 확보 방안이 문제가 될 수 있다. 데이터세, 로봇세 등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는 자원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의 재원 확보 방안이 검토될 필요가 있다.

기본임금의 도입은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극복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어려운 해고 제도를 계속 유지할 필요성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어느 직장에서 일하든 어떤 업종의 일을 수행하든 중위소득이 보장되는 기본임금이 도입되면, 쉬운 해고와 간편한 취업으로 시장 효율성이 증대되고 노동자들의 저항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급증하고 있는 실업급여도 줄어들 수밖에 없으므로 줄어드는 실업급여 재원을 기본임금의 재원으로 전환할 수도 있다.

노동존중 기본사회는 '노동안전 기본사회'로 구현

▲ 지난 6월 24일 오전 10시 31분 화성시 서신면 전곡리 소재 일차전지 업체인 아리셀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 연합뉴스


노동존중 기본사회의 중요한 화두가 '기본임금'과 더불어 '노동안전 기본사회'다. 올해 상반기 산업재해 신청 건수가 처음으로 8만 건을 넘어섰다. 작년 대비 5.5% 증가한 수치다. 올해 1분기 산업재해 사고로 숨진 노동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명 더 늘어났다. 고용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2024년 1분기 산업재해 사망 노동자는 138명이다. 하루에 1.5명의 노동자가 사고로 죽어가고 있다. 질병으로 사망하는 노동자를 포함하면 매일 3명 안팎의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죽어가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산재사고 사망률이 지속되고 있고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헌법 제34조 제6항은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헌법의 위임에 따라 산업안전보건법, 중대재해처벌법 등이 입법되었으나 이러한 법률은 그저 법전에 박혀 있는 공허한 문장일 뿐 현실에서는 실효성 있게 작동되지 않고 있다. 높은 산재 사고와 사망률이 이를 증명한다.

우리나라 산업재해는 취약계층 노동자와 외국인 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에게 더 빈번하게 발생한다. 300인 미만 중소기업 사업장은 전체 사업장의 99.9%에 이르고, 중소기업 사업장에 종사하는 노동자는 83.1%에 달한다. 반면 재해율은 1000명 이상 사업장은 0.28%에 불과한 데 5인 미만 사업장은 1.15%에 이른다. 소규모 사업장일수록 재해율이 급격히 높아진다. 사업장 규모에 따라 재해율이 4배 이상 차이가 난다.

노동자 1만 명당 발생하는 사망자 수의 비율인 사망만인율을 보면 2022년 기준 우리나라는 0.39이다. 일본 0.13, 독일 0.12보다 3배 이상 높고 영국 0.03와 비교하면 13배 높은 비정상적인 수치다. 경제 규모는 선진국에 이르렀으나 산재사망율은 한참 후진국이다. 대한민국의 30년 미래 사회가 '노동안전 기본사회'가 되어야 하고, 진정한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산재사망율을 지급보다 훨씬 많이 줄여야 한다.

소규모 사업장에서 일하기 때문에, 외국인 노동자이기 때문에, 현장실습생이기 때문에, 오토바이 배당 알바생이기 때문에 일하다 죽는 것이 일상다반사인 사회는 기본이 안 된 잘못된 사회다.

정부의 적극적인 재해 현황 공개와 지속적 예방 정책, 기업과 사업주의 산업안전에 대한 경각심 제고와 지속적 투자, 중대재해 발생 기업에 대한 민·형사상 엄격한 제재와 처벌, 노동자와 시민의 산업안전에 대한 의식 고취 등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관심을 두고 적극적으로 대처할 때 비로소 '노동안전 기본사회'는 구현될 수 있다. '노동안전 기본사회' 구현은 헌법 제34조 제6항을 실천하는 헌법정신 실천의 정의로운 행동이다.

한국전쟁 이후 폐허에서 시작해 산업화 30년을 통해 빠른 경제 성장을 이룩했고, 1987년 6월항쟁으로 시작되어 2017년 박근혜 탄핵을 끌어낸 촛불 항쟁으로 만들어 낸 민주화 30년은 국제 사회가 부러워하는 민주화의 완성이자 국민주권을 확립한 자랑스러운 명예혁명의 과정이었다. 이제 우리는 우리의 삶에 대한 질문을 통해 새로운 30년의 비전과 대안을 찾고 만들어가야 할 때이다. '기본임금'과 '노동안전 기본사회'가 만들어낼 우리 삶의 변화를 상상해 보자.

필자 소개 : 더불어 함께 사는 '사람사는 세상'을 꿈꾸는 성남 사람이다. 노동조합 활동가로,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 실행위원으로, 한국공인노무사회 회장을 역임한 공인노무사로, 노동자와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 소외되고 힘없는 사람들과 함께 더 나은 사회를 위해 뛰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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