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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모기 물린 19개월 아이, 부모 마음은 이렇구나

어른들이 모기장을 치운 게 화근이었다

등록|2024.10.02 09:11 수정|2024.10.02 14:05
"이 정도 날씨면 모기장 치워도 되지 않을까?"

며칠 전 아내에게 내가 제안했고, 그 한 마디에 모기장을 이내 거두었다. 안방에 큰 모기장과 아이방에 모기장을 낑낑거리며 접었다. 모기장이 없으니 한결 편안해 보였고, 시원했다.

여름이 지나니 모기도 지날 거라 생각한 착각이었다. 그날 밤, 단 하루 사이에 아이는 온 몸이 모기의 밥이 되었다. 아이는 분리수면을 하기에 모기에 노출되었어도 알 지 못했고, 다음날 온 몸에 빨간 점처럼 돋아나 있는 것을 보고나서야 이 사태를 깨닫게 되었다.

아이는 밤새 잠을 잘 못자고 끙끙거렸는데, 이가 새로 나고 있어서 그런줄만 알았다. 알고보니 모기에 물려서 간지러워서 그랬던 것 같다. 아이는 일어나 허벅지에 물린 모기를 벅벅 긁어댄다. 참는 것을 잘 모르니 긁은 부위에는 작은 상처가 났다.

한 두 군데 물렸으면 그냥 모기 물렸거니 하겠는데, 그게 아니다. 얼굴에만 4방이상, 팔과 다리, 허벅지와 심지어 발바닥까지 모기에 물렸다. 얼마나 가려웠을지 모르겠다. 몇 군데는 이미 긁다가 까진 상처가 보인다.

▲ 가을 모기에 물린 아이 ⓒ 한창희


아이가 긁는 것을 못하게 하니 짜증을 낸다. '간지러운 걸 어떻게 해'라고 말하고 싶어하는 것만 같다. 아이가 모기 물린 게 아마도 전날 모기장을 일찍 철수한 내 죄인것만 같아 마음이 쓰라리다.

그깟 무슨 모기 물린 것이 대수냐 싶겠지만, 아이가 하도 간지러워 하길래 인터넷 검색을 좀 해보니 유아들은 모기 물린 것으로 알레르기 반응이나 긁어서 상처가 나면 2차 감염 위험이 있단다.

다음날 병원에 갔더니 병원에서는 초기에 약을 잘 발라주어야 한다고 하며 알레르기에 먹는 약과 함께 스테로이드 연고를 하나 처방해주었다. 가지고 있던 모물린이나 버물리 계열은 안 가지럽게 해주는 약이지만, 알레르기 반응이 있는 아이들에게는 효과가 약할 것이라 이야기해주었다. 이 또한 처음 알게 된 사실이다.

알레르기 약과 함께 연고를 발라주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이놈의 모기들, 차라리 나를 물지...' 그 생각을 하면서 깜짝 놀랐다.

아이를 키우면서 아프면 차라리 내가 아픈 게 나을것 같다는 이야기들을 한다는데, 지금까지는 사실 그게 그렇게 와닿지 않았다. 아이가 많이 아픈 일이 잘 없기도 했거니와 어떤 아픔인지 체감이 안 되는 일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모기에 물린 가려움은 나도 아는 그것이다. 그래서인지 아이가 온 몸에 모기가 물려 가려워하는걸 보니, 그게 괜히 안쓰럽다. 나도 아는 그 고통이라 더 와닿는가보다.

▲ 이렇게 부모가 되는 건가 싶었다.(자료사진) ⓒ guillaumedegermain on Unsplash


이런 생각은 아이가 좀 자라고 내 생각도 자라고 나서야 드는 건줄 알았는데, 나에게 찾아오니 참 어색하기만 하다.

이렇게 부모가 되는 건가 싶었다. 아이의 아픔과 고통을 덜어줄 수 있다면 뭐라도 할 수 있는 마음, 이게 부모의 마음이구나.

부모가 된다는 건 그냥 낳는다고 다 되는 게 아니라는 걸 이제야 깨닫는다.

아이 키우면서 아이가 느끼는 걸 나도 느끼고, 아이가 자라는 걸 보면서 뿌듯해하고, 아이가 아플 때 차라리 내가 아픈 게 낫겠다 생각하는 나를 발견하면서다. 좋은 부모가 되려면 아직도 먼 과정이 남았겠지만, 그렇게 조금씩 부모가 되어간다고 믿는다.

가을 모기가 별 걸 다 알려준다. 아직 아이 피를 뽑아간 모기는 찾지 못했는데, 언젠가는 복수해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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