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각시붕어와 기름종개까지 "도심하천에서...놀랍다"

대구 동구 동화천 어류조사 결과 15종 확인... 하천정비사업, 더 이상 벌여선 안돼

등록|2024.10.04 10:09 수정|2024.10.04 10:41
동화천에는 현재 동서변동 택지지구와 공산댐 하류에 개발된 지묘동 택지지구가 존재하나 자연적으로 조성된 습지 및 자연 생태계가 잘 보존되어 있어 대구광역시를 대표하는 자연하천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팔공산과 금호강을 연결하는 대구의 주요 생태축으로서 생태학적 상호작용의 유지에 중요한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있다.

국가가 10년마다 수립하는 하천기본계획(2008년)은 대구 동화천을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즉 동화천이 국립공원 팔공산과 국가하천 금호강을 연결해주는 매개이고, 대구를 대표하는 자연하천이란 이야기다.

난개발에 벌목 사태까지... 자연하천 동화천의 수난

▲ 가운데 동하천 주변에 많은 아파트들이 들어선 택지인 연경지구 ⓒ 대구환경운동연합

▲ 벌목사태가 일어난 대구 동구 지묘동 쪽 동화천 주변에도 많은 아파트와 주택이 들어서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그런데 이런 곳에서 난개발이 자행되고 있어 동화천을 아끼는 이들의 걱정이 크다. 동화천의 하류인 대구 북구 동서변동에는 동화천 양안 모두 산책로가 들어서 있다. 완전 공원화가 된 것인데, 인간의 편의만 생각한 하천개발 현장이라고 볼 수 있다.

동화천을 따라 조금 더 상류로 올라가면 연경지구란 대규모 택지를 목격할 수 있다. 이미 많은 아파트와 주택들이 들어섰고, 그 영향은 그곳을 흐르는 동화천에까지 미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설상가상 동화천의 중류에 해당하는 지묘동에서는 대구 동구청이 '동화천 하천정비사업'이란 이름으로 대규모 벌목을 자행해 크게 논란이 됐다.

왕산교에서 대원사까지 대략 2㎞에 이르는 구간엔 총 579그루의 아름드리 왕버들 등 나무들이 자연스레 자라나 있었지만 하천정비사업으로 100여 그루가 잘려나갔다(관련 기사 : 원시 자연성 살아있는 곳 싹쓸이 벌목한 대구 동구청 https://omn.kr/2abxt).

▲ 네 사람이 둘려싸야 다 안을 수 있는 다발로 자란 아름드리 왕버들도 무참히 잘려나갔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벌목된 나무들이 잔뜩 쌓여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지난달 26일 산책을 나왔다가 그 현장을 지켜본 한 주민이 대구환경운동연합에 제보 전화를 했고, 절박한 제보를 접한 대구환경운동연합은 바로 현장으로 달려가 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이곳이 생태적으로 아주 건강하고 아름다운 하천 구간이란 것이 곧 밝혀졌다.

다음날 곧바로 이곳 주민들과 환경단체들이 합심해서 현장 농성과 기자회견을 벌였다. 그 결과 27일 대구 동구청이 "더 이상의 벌목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나머지 하천 구간은 지켜내게 된 것이다. 시민의 발빠른 제보와 환경단체의 현장 조사가 나무 500여 그루를 살렸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새로운 것을 알게 되었다. 공사를 하지 않은 동하천 속으로 들어가니 마치 깊은 산속에 온 것과 같은 느낌이 드는 천연 자연 숲이 펼쳐져 있는 것 아닌가.

▲ 멸종위기종이자 천연기념물인 수달의 배설물. 이곳에 수달이 살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수달을 비록한 다양한 야생동물의 발자국이 즐비하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그 안에는 멸종위기종 수달과 삵 그리고 너구리와 고라니 같은 야생동물들의 발자국이 즐비했다. 또 여러 종류의 물고기가 돌아다니고 있는 것은 물론 조개와 재첩 그리고 다슬기까지 살아있는 거의 완벽한 생태 공간이란 것을 확인하게 됐다.

이들은 생태적으로 아주 건강한 야생의 서식처를 살린 것이다. 그렇지만 이렇게 건강한 하천숲의 일부가 이미 잘려 나갔고 강바닥은 굴착기로 파헤쳐 졌다. 더 이상의 벌목이나 준설공사로 동화천의 생태계가 또다시 훼손되어선 안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온다.

동화천 어류조사... 동화천은 건강한 하천

동화천 벌목 사태에 대한 소식을 듣고 경기도 이천에서 곧바로 달려온 '물들이연구소' 성무성 소장은 지난 2일 이 구간에 대한 어류조사를 진행했다. 성무성 소장과 함께 대구환경운동연합의 회원이자 시민과학자클럽의 손미희 대표가 어류조사에 함께했다.

▲ 동화천 어류조사 중에 물들이연구소 성무성 소장 ⓒ 손미희

▲ 이날 동화천에서 채집된 각시붕어. 빛깔이 참 곱다. ⓒ 성무성


한 시간의 조사에서 총 15종의 다양한 어류가 채집됐다. 그 각각은 이름도 낯선 떡납줄갱이, 낙동납자루, 납지리, 각시붕어, 누치, 피라미, 참붕어, 참갈겨니, 기름종개, 모래무지, 치리, 동사리, 돌고기, 밀어, 긴몰개 등이다.

적지 않은 친구들이다. 어류조사를 모두 마치고 주변까지 둘러본 성무성 소장은 동화천에 대해 다음과 같이 평가했다.

"도심하천에 이렇게 많은 종수를 한꺼번에 보는 게 쉽지 않아 놀랐다. 앞으로 이곳이 잘 보전되었으면 좋겠다. 민물조개에 산란하는 납자루아과 어류가 많이 출현하는 이유는 주변에 식생이 발달되어 있고, 하상이 건강해서 민물조개가 많고 무엇보다 낙동강 고유종인 기름종개를 다수 관찰할 수 있었다. 참 건강한 하천이다."

동화천 어류 15종

ⓒ 성무성

(*슬라이드 사진 설명 : 떡납줄갱이, 낙동납자루, 납지리, 각시붕어, 누치, 피라미, 참붕어, 참갈겨니, 기름종개, 모래무지, 치리, 동사리, 돌고기, 밀어, 긴몰개)

앞서 말했듯 이곳은 원시 자연숲이 살아 있는 곳으로, 마치 깊은 계곡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구간이다. 집 앞에 이런 곳이 있다는 건 인근 주민들에게 큰 축복이다. 주민들이 벌목 사태에 분노하는 이유다.

이렇게 건강한 하천일지라도 이곳의 왕버들을 모두 벌목해 버리고 강바닥을 긁어내는 준설공사를 강행하면, 이곳의 아기자기한 생태계는 완전히 괴멸된다. 굴착기 바퀴가 하천바닥을 헤집고 파헤쳐 버리면 이곳 생태계는 끝장나게 되는 것이다.

동화천은 대구의 미래다

지난달 27일 새벽 동화천 현장 농성에 함께하고, 2일 성무성 소장과 어류조사도 함께한 시민과학자클럽 손미희 대표 또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물론 개발을 찬성하는 분들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동화천 안으로 한 번 들어가 보시라고 말하고 싶다. 그러면 생각이 완전히 바뀌게 될 것이다. 그곳은 개발이 아닌 절대 보전이 필요한 곳이다."

▲ 원시 자연성이 고스란히 살아 있는 동화천의 500그루의 나무를 살렸다. ⓒ 정수근


도심하천은 수많은 야생동물들의 주요 서식처로 그들의 집으로 기능하고 있다. 자연스레 들어온 왕버들과 같은 나무, 작은 웅덩이와 같은 소와 여울이 반복돼 나타나면서 그에 맞는 다양한 생물들이 사는 집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곳마저 인간 편의를 위한 공간으로 개발한다는 것은 인간의 지나친 욕심이다. 이곳에 더 이상의 개발은 불가할 것이고, 이곳을 잘 보전하고 복원해 대구를 대표하는 자연하천으로 남겨놓아야 한다. 그래야 대구의 미래가 있다(관련 소식 - 대구mbc 라디오 여론현장 - 동화천 이야기).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