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를 팝니다? 저는 K를 가르칩니다
박재영 작가의 신작 < K를 팝니다>를 읽고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친 지 10년이 되었다. 10년 전 한국어를 가르치기 시작할 때는 K팝 정도였다. 싸이의 강남스타일, 빅뱅과 투웨니원 정도. 그런데 K팝의 상승세가 심상치 않더니, 이제는 K를 붙인 모든 것이 브랜드가 되었다. K푸드, K드라마, K웹툰, K화장품 등등. 끝 갈 곳을 모르고 K가 확장되고 있다. 이쯤 되니 마치 'K'가 하나의 신조어(접두어)가 된 느낌이다.
K의 모든 것이 들어있는 책 < K를 팝니다 >
박재영 작가의 신작 < K를 팝니다 >에는 K의 모든 것이 들어 있다. 우리가 모두 아는 것, 하지만 미처 깨닫지 못한 것. 우리가 모두 아는 것, 하지만 익숙해져서 그 가치를 몰랐던 것. 작가는 K의 모든 것을 외국인 관점에서 보고, 그것을 외국인에게 소개한다.
이런 식이다. 모두가 아는 사실에 작가의 재기 발랄한 해석이 합쳐진다. 그건 대게 촌철살인의 유머가 된다. 한국어가 서툰 초급 학생들은, 손목이 삐끗해도 약국에 가서 파스 하나 사지 못한다. 외향적 성격이라면 손짓 발짓하며 약국 방문을 시도해 보겠지만, 그렇지 못한 학생들은 주저 없이 쿠팡을 켠다. 그리고 온라인으로 파스를 산다. 배송비를 내야 하겠지만, 필요한 수량 보다 몇 개 더 사야 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결정을 한다. 무엇이든지 배달되는 한국이, 너무나 편하다고 말하면서.
본격 한국 여행 권장 도서 < K를 팝니다 >
책에서 모든 것의 가격은 달러로 나온다. 이 책의 타깃 독자가 외국인인 만큼, 타깃에 맞게 기술한 것이다. 아니 그런데, 1달러라고 표현하니 한국의 지하철은 정말 저렴하지 않은가. 한국에 여행 올 외국인이 보면 정말 솔깃할 일이다. 그런데 외국인이 보려면, 영어로 쓰여야 하지 않을까? 맞다. 이 책은 영어로도 쓰여 있다. 600페이지가 넘는 벽돌 책은 사실상 절반이 영어여서, 책장이 술술 넘어간다.
나는 일단, 한국어만 보면 되니까. 작가는 챗GPT의 도움을 받아 한국어와 영어를 한 챕터 씩 병기했다고 하는데, 이 또한 흥미롭다. 아무래도 나는 (한국어 교사인) 직업 특성상 내가 하는 말이 영어로는 뭔지 시시때때로 궁금하다. 초급학생들을 가르칠 때 내가 영어를 말할 일은 없어도 그들이 말하는 영어는 알아들어야 할 때가 있어서다.
이 책은 정말, 본격 한국 여행 권장 도서다. 이런 말투의 책이라니, 가끔 조금은 낯간지럽기도 하고 조금은 부끄럽기도 하지만 뭐 어떤가. 이 책의 타깃 독자는 외국인 또는 외국인에게 K를 소개할 한국인이고, 그렇게 생각하면 이런 식의 접근은 매우 이국적이다.
한국의 문화, 역사 그리고 언어까지 총망라한 책
책을 읽으면 문화적 이해도 깊어지고 역사적 지식도 얻을 수 있다. 많은 외국인들이 말한다. 한국 사람들은 왜 몸이 부딪치는 것에 무신경하냐고, 왜 모르는 사람에게 절대 인사를 하지 않느냐고. 그에 대한 박재영 작가의 해석은 이렇다. 한국인이 가까이 서고 서로 부딪치는 것에 덜 민감한 것은 땅덩어리가 좁아서, 복닥거리며 사는 것에 익숙해져서라고. 그리고 길에서,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는 사람과 인사 안 하는 것도, 그 때문이라고. 항상 빽빽하게 엘리베이터를 타는데, 그 사람들에게 일일이 인사한다는 것도 이상하고. 아, 그렇구나! 이런 해석은 매우 신선했고 공감도 됐다. 외국인의 관점에서 '한국 다시 보기' 느낌이랄까.
한국의 문제는 한국인이 해결할 테니
그렇다고 해서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의 좋은 점만 광고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작가는 한국의 불안한 현실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단, 이렇게 말한다. '한국의 문제는 한국인이 해결할 테니, 외국인인 당신은 와서 즐기면 된다' 라고. K콘텐츠는 날로 흥하는데, 그래서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은 날로 늘어만 가는데, 현실은 암울하다. 그것을 깨달을 때마다, 나는 한국어를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씁쓸함을 느낀다. 작가는 그것에 대해서도 사실대로, 솔직히 말한다. '우리도 안다. 그런데 그건 우리가 노력해서 해결하겠다.'라고.
언어에 대한 꼭지도 있는데, 박재영 작가를 만나면 꼭 이렇게 한 마디 전하고 싶다. '작가님, 한국어 교사가 될 자질이 충분하십니다'라고.
'K'라면 나도 할 말 많은데, 'K'에 대해서라면 나도 꽤 안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은 정말 많이 흥미로웠다. 추천사에도 쓰여 있듯이 '다 아는 것을' 이렇게나 '흥미진진하게' 쓰다니, 알고 있었지만 박재영 작가님의 글은 유머와 지식이 적절히 공존한다. 한국어로 휘리릭 즐겁게 읽었으니, 이제 영어로도 한 번 읽어 봐야겠다. 책상 한 켠에 놓고 옥편 보듯이, 여행 잡지 보듯이. 딱, K를 가르치는 내가 읽을 책이다.
K의 모든 것이 들어있는 책 < K를 팝니다 >
▲ 책 표지 사진박재영 2024, 출판사 난다 ⓒ 서민선
박재영 작가의 신작 < K를 팝니다 >에는 K의 모든 것이 들어 있다. 우리가 모두 아는 것, 하지만 미처 깨닫지 못한 것. 우리가 모두 아는 것, 하지만 익숙해져서 그 가치를 몰랐던 것. 작가는 K의 모든 것을 외국인 관점에서 보고, 그것을 외국인에게 소개한다.
당신이 무엇을 떠올리든, 그것도 배달이 된다고 생각하면 된다
-박재영 <K를 팝니다> 168쪽, 2024, 난다
이런 식이다. 모두가 아는 사실에 작가의 재기 발랄한 해석이 합쳐진다. 그건 대게 촌철살인의 유머가 된다. 한국어가 서툰 초급 학생들은, 손목이 삐끗해도 약국에 가서 파스 하나 사지 못한다. 외향적 성격이라면 손짓 발짓하며 약국 방문을 시도해 보겠지만, 그렇지 못한 학생들은 주저 없이 쿠팡을 켠다. 그리고 온라인으로 파스를 산다. 배송비를 내야 하겠지만, 필요한 수량 보다 몇 개 더 사야 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결정을 한다. 무엇이든지 배달되는 한국이, 너무나 편하다고 말하면서.
본격 한국 여행 권장 도서 < K를 팝니다 >
서울 지하철의 최대 장점 중의 하나는 저렴한 가격이다. 거의 모든 구간을 1달러 정도의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다.
-같은 책, 110쪽
책에서 모든 것의 가격은 달러로 나온다. 이 책의 타깃 독자가 외국인인 만큼, 타깃에 맞게 기술한 것이다. 아니 그런데, 1달러라고 표현하니 한국의 지하철은 정말 저렴하지 않은가. 한국에 여행 올 외국인이 보면 정말 솔깃할 일이다. 그런데 외국인이 보려면, 영어로 쓰여야 하지 않을까? 맞다. 이 책은 영어로도 쓰여 있다. 600페이지가 넘는 벽돌 책은 사실상 절반이 영어여서, 책장이 술술 넘어간다.
나는 일단, 한국어만 보면 되니까. 작가는 챗GPT의 도움을 받아 한국어와 영어를 한 챕터 씩 병기했다고 하는데, 이 또한 흥미롭다. 아무래도 나는 (한국어 교사인) 직업 특성상 내가 하는 말이 영어로는 뭔지 시시때때로 궁금하다. 초급학생들을 가르칠 때 내가 영어를 말할 일은 없어도 그들이 말하는 영어는 알아들어야 할 때가 있어서다.
오랜 고민 끝에 나는 당신에게 '치맥'을 추천한다.
(당신을 매혹시킬 한국 음식은 그 외에도 정말 많으니, 제발 두 끼만 먹고 떠나지 말고...)
-같은 책, 161쪽
이 책은 정말, 본격 한국 여행 권장 도서다. 이런 말투의 책이라니, 가끔 조금은 낯간지럽기도 하고 조금은 부끄럽기도 하지만 뭐 어떤가. 이 책의 타깃 독자는 외국인 또는 외국인에게 K를 소개할 한국인이고, 그렇게 생각하면 이런 식의 접근은 매우 이국적이다.
한국의 문화, 역사 그리고 언어까지 총망라한 책
한국인들은 앞사람에게 바싹 붙어서 줄을 선다.(중략) 한국인들은 타인의 공간을 침범하는 것에 무신경한 것이 아니라, 각자 자신에게 할당된 공간이 아주 작다고 생각하는 것이 옳다.
-같은 책, 81쪽
책을 읽으면 문화적 이해도 깊어지고 역사적 지식도 얻을 수 있다. 많은 외국인들이 말한다. 한국 사람들은 왜 몸이 부딪치는 것에 무신경하냐고, 왜 모르는 사람에게 절대 인사를 하지 않느냐고. 그에 대한 박재영 작가의 해석은 이렇다. 한국인이 가까이 서고 서로 부딪치는 것에 덜 민감한 것은 땅덩어리가 좁아서, 복닥거리며 사는 것에 익숙해져서라고. 그리고 길에서,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는 사람과 인사 안 하는 것도, 그 때문이라고. 항상 빽빽하게 엘리베이터를 타는데, 그 사람들에게 일일이 인사한다는 것도 이상하고. 아, 그렇구나! 이런 해석은 매우 신선했고 공감도 됐다. 외국인의 관점에서 '한국 다시 보기' 느낌이랄까.
한국의 문제는 한국인이 해결할 테니
그렇다고 해서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의 좋은 점만 광고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작가는 한국의 불안한 현실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단, 이렇게 말한다. '한국의 문제는 한국인이 해결할 테니, 외국인인 당신은 와서 즐기면 된다' 라고. K콘텐츠는 날로 흥하는데, 그래서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은 날로 늘어만 가는데, 현실은 암울하다. 그것을 깨달을 때마다, 나는 한국어를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씁쓸함을 느낀다. 작가는 그것에 대해서도 사실대로, 솔직히 말한다. '우리도 안다. 그런데 그건 우리가 노력해서 해결하겠다.'라고.
먼저, '여기요'라는 단어가 있다. '여기'는 'here'이며, '요'는 존댓말을 만들 때 흔히 덧붙이는 말이다 (중략) 'Excuse me'와 비슷한 느낌으로 쓸 수 있는 표현이다. '여기 있는 나에게 관심 좀 가져 달라'는 의미가 되겠다.
-같은 책, 326쪽
언어에 대한 꼭지도 있는데, 박재영 작가를 만나면 꼭 이렇게 한 마디 전하고 싶다. '작가님, 한국어 교사가 될 자질이 충분하십니다'라고.
'K'라면 나도 할 말 많은데, 'K'에 대해서라면 나도 꽤 안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은 정말 많이 흥미로웠다. 추천사에도 쓰여 있듯이 '다 아는 것을' 이렇게나 '흥미진진하게' 쓰다니, 알고 있었지만 박재영 작가님의 글은 유머와 지식이 적절히 공존한다. 한국어로 휘리릭 즐겁게 읽었으니, 이제 영어로도 한 번 읽어 봐야겠다. 책상 한 켠에 놓고 옥편 보듯이, 여행 잡지 보듯이. 딱, K를 가르치는 내가 읽을 책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작가의 개인 SNS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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