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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섬마을 특수교사 김다연입니다

[인터뷰] 전남 여수 금오도 중학교 교사 "섬에서 특수교사로 일한다는 것은..."

등록|2024.10.02 12:03 수정|2024.10.02 12:07

▲ 김다연씨는 첫 근무지로 전남 여수 금오도 여남중고등학교에 발령받았다. 사진 속 장소는 금오도 펜션 ⓒ 김다연


"포장 주꾸미요?"

2학기 개학날, 아직 여름 햇살이 뜨겁다. 수업이 끝난 시간 만난 그는 '포꾸미'라는 문구가 쓰인 파란색 티셔츠를 입었다.

"몇 년 전 제주도에서 스쿠터를 탔을 때 기억이 너무 좋아서 장난치듯 '폭주족이 되겠다'는 꿈을 꿨어요. '폭주족 꿈나무'를 줄여서 '포꾸미'가 별명이에요."

하지만 포꾸미의 뜻을 물어보면 곤란하다. 그가 교사이기 때문이다. 폭주족 꿈나무 김다연씨는 여수 섬마을 금오도에 있는 중학교에서 장애가 있는 아이들을 가르친다. 아이들에게 폭주족이 꿈이라고 말할 수 없어 매번 "포장 주꾸미"라 대답한다.

-금오도에서 벌써 2년을 살았어요. 금오도는 살기 어때요?

"금오도는 풍경이 예뻐요. 가끔 드라이브하거나 산책하면 참 좋아요. 멋진 풍경을 보면 행복하거든요. 고양이를 좋아하는데 '아는 고양이'가 많아서 좋아요. 무엇보다 섬이라 그런지 동료 교사들이 잘 뭉쳐요. 맨날 다 같이 모여서 놀아요."

-교사가 되고 첫 발령지가 섬이에요. 힘들지 않았나요?

"섬은 할 게 없어요. 즐길 거리, 식당 모두 부족하죠. 집을 못 가서 슬플 때도 있어요. 날씨가 안 좋아서 배가 안 뜨는 경우가 종종 있거든요. 외부와 단절된 삶이 조금 답답하기도 해요."

▲ 금오도에는 고양이가 많이 산다. 그는 '아는 고양이'와 인사하는 걸 좋아한다. ⓒ 김다연


- 직업으로 특수교사를 선택한 이유가 뭔가요?

"초등학교 6학년 때 좋은 담임 선생님을 만나서 그때부터 막연하게 교사가 되고 싶었어요. 국어 과목에 흥미를 느껴 국어 교사가 되기로 다짐했죠. 그런데 수능을 망쳐 버렸어요. 국어교육과에 지원하지 못해서 좌절할 때 아버지께서 특수교사를 추천했어요. 장애가 있는 학생들을 가까이서 본 적이 없어 처음엔 망설였죠.

그래도 가르치는 일을 포기하고 싶진 않았어요. 특수교육과에 진학해서 학생들을 만나보니 생각보다 잘 맞더라고요. 아이들이 참 귀여웠어요. 그냥 이 일이 좋아졌어요"

-특수학급에서는 학생을 어떻게 가르치나요?

"특수교육은 무엇을 가르치는지보다 어떻게 가르치는지가 중요해요. 그래서 교사의 역량이 중요하죠. 가르칠 학습 내용을 주도적으로 공부해야 해요. 단순히 가르치는 것보다 구성하고 운영하는 능력이 필요해요.

'개별화 교육 계획'이라고 해요. 학생의 특성에 맞게 교과과정을 구성하는 방식이에요. 학기가 시작되면 선생님들과 회의해서 각 학생한테 어떤 과목을 가르칠지를 정해요. 장애 유형, 학습 수준, 흥미 등 다양한 특성을 고려해 학생에게 맞는 학습 내용과 방법을 정해요. 사회에서 독립적 생활을 할 수 있게 교육하는 것이 목표예요."

-교직 생활을 하면서 가장 보람찰 때는 언제인가요?

"학생이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볼 때 뿌듯해요. 자폐와 지적장애를 같이 보이는 학생이 있었어요. 그 학생이 작년까지는 다른 사람이랑 말도 안 하고 말을 걸어도 대답하지 않았거든요. 지금은 소통이 늘었어요. 학생이 먼저 다가와서 말을 걸고 필요한 게 있으면 물어보기도 해요.

말을 자주 걸어서 소통하려 하니 자연스럽게 마음을 연 것 같아요. 그 학생이 2년 동안 담임 선생님 성함도 몰랐는데 처음 선생님의 이름을 불렀을 때 많이 뿌듯했어요. 다른 선생님에게서 '그 학생 많이 밝아졌다'는 얘기를 전해 들을 때도요."

▲ 그에겐 외딴섬의 심심함도 잊게 하는 동료 교사가 있다. ⓒ 김다연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흥행했어요. 장애인 미화라는 의견도 있지만, 미디어에 장애인이 등장하는 걸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도 있어요. 어떻게 보셨나요?

"반갑지는 않았어요. 실제 장애인과 너무 달라서요. 우영우처럼 고기능 자폐면 사실 비장애인과 많이 다르지 않을 거예요. 우영우는 눈 맞춤도 못하고 상대방 말을 따라 하는 반향어도 하잖아요. 이런 증상은 자폐의 장애 정도가 중증일수록 나타나는 특성이에요.

장애 정도가 가볍고 일상생활과 소통이 가능할수록 고기능 자폐라고 해요. 우영우처럼 고기능인 자폐인이 중증 자폐인이 가지고 있을 만한 특성을 드러내는 거예요.

자폐의 정확한 명칭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예요. 스펙트럼이라는 게 엄청 다양하잖아요. 특성을 정의할 수 없어서 스펙트럼이에요. 다양한 사람이 있을 텐데 자폐 요소를 꼽아서 한 캐릭터에 함축시켰어요. '나는 자폐지만 똑똑해' 이런 걸 보여주기 위한 것처럼요. 그런 게 보기 불편했어요."

뇌 기능 장애를 가지고 있으나 기억, 암산 등 특정한 부분에서 우수한 능력을 가지는 경우를 '서번트 신드롬'이라 한다. 주인공 우영우는 예쁜 외모를 가졌고 서번트 신드롬을 보인다.

"예쁘고 능력이 돼야 장애인도 미디어에 나오는 걸까요? 능력 좋은 것만 강조하는 게 아쉬워요. 아직 현실에서 마주치는 장애인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된 거죠. 미디어의 주인공이 되는 장애인들은 대부분 특출난 능력을 가졌거나 우스운 소재로 소모되잖아요."

재작년 방영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자폐인 변호사가 주인공인 법정 드라마다. 재작년 평균 시청률 17.5%를 기록했다. 주인공 '우영우'는 반향어를 하는 자폐인이다. 암기에 뛰어난 능력을 보여 변호사가 됐다.

▲ 그가 가르치는 학생이 '김다연 선생님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메리 크리스마스'라 적은 크리스마스 카드를 트리에 걸었다 ⓒ 김다연


- 장애 학생에 대해 사람들의 편견이 있나요?

"특수교육을 수업이라고 생각하지 않더라고요. 일부 선생님도 그저 학생을 돌본다고 생각하세요. 장애 학생도 비장애 학생과 똑같이 교육받아요. 난도가 다를 뿐이죠. 일반 학급에서 수업을 듣기가 어렵기 때문에 다른 반에서 공부하는 거예요."

- 장애 학생을 어떻게 바라보면 좋을까요?

"다른 학생들과 똑같이 봐주면 좋겠어요. 일부 사람은 학생의 선택권을 존중하지 않고 당연하게 배제해요. 학생을 무시할 때 정말 속상해요. 돌봐야 하는 아이가 아니에요. 학생마다 성격 다르잖아요. 성격에 맞게 대하듯이 장애 학생도 장애 특성과 성격에 맞게 대하는 거예요."

그는 아이들을 좋아한다. 그는 오랫동안 교사로서 아이들을 볼 수 있길 바란다.

"저는 정년까지 교사하고 싶거든요."​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네이버 블로그(<a href="https://blog.naver.com/whylong" target="_blank" class=autolink>https://blog.naver.com/whylong</a>)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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