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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짝 등장한 김성태 측근, '대북송금' 위증 논란

[박상용 검사 탄핵청문회] 엄용수 전 비서실장 "이화영과 인연으로 송금" 증언했지만 검찰 진술과 달라

등록|2024.10.02 21:16 수정|2024.10.02 21:43

김성태, 1심 선고 공판 출석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이 지난 7월 12일 오후 경기 수원시 수원지방법원에서 진행된 뇌물공여 및 정치자금법위반, 외국환거래법위반 등 혐의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2일 오후 2시 30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에서 열린 박상용 검사 탄핵 청문회가 재개되자 오전에 보이지 않았던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의 비서실장이었던 엄용수씨가 깜짝 등장했다. 이에 정청래 위원장은 엄씨를 증언대로 불러 물었다.

정청래 : "엄용수 증인 오전에는 안 나왔는데 오후가 돼 왜 나왔나?"
엄용수 : "소상히 설명드리고 판단을 받아보고자 나왔다."
정청래 : "오전 청문회를 보면서 결정한 것인가?"
엄용수 : "보진 않았다."
정청래 : "그럼 갑자기 나와야겠다고 생각이 바뀐 이유는 무엇인가?"
엄용수 : "주위에서 전화가 왔다. 제가 몸담고 있는 쌍방울 그룹에 대해서 너무 악의적으로 여론화가 되고 있어서, 제가 소상히 설명해야겠다고 해서 나온 거다."

당초 민주당 측은 엄씨를 '주가조작을 위해 대북송금을 하였다고 법원에서 진술한 당사자'라는 이유로 증인으로 소환했다. 그러나 이날 오후 청문회에 갑자기 등장한 엄씨는 "쌍방울이 대북송금을 할 이유가 전혀 없다"면서 "김성태와 이화영의 20년 인연으로 (대북송금을) 한 것"이라는 취지로 답했다.

"저희(쌍방울)가 500만 불을 대북송금할 이유가 전혀 없다. 안부수는 이화영이 소개를 해줘서 만난 사람이다. 2018년 12월 이후 (송금이) 진행된 건데, 당시는 정부에서 민족통일이나 남북간 교류개선이 활성화되는 분위기였다. 회장님(김성태)은 그 부분 고민을 많이 했고, 이화영과 회장님은 20년 막연한 지간이라 이화영이 야인으로 있을 때부터 도움을 준 것이다."

봉지욱 기자 "엄 비서실장은 위증"

하지만 엄씨의 발언은 이어 증언대에 선 봉지욱 <뉴스타파> 기자에 의해 정면으로 반박됐다. 봉 기자는 "엄용수 전 비서실장은 위증을 하는 거 같다"고 말했다.

봉 기자는 "엄 전 실장이 검찰에서 진술한 내용을 보면, 쌍방울 대북사업은 주가부양 목적이라고 본인이 말했다. 전문 촬영기사를 데리고 (북한에) 가서 촬영을 한 건 주가부양을 위한 것이라고 진술했다"라며 "(현재 국회 청문회 증언이) 위증이 아닌가 싶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엄씨는 손을 들고 반론할 기회를 달라고 요청했다. 기회를 얻은 엄씨는 "전체적으로 (봉 기자가) 재판 진행에 대해서 모르면서 말하는 거 같다"면서 "나는 저런 취지로 말하지 않았다"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전체적인 내 증언을 봐야 한다"며 "500만 불을 (북에) 보냈다는 이런 내용이 없다. 누구를 두둔하려고 (청문회에) 온 것이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박상용 수원지검 부부장검사 탄핵소추사건 조사 청문회에 박 검사가 증인 소환에 불응해 자리가 비어 있다. ⓒ 유성호

엄씨는 검찰에서 뭐라고 말했나

<오마이뉴스>가 엄씨의 검찰 진술조서를 확인한 결과, 엄씨는 2022년 12월 9일 수원지검 조사 과정에서 "쌍방울그룹과 KH그룹이 함께 남북협력사업을 진행하기로 했기 때문에 별도로 합의서를 작성할 이유가 없고, 굳이 따로 작성한다면 쌍방울 그룹과 KH그룹이 별도로 IR 자료를 만들어서 투자 유치를 통해 주가를 올리려고 했던 것으로 추정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에 검사가 엄씨에게 "쌍방울 그룹에서는 합의서 체결 후 (나노스) IR 자료를 만들었나"라고 물었고, 엄씨는 "네, 주가부양을 위한 IR 자료를 만들려고 2019년 5월 12일경 합의서와 2019년 7월 24일 국제대회 당시 전문 촬영기사도 데리고 갔고, 당시 촬영한 영상으로 IR 자료를 만들어서 주가를 부양하려고 했다"라고 답했다. 봉 기자의 말과 부합하는 발언이다.

다만 같은 조사에서 엄씨는 "사석에서 방용철로부터 '이화영 부지사가 북한 측에 스마트팜 지원 자금 50억 원을 주기로 했는데, 그 돈을 주지 못해서 쌍방울이 대신 주기로 했고, 그 대가로 남북협력사업을 진행하기로 했다'는 내용을 들었다"는 말도 덧붙인다. 다만 앞에 '주가부양 목적' 진술은 자신이 한 일에 대한 진술인 반면, 이것은 '전문진술'이라는 한계가 있다.

쌍방울은 2019년 1월 17일 북한과 처음 MOU(양해각서)를 맺은 뒤 같은 해 5월 2차 본계약을 맺는다. 그리고 쌍방울은 1차 협약식 내용을 토대로 투자자 설명자료를 만들었다. 해당 자료에는 ▲북한에 희토류 광물 자원이 약 10억 톤(2000조 가치) 가량 묻혀 있는데, 나노스가 북 아태위와 기본 합의를 통해 이를 개발하기 위한 실무 단계에 접어들 예정이고 ▲남북한 주요 인사들을 통해 이 사업을 현실화 할 수 있으며 ▲이미 북 아태위와 기본 합의서(MOU)를 맺었으니 '투자' 해달라는 내용이 담겼다. 그리고 해당 '나노스IR리포트'에는 희토류 사업 등의 목적으로 500만 불을 북한에 송금했다고 기재됐다.

그러나 김성태 회장 등 쌍방울 관계자는 "외부에 공개되는 '나노스 IR 리포트'에 경기도를 대신해서 500만 달러를 북측에 지급했다는 사실을 쓸 수 없기 때문에 '계약금'으로 표기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검찰도 같은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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