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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OTT 선정 논란에..."감명 깊게 봤다"

[29th BIFF] 개막작 <전,란> 기자 간담회

등록|2024.10.02 17:37 수정|2024.10.02 17:37

▲ 2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문화홀에서 열린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작인 넷플릭스 영화 '전, 란' 기자회견에서 감독 및 배우들이 인사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일 본 행사에 앞서 진행된 개막작 넷플릭스 영화 <전,란>이 언론에 공개됐다. 2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기자 시사 및 간담회엔 영화를 연출한 김상만 감독을 비롯, 배우 강동원, 박정민, 차승원 등 6명의 주역들이 참석했다.

해당 작품은 임진왜란 초기와 후기를 시대적 배경으로 한 창작물이다. 양반 종려(박정민)의 몸종 천영(강동원)이 오랜 우정을 쌓다가 반란 사건으로 갈등 관계가 되고, 이후 천영이 의병으로 종려는 왕의 호위무사가 되어 다시 마주했을 때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같은 시대 사람들의 서로 다른 관점 다뤘다"

▲ 김상만 감독이 2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문화홀에서 열린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작인 넷플릭스 영화 '전, 란' 기자회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박찬욱 감독의 <공동경비구역 JSA> 미술 감독을 맡으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김상만 감독은 <심야의 FM>(2010)과 <더 테너: 리리코 스핀토>(2014) 등을 연출하며 장편 감독의 길을 걸어왔다. "10년 만에 영화를 찍게 됐다"며 소회를 밝힌 김상만 감독은 "임진왜란, 선조 배경이라는 시대에서 출발한 것 외에는 다 창조된 결과물이다. 사회 시스템, 계급에 대해 관심이 평소에 있었는데 같은 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서로 다른 관점을 다루려 했다"고 말했다.

노비 역할을 처음 해 봤다던 강동원은 "양반 역을 하면 연기에 제약이 좀 있다. 덜 자유롭고, 감정 표현도 자제해야 하는데 이번엔 자유롭게 연기해서 좋았다"며 "무기에도 그런 자유로움을 담아냈다. 무술 감독님과 많은 이야길 했다"고 참여 소감을 밝혔다. 박정민 또한 "천영과 헤어진 후 왕을 호위하면서 갈고 닦은 실력이기에 다른 느낌을 내고 싶어서 감독님과 상의했다"며 "세로로 베는 게 아닌 가로로 움직이는 검술을 고민했다"고 나름 치열했던 분석 과정을 소개했다.

알려진대로 <전,란>은 박찬욱 감독이 기획 및 각본에 참여했다. <공동경비구역 JSA> 미술을 맡기 전 다른 장편 영화 연출 데뷔를 준비했던 사연을 전하며 김상만 감독은 "제안이 왔을 때까지 사극 연출은 생각을 거의 안 하고 있었는데, 임진왜란의 전사와 후사를 다룬다는 게 끌렸다"며 박 감독 제안에 응한 이유를 답했다.

이어 김상만 감독은 "박찬욱 감독님은 제게 스승 같은 분이었다. 시나리오 단계서부터 많은 조언을 주셨고, 촬영 현장에도 자주 오셨다"며 "편집본도 하나하나 뜯어보시면서 영화를 마무리하는 데에 도움을 주셨다"고 전했다.

▲ 배우 강동원이 2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문화홀에서 열린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작인 넷플릭스 영화 '전, 란'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에 강동원은 "천영의 대사 중에 장원급제라는 단어가 있었는데 박찬욱 감독님이 처음 현장에 오셨을 때 제 연기를 보시고, 단음이 아니라 장음이라고 말씀해주셨다"고 일화를 전했다. 단어 음운의 길이까지 확인하는 모습에 강동원은 이후 대사에서 장, 단음을 철저하게 구별하며 연기했다는 후문이다.

현재 박찬욱 감독 신작 <어쩔수가없다> 촬영 중인 차승원 또한 "역할 상 영화에서 내레이션을 하는데 도저히 강세를 찍을 수 없는 곳에 감독님이 찍어보라고 하더라"며 "그런 데에 심하게 꽂히시는 경향이 있다. 하고자 하시는 게 그만큼 있으신 분"이라고 재치 있게 응수했다. <전,란>에서 선조를 연기한 차승원은 "워낙 (많은 작품에서 다뤄서) 손이 많이 탄 캐릭터라 고민이 많았는데 고약한 왕이자 위엄있는 왕, 딱 두 가지만 생각하며 표현했다"고 캐릭터를 소개했다.

"OTT 작품에도 문호 개방돼 있다"

▲ 김상만 감독과 박도신 집행위원장 직무대행이 2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문화홀에서 열린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작인 넷플릭스 영화 '전, 란'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현장에선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전,란>이 선정된 것에 여러 차례 질문이 나왔다. 이미 지난 개막 기자회견에서 박도신 집행위원장 직무대행은 "역대 개막작 중에서 대중에게 가장 어필할 수 있는 작품", "관객들이 얼마나 즐길 수 있는지를 봤다. 넷플릭스라고 해서 개막작에서 제외하는 건 전에도 없었고 이후에도 없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OTT 플랫폼의 개막작 선정에 영화계에서도 여러 의견이 나오고 있다. 독립예술영화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영화제에서 이미 공개가 확정됐고, 대형 자본 투자를 받은 영화를 영화제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개막작으로 선정한 것에 불편하다는 시각도 있다.

이번에도 비슷한 질문이 이어졌다. OTT 플랫폼 작품에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이 개막작이 됐다는 질문에 박 직무대행은 "모험이긴 했는데 개인적으로 감명 깊게 봤다. 대중에게 다가가기 좋은 영화라고 생각한다"며 "그간 부산영화제에선 독립영화를 개막작으로 선정해왔는데 그 기조는 변함없을 것이다. 다만 대중성을 고려할 때 OTT 작품에도 문호는 개방돼 있다"고 답했다.

<전,란>이 영화적으로 갖는 의미를 묻는 말에 박 직무대행은 "20년간 영화제 프로그래머 일을 했는데 주관적 요소도 들어가게 된다"며 "개인적으로 재밌었다. 그간 많은 상업영화를 봤는데 잘 만들어진 작품이었다. 그 이상 다른 의미는 없다"고 말했다.

한 취재진이 극장의 큰 스크린이 아닌 TV나 휴대폰 화면으로 보기 위한 영화를 개막작으로 선정했다고 지적하자, 김상만 감독은 "화면 사이즈가 문제가 될 수 있나 싶다. 어렸을 때 군대 휴가 나와서 신촌의 작은 극장에서 100인치 화면으로 영화를 본 적 있는데 제겐 아주 좋은 작품으로 남아 있다"며 "가정용 TV도 100인치가 넘어가는 시대에 사이즈가 문제일지 생각해봐야겠다. 여전히 극장을 찾는 건 공동의 경험 때문이기에 그 부분을 짚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소신을 밝혔다.

한편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는 2일 저녁 개막식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행사를 시작한다. 10월 2일부터 11일까지 총 63개국, 총 224편의 영화가 상영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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