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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측근에 이런 사람이... 대한민국의 불행입니다

[윤석열의 사람들] 경제학 훈련 받은 성태윤 정책실장의 곡학아세

등록|2024.10.14 13:35 수정|2024.10.14 13:35
'윤석열의 사람들'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핵심 인사들의 역할과 이들이 주도한 정책을 분석해 그에 따른 문제점과 사회적 파장을 조명하는 기획입니다. 대통령 측근으로 분류된 이들이 빚어낸 국정 난맥상의 실체를 입체적으로 탐구하고 그 대안을 모색합니다.[편집자말]

▲ 1월 10일 윤석열 대통령이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고양아람누리에서 '국민이 바라는 주택'을 주제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1월 10일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이 바라는 주택' 민생토론회에서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아주 확 풀어버리겠다는 내용과 함께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세를 철폐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맥락으로 봐서 대통령이 염두에 둔 세금은 종합부동산세(이하 종부세)였다.

종부세는 소수의 부동산 과다보유자에게 부과하는 소위 '부자 세금'이다. 그런데 토론회 자리에서 대통령은 다주택자 중과세 철폐 목적이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것이라는 이상한 말을 남겼다. 부동산 부자에게 엄청난 혜택이 돌아가는 정책을 두고 중산층과 서민이 혜택을 입는다니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말이었다.

다주택자 중과세가 철폐되면 부동산 부자들은 세금 부담이 줄고 부동산 가격 상승 요인이 발생해 이익을 얻게 된다. 다시 투기가 발발하기라도 하면, 2016~2021년에 그랬던 것처럼 엄청난 불로소득을 챙길 수 있다. 그러니 이 정책의 실체는 부자 감세이자 부동산 부자 지원책이다.

대통령은 종부세가 임차인에게 전가되고 세부담 때문에 고가주택 건설이 줄어들어 일자리가 감소한다는 이유를 들어 다주택자 중과세가 중산층과 서민에 어려움을 주고 있다는 논리를 전개했다. 부자 감세를 은폐하려는 포장지치고는 허술하기 짝이 없다(관련 기사 : 100점 만점에 20점... 경제학 교수의 윤 대통령 채점표 https://omn.kr/272r1).

부자 감세 정책을 펼치면서 '포장지'는 이렇게 하자고 합의라도 한 듯 성태윤 청와대 정책실장도 대통령과 비슷한 주장을 펼쳤다. 지난 1월 정책실장에 임명된 그는 종부세 폐지, 금융투자소득세(이하 금투세) 폐지, 상속세 대폭 완화를 줄기차게 주장해 왔는데, 목적이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다는 것이었다.

성태윤 실장은 7월 9일 <세계일보> 인터뷰에서 종부세와 상속세 등 "과거에 우리가 부자한테 매긴다고 생각했던 세금이 지금은 사실상 중산층 세금으로 변질됐다"면서 폐지하거나 대폭 완화해 중산층 부담을 덜어주어야 한다고 했다. 금투세도 자본시장에 가격 하락 압력을 유발해 1400만 명에 달하는 일반 투자자에게 어려움을 줄 수 있다며 폐지를 주장했다. 일반 투자자가 누구인가. 중산층과 서민 아닌가.

종부세 폐지, 상속세 완화, 금투세 폐지는 모두 부자 감세 정책

▲ 9월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 고위공직자 부동산 보유 및 종합부동산세 대상자 조사발표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종부세 완화 정책 중단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연합뉴스


2023년 주택분 종부세는 전체 주택 소유자의 2.7%가 냈는데, 이 2.7%를 중산층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토지분과 주택분을 합한 전체 종부세 납세자는 49만 5000명이었고 그 가운데 상위 10%, 즉 4만 9500명이 납부한 세액이 전체 세액의 88.5%를 차지했다.

반면, 종부세 납부자 하위 50%가 납부한 세액은 전체 세액의 1.5%에 불과했다(이들이야말로 중산층 아닌가). 그러니 종부세를 폐지할 경우 혜택은 상위 계층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중산층을 위해 종부세를 폐지한다는 말은 명백한 거짓말이다.

상속세는 어떨까. 2023년 총 상속 발생 인원 35만 2721명 중 납세자는 1만 9944명(5.7%)으로 소수의 피상속인만 상속세를 부담했으며, 전체 피상속인 중 상위 1%에 부과된 세액이 전체 결정세액의 89.1%를 차지했다. 따라서 상속세는 명백히 슈퍼리치 세금이다. 그러니 상속세를 완화할 경우에도 혜택이 그들에게 집중될 것은 불문가지(不問可知)다.

성태윤 실장은 <세계일보> 인터뷰에서 묘한 논법을 구사했다. '상속세율'이 50%로 세계 2위 수준이고 최대 주주 할증까지 포함하면 사실상 60%에 달해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한 직후에 상속세 신고 인원이 가장 많이 몰린 구간은 상속재산 가액 10억 ~ 20억 원이라고 밝힘으로써, 마치 서울에서 아파트 한 채 정도 상속받는 사람들은 무려 5억 ~ 10억 원(상속재산 가액에 상속세율을 곱해 계산)의 상속세를 부담하는 것처럼 착각할 수도 있게 했다.

실상은 전혀 다르다. 상속재산 가액 10억 ~ 20억 원 구간의 경우 1인당 평균 상속재산 가액이 12억 4900만 원, 1인당 평균 상속세액은 7370만 원으로 실효세율은 5.9%에 불과하다. 그러니 상속세를 완화해 봐야 그 정도 상속받는 사람들이 입을 혜택은 얼마 되지 않는다. 여기서도 중산층 부담 완화를 운운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기 위한 '술책'에 지나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다.

성태윤 실장은 유독 금투세에 대해서는 부자 감세가 아님을 강조했다. 지난 8월 27일 열린 국회 제1차 운영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그는 "(금투세는) 부자 감세가 아니라 자본시장 안정성과 1400만 개미 투자자의 자산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고려해 폐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히면서 "금투세로 인해 고액투자자가 이탈할 경우 시장 전체에 충격을 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종부세·상속세와 마찬가지로, 금투세도 상위 1% 투자자에게만 부과되므로 이를 폐지할 경우 즉각적인 혜택은 극소수 부자들에게 돌아간다는 사실이 명백한데도 개미 투자자를 거론하니,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다는 말이 곧이곧대로 들리겠는가.

세금에 후속 효과가 따른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극소수 고액투자자에게 금투세를 부과하면 과연 그들이 국내 증권시장을 이탈해 주식 가격이 떨어질 것인지가 관건이다. 성 실장은 극소수 부동산 부자들에게 부과되는 종부세는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는(즉 떨어뜨리는) 효과가 없다고 말한다. 그런데 극소수 금융 투자자들에게 부과되는 금투세는 주식 가격을 떨어뜨릴 것이라고 주장한다.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 9월 23일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 용혜인 기본소득당, 윤종오 진보당,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민변 복지재정위원회, 참연연대 회원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금융투자소득세를 유예없이 시행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사실 세금 외에도 주식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많다. 다른 요인이 일정 불변한 경우 금투세는 주가를 떨어뜨린다. 문제는 현실 시장에서는 다른 요인들이 일정 불변하지 않다는 점이다.

거시경제 상황, 대외 경제 여건의 변화, 금융정책의 기조, 투자자들의 주가 전망 등 수시로 변하는 요인들이 즐비하다. 그러니 금투세를 시행할 경우 주가가 떨어질 것이라고 누구도 단언할 수 없다. 더욱이 금투세 부과는 일회성 사건이다. 설사 그로 인해 주가가 일시적으로 떨어지더라도 그 후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주가는 금투세와 무관하게 움직인다.

경제학 훈련을 제대로 받은 학자라면 위의 내용 정도는 초보적 지식으로 여길 것이다. 하버드대학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는 사람이 이런 초보적 지식에 반(反)하는 주장을 서슴없이 내놓고 있으니 이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모르겠다.

물론 현행 종부세, 상속세, 금투세에는 수정·보완할 부분이 있다. 종부세의 경우 주택 수별 차등과세를 가액 기준의 일률 누진과세로 변경하는 것, 상속세의 경우 상속인 기준의 과세를 피상속인 기준의 유산취득세로 바꾸는 것(상속재산의 불로소득 성격이 분명해지므로 세율 인상 등 과세 강화 조치 필요), 금투세의 경우 금융투자소득의 범위를 재조정하여 펀드 고액투자자들에게 큰 감세 혜택이 돌아가는 문제를 해소하는 것 등이다.

민주적이고 개방적인 정치세력이 정권을 잡았다면 얼마든지 토론을 통해 방향을 제대로 잡아갈 수 있는 내용들이다. 하지만 부자 감세를 향해 '돌격 앞으로'를 외치는 현 정권 임기 중에는 이런 논의가 한가한 일이 될 수밖에 없고 자칫 악용되기도 쉽다.

과거 성태윤 정책실장이 경제학 훈련을 제대로 받았다는 점을 생각하면, 그 자신이 동원한 논리가 경제학의 지지를 받을 수 없음을 감지하고 있으리라 짐작한다. 대통령의 최고 정책 참모쯤 되면 통치 철학을 정책적으로 구현하는 일에도 최선을 다해야 하지만, 그릇된 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용기 있게 직언해야 할 책임도 있다.

청와대 정책실장에 임명된 이후 지금까지의 행보가 전적으로 전자에 쏠려 있었고 후자와 관련해서는 아무 역할도 하지 않았다고 판단한다. 그가 양식을 갖춘 경제학자라면 장차 청와대 정책실장 자리에서 내려온 이후 후회할 행보다.

부동산 정책에 관한 성태윤 실장의 인식

▲ 9월 10일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현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마지막으로, 필자의 전공 분야인 부동산 정책에 관한 성태윤 실장의 인식에 대해 몇 마디 부연하고자 한다.

첫째, 성태윤 실장은 서울을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는 집값 상승에 대해 주택공급 확대로 대응하겠다고 한다. 현재의 부동산 시장 과열이 윤석열 정부의 투기 자극 정책 때문임을 몰라서 하는 말인가. 양도소득세 중과 폐지, 종합부동산세 대폭 후퇴, 재건축 규제 완화, 대출 규제 완화 등 전방위적 부양정책으로 투기를 자극해 놓고는 그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이 공급을 확대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하니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둘째, 성 실장은 '종부세는 이중과세다', '임차인에게 전가된다', '주택가격 안정 효과가 미미하다', '세금 걷는 효과는 작은데 경제활동 왜곡 효과는 크다', '다주택자는 임대주택 공급 역할을 담당하므로 중과세해서는 안 된다'는 등 견해를 피력했다. 모두 근거가 없는 엉터리 주장이다(관련 기사: 윤석열 정부 따라가려는 민주당... 왜 이러나 https://omn.kr/2961x).

한 가지만 이야기해 보자. 종부세가 이중과세라고 하는 주장은 그 세금이 2005년 도입된 이후 보수 언론들이 줄기차게 보도해 온 내용이다. 그러나 종부세는 재산세 상당액을 공제한 후 부과하므로 애당초 이중과세가 될 수 없는 세금이다. 헌법재판소도 이런 점을 정확히 이해해서 종부세가 이중과세가 아님을 일찌감치 판결한 바 있다. 청와대 정책실장이 이런 가짜뉴스성 정보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해서 폐지의 근거로 삼다니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셋째, 성 실장은 7월 10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임대차 2법으로 전월세 가격 급등과 전세 매물 감소 등의 부작용이 심각하다"며 두 법을 폐지할 것을 주장했다. 그는 전월세 가격 급등의 원인으로 "한 번의 계약으로 가격 인상률은 5퍼센트 이내로 제한된다는 불안감에 집주인들이 4년 치 인상분을 미리 올려 받으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지적한다. 경제학자가 시장가격이 공급자의 의도대로 결정된다고 주장한 셈이니 이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모르겠다.

공급이 매우 비탄력적인 주택의 경우 단기에 임대인이 임대료를 높이고자 해도 제대로 성공하기 어렵다. 높아진 임대료 수준에서는 수요가 줄어 결국 임대료는 원래 수준 가까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현재의 전월세 가격 급등은 주로 아파트시장에서 나타나는데, 이는 지난 2~3년간 매입 수요의 감소로 임차수요가 증가했고 빌라 등 비아파트 임대시장에서 발생한 전세 사기로 인해 그쪽 수요가 아파트 쪽으로 이동해 생긴 일이다. 이처럼 원인이 비교적 분명히 드러나는데도 책임을 임대차 2법에 돌리고 있으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임차인에게 계약 갱신 청구권을 부여하고 갱신 계약 시에는 임대료 인상을 제한하는 내용의 임대차 2법은 과거 주택 임대시장에 존재했던 임대인과 임차인 간 '힘의 비대칭'을 해소하는 효과가 있으므로, 어떻게든 유지하는 것이 시장경제의 원리에 맞다.

성태윤 실장은 교수 시절 쓴 2020년 9월 3일 자 <매일경제> 칼럼에서 임대차 2법을 임대료 통제 정책으로 규정하면서, 두 법률은 "임대 가능한 주택의 공급을 감소시키고 주거 환경의 질을 떨어뜨려 실제로는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가 힘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경제학원론 교과서에 나오는 임대료 통제의 문제점 정도를 기억하고 그것을 현실 임대차시장에 바로 적용해 해석하려 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과거에 많은 경제학자가 정권에 참여해서 별 성과도 내지 못하고 기존에 가지고 있던 상징 권력을 몽땅 잃어버리는 경우를 여럿 보았다. 성 실장도 필경 그 많은 사례 가운데 하나로 남을 성싶어서 안타까운 마음을 금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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