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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한테만 '안 나오는' 공기 중 녹조 독소

[의견] 공기 중 녹조 독소 검출은 이미 국내외 과학적으로 입증된 사실

등록|2024.10.03 16:56 수정|2024.10.03 16:56

▲ 백제문화제가 열리는 지난 9월 28일 공주 공산성 앞 금강은 녹조가 창궐했다.(녹조가 핀 금강을 가로지른 부교를 건너는 주민들) ⓒ 김병기


3일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은 올해 낙동강·금강 녹조 발생 지역 공기 중에서 녹조 독소가 불검출됐다고 밝혔다. 2022, 2023년에 이어 같은 결과였다고 한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올해 조사의 경우 낙동강에서 19개 시료를, 금강에선 13개 시료를 채집하면서 근접부(수표면 0.3m), 수변부(수변으로부터 0.5~2m), 원거리(수변 15~919m)로 구분해 4시간 이상 장시간 포집한 결과 모두 불검출로 나왔다고 했다.

이에 대해 낙동강네트워크와 환경운동연합은 "기본적으로 국내외 연구 흐름과 맞지 않는다"며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창원대 김태형 교수팀과 부경대 이승준 연구팀은 2022년, 2023년 낙동강 인근 지역에서 에어로졸(액체 미립질)화한 녹조(유해 남세균) 독소를 검출했다. 심지어 1~3.7km 떨어진 아파트 실내에서도 검출되기도 했다.

이들 단체는 "국내 공기 중 녹조 독소 검출은 국제적 연구 추세와 일맥상통했다"며 "공기 중 녹조 독소 검출 관련 연구는 전 세계에서 쏟아지고 있고, 대표적인 녹조 독소인 마이크로시스틴과 에어로졸 관련해 구글 스칼라 게재 연구 논문만 5천여 편에 이른다는 게 관련 전문가의 분석"이라고 밝혔다.

2011년 뉴질랜드와 독일 연구팀은 <환경 모니터링 저널(Journal of Environment Monitoring)> 게재 논문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은 극도로 안정한 화합물이며 일단 공기로 퍼지면 분해되지 않고 수 km를 날아갈 수 있다"라고 했다.

2022년 9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학 해양과학연구소 등의 연구팀이 <종합 환경 연구(Science of Total Environment)> 국제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독성을 지닌 여러 남세균이 초미세먼지에서 검출됐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환경단체는 "이 연구 결과는 녹조 창궐에 따른 에어로졸 현상이 초미세먼지 농도 증가의 원인이 된다는 것"이라며 "국내외에서 녹조 독소 에어로졸에 대한 건강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환경단체는 국립환경과학원의 근접부(수표면)와 수변부(0.3m ~ 2m)에서도 불검출됐다는 것에 대해서도 의문이라 지적했다. 녹조가 심각하게 창궐한 현장에선 20~30여 미터 떨어진 곳에서도 심한 악취가 나기 때문이다. 이들 단체는 "냄새 물질과 녹조 독소 물질은 다를 수 있지만, 바람 등 영향에 따라 수표면과 수변부에서 주변으로 냄새 물질과 함께 독소도 공기 중으로 확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2023년 11월 23일 환경부는 환경단체의 공기 중 녹조 독소 검출 반박 자료(환경부 '녹조 발생 지역에서 공기 중 조류 독소 불검출')에서 "국립환경과학원 검토 결과, 조류 독소는 수표면과 수변에서 미량으로 검출될 수는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와 올해 국립환경과학원 입장과 결과는 서로 상반된다는 게 환경단체의 지적이다.

앞서 언급한 초미세먼지(PM 2.5)와 마이크로시스틴(MC-LR)은 국제암연구소(IARC)가 각각 그룹 1(Group 1), 그룹2비(Group 2B) 발암물질로 지정했다. 국민건강과 안전 관점에서 둘 다 주의해야 할 물질이지만, 우리나라 정부 대응은 현저히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미세먼지는 「미세먼지 저감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해 국가 차원에서 국민건강과 안전을 위한 시스템을 제도화하고 있지만, 미세먼지 농도 증가 요인으로 연구된 녹조 독소는 유해성과 위해성을 모두 부정하면서 저평가 시스템을 제도화하고 있다는 게 환경단체의 분석이다.

이런 현상은 윤석열 정부에서 더욱 노골화하고 있다. 환경단체는 "윤석열 정부 환경부는 '고인 물이 썩는다'라는 인류가 역사 이래 획득한 경험적·과학적 상식을 국가권력과 청부과학자를 동원해 부정하고 있다"며 "이는 결국 MB시대 횡행했던 4대강사업 망령이 되풀이하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고 꼬집었다.

환경단체는 "우리는 녹조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에 공동 조사를 요청했지만, 윤석열 정부 환경부는 환경단체의 절박한 요청을 배제하고 자기들 방법과 용역으로 녹조 위험 저평가 행태를 이어가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우리는 환경부가 공기 중 녹조 독소 측정을 못 하는 건지 아니면 안 하는 건지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다"고도 밝혔다.

낙동강네트워크와 환경운동연합은 국민건강과 안전은 이념 문제가 아닌 국가 존립의 기본이라는 점과 강이 아프면 사람이 병들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이들 단체는 올해도 낙동강 주요 지점 녹조 독소 모니터링과 공기 중 녹조 독소 조사를 진행했고, 관련 조사 결과는 조만간 밝힐 예정이다.

특히 이들 단체는 녹조 독소 인체 조사를 진행한 전문가들에게 관련 자료를 받아 7일 기자회견을 개최한다. 유해 남세균 유전자가 사람 콧속에서 양성 반응이 나왔다는 게 핵심적 내용인데, 이는 공기 중으로 확산한 녹조 독소가 호흡기를 통해 인체에 유입될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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