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국제결혼 지인, 느는 다문화가정... 근미래입니다

다문화 학생 교육 정책은 모두를 위한 것, 맞춤형 교육으로 효과 극대화 해야

등록|2024.10.04 11:12 수정|2024.10.04 11:14

▲ 부산지역 다문화 학생 현황. 부산mbc 뉴스데스크 캡처 ⓒ 부산mbc


나는 작년 초반 은퇴한 퇴직 교사이다(관련 기사: 반가운 제자들의 카톡에 되돌아본 교직 생활 https://omn.kr/28q7n ). 며칠 전 내가 살고 있는 부산 지역 방송의 뉴스에서 학령 인구는 매년 줄어들고 있지만, 다문화 학생은 해마다 늘어난다는 보도를 접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10년 사이에 학령 인구는 20% 이상 줄었지만, 다문화 학생은 2.5배 이상 늘었다고 한다. 2027년에는 부산에 다문화학교도 개교할 예정이라는 소식도 들린다.

다문화 학생의 증가는 부산뿐만 아니라 전국적인 추세이다. 이미 우리 사회는 다문화 사회로 접어들었으며, 주변에서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을 보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다문화 학생들을 위한 교육에 더욱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다문화 가정의 고민... 중도 입국 경우엔 더 고민 깊어

나의 친척이나 지인 중에도 국제결혼으로 다문화 가정을 이루고 사는 사람들이 있다. 오랜 세월 동안 가깝게 지내는 동생뻘 지인도 좀 늦은 나이에 외국 여성과 국제결혼을 하여 단란하게 열심히 산다.

결혼 이후 세월이 흘러 그들 사이에 태어난 딸은 어느새 초등학교 6학년이 되었다. 딸은 성격이 활달하고 사교성이 있는 데다 인사성도 발라서 친구도 많다고 한다. 지난 여름방학 때는 지역대학에서 3주 동안 실시한 초등학생 캠프에도 다녀왔다면서 좋아했다. 지인 부부에게는 삶의 희망이자 보물 같은 딸이다.

그런데 딸이 학년이 올라갈수록 고민스럽다는 것이다. 도통 학업에는 관심이 없다면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 신경이 쓰인단다.

아무래도 딸이 어릴 때 우리말이 서툰 엄마와 같이 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까, 한국어 언어 발달이 늦어져 우리말에 대한 어휘력과 이해력이 부족한 것 같다고 걱정했다. 딸의 성격이 외향적이라 밝기는 하지만, 외모 때문에 은근히 주변의 시선도 조금씩 의식하는 것 같다고도 한다.

게다가 지인은, 딸이 곧 중학교 진학을 앞두고 있어서 더욱 걱정스러운 모양이다. 딸이 본격적인 사춘기에 접어드는 데다 학교 환경이 바뀌면 새로운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 우려한다. 딸의 외모에서 살짝 드러나는 차이로 인해 혹시라도 친구들로부터 놀림이나 따돌림을 당하지 않을까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문화에 대한 편견과 부정적인 고정관념은 한창 예민한 사춘기의 다문화 아이들에게는 알게 모르게 정서에 미치는 악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또래 친구들이나 학교에서 가르치는 교사, 주변 어른들에 이르기까지 다문화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폭넓은 이해가 요구될 수밖에 없다.

▲ 다문화 가정의 자녀들은 종종 어려움에 빠지곤 한다.(자료사진) ⓒ claybanks on Unsplash


국내에서 출생해 성장한 다문화 가정의 자녀도 어려움이 있지만, 외국에서 살다가 중도에 입국한 다문화 가정의 자녀는 더 큰 어려움에 봉착한다.

내 친척 중에 베트남 여성과 국제결혼을 한 사람이 있는데, 딸이 가정 사정상 어린 나이에 엄마의 모국인 베트남 외가에서 몇 년을 지내다가 다시 국내로 들어온 경우가 있다. 그 친척의 딸은 외가에서 지내는 동안 한국어를 많이 잊어버리고 우리 문화에도 익숙지 않아 국내 생활에 적응하는 데 여러 가지로 힘들었다고 한다.

처음 국내에서 외가로 갔을 때도 언어와 문화 차이로 힘들었을 것은 당연하다. 또다시 국내로 들어와 적응하는 데 어려움이 있으니 두 나라를 오가며 어린 나이에 겪었을 고생이 얼마나 심할까 싶다.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로 인한 어려움과 갈등 속에서 아이가 받은 스트레스와 정체성의 혼란을 짐작하고도 남는다.

이런 상황에 놓여 있는 중도 입국 다문화 학생이 국내의 또래 학생들과 같은 교실에서 같은 수업을 받는다는 것이 합당하기나 한 걸까. 한국어가 서툴러 의사소통도 어려운 다문화 학생이 일반 또래 학생들과 같은 학급에 편성되어 같은 수업을 받을 때, 그게 얼마나 교육 효과가 있을지는 뻔하다.

알아듣지도 못하는 수업을 또래 아이들과 같은 교실에서 받게 하면, 다문화 학생이 받는 것은 수업이 아니라 학업 스트레스일 것이다. 다문화 학생이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의 맞춤형 교육이 이루어져야 학생도 학업 흥미를 갖게 된다.

한국어와 한국 문화 교육부터... 다문화 가정의 이점 살려야

▲ 다문화 학생의 작품과 다문화 학생을 위한 한국어 교실. 부산mbc 뉴스데스크 캡처 ⓒ 부산mbc


우선 다문화 학생에게 한국어와 한국 문화 이해 교육부터 체계적으로 이루어진다면 훨씬 교육 효과가 커지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부산 지역의 일부 학교에서 운영하는 '한국어 학급'은 바람직하다. 더 나아가 2027년에는 '다문화학교'도 개교하여, 원적교 위탁 방식으로 6개월에서 1년 간 한국어 교육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한다.

다문화 사회로 정착해 가는 진일보한 교육 정책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여전히 한국어 학급이 운영되지 않는 학교가 많다고 하니, 다문화 학생들을 위해 보다 적극적인 교육 정책이 필요하다고 본다.

다문화 학생들의 유형도 다양해지고 있다. 국제결혼 가정의 국내 출생 자녀, 중도 입국 자녀, 탈북 청소년 등 모두 우리나라에서 교육 받을 권리가 있는 아이들이다. 국가가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는 것은 국가적 책무이기도 하다.

다문화 학생들이 성장 과정과 학교생활에서 어려움을 겪지만, 그들만의 장점도 있다. 국제결혼 가정의 자녀들은 당장 한국어는 서툴 수 있으나 부모가 익숙한 두 나라의 언어를 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한국어 교육뿐만 아니라 그들의 이중언어 역량도 키워 주어야 한다.

그들이 훌륭하게 성장하여 두 나라의 교류와 발전을 위해 가교 역할을 충분히 할 수도 있는 것이다. 탈북 청소년은 앞으로 남북 교류와 협력, 통일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큰 역할을 할 수도 있다.

다문화 사회로 접어든 우리 사회의 미래는 다문화 학생들이 올바른 교육을 받고 자신들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때, 더욱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다문화 학생들이 즐겁게 학교생활을 하면서 재미나게 수업하고, 그들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주는 교육 환경이 만들어지길 기대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필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실릴 수 있습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