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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으로 침잠해 가는 '조커2', 전작 잇는 광기

[리뷰] 영화 <조커: 폴리 아 되>

등록|2024.10.04 11:03 수정|2024.10.04 11:03
(* 이 글은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토드 필립스 감독의 <조커: 폴리 아 되>는 조커로서의 광기와 사회적 저항을 정점에 두었던 전작 <조커>를 잇는다. 전작에서 보여주었던 사회적 저항과 광기를 계승하면서도, 기대와는 달리 더욱 어둠 속으로 깊숙이 침잠해 간다. 이번 영화에서 아서는 더 이상 세상을 뒤흔드는 영웅적 상징이 아니다.

영화의 오프닝 애니메이션은 이를 상징적으로 압축해 보여준다. 아서와 그의 그림자 조커 사이와 경계를 오가며, 그의 내적 분열과 혼란을 시각화한다. 앞으로 전개될 서사적 갈등을 암시하는 동시에 그가 무언가에 휘말려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서두로 기능한다.

조커의 내면

▲ 정신 병동에서 변호사를 만나기 위해 이동하는 아서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영화 <조커: 폴리 아 되>는 아서 플렉(호아킨 피닉스)과 리 퀸젤(레이디 가가)의 관계를 통해 두 인물이 조커와 할리퀸이라는 환상의 주체로 교차하는 심리적 관계를 밀도 있게 그린다. 법정에서 변호사는 아서의 다중 인격을 변론하며, 내면적 붕괴와 혼돈이 사회적 파괴로 이어졌다는 걸 입증하려 한다. 반면, 리 퀸젤은 그를 혼돈의 상징이자 자유를 추구하는 존재로 본다. 그녀에게 조커는 억압된 사회의 구원자이자 진정한 자유를 찾는 표상이다.

토드 필립스 감독은 뮤지컬 장면을 통해 아서 플렉의 내면적 혼란을 감각적으로 표현한다. 전작의 조커가 지녔던 반항적이고 사회적 저항의 상징과는 달리, 아서는 정신적 혼란 속에서 길을 잃은 인물로 묘사된다. 더 이상 사회적 영웅이 아닌, 자신의 환상에 갇혀 헤매는 존재로 그려지며, 내면적 분열을 뮤지컬의 형식을 통해 감정적으로 전달한다.

할리퀸이 부르는 곡 'The Joker'는 이 사회에 조커라는 존재가 필연적으로 등장할 수밖에 없다며 그의 정체성을 담아낸다. 그러나 영화의 결말에서는 조커의 소멸을 시사한다. 그가 더는 사회적 반항의 아이콘이 아니라는 걸 보여준다. 과거 캐릭터들이 증인으로 등장해 아서의 혼란을 증언하는 장면들은 그의 추락을 더욱 부각하며, 조커라는 이름이 결국 구원이 아닌 파멸로 향하게 된다는 걸 강조한다.

영화 <조커: 폴리 아 되>를 보면 피츠제럴드의 소설 <위대한 개츠비>가 떠오른다. 두 작품은 서로 다른 시대와 맥락을 달리하지만, 주인공의 몰락이 본질적으로 유사하다. 아서와 개츠비는 각자 자신이 꿈꾸는 이상적 자아를 실현하기 위해 모든 걸 희생하지만, 그들이 쌓아온 것이 허상임을 깨닫는다.

개츠비는 사랑을 통해 과거를 되찾으려 하고, 아서는 조커라는 상징적 존재를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확립하려 한다. 결국 자신의 자아를 파괴하는 길로 들어선다. 이들은 환상의 끝에서 무너지고, 그들이 추구하던 성공과 사랑은 허구로 드러난다. 두 서사는 현대 사회에서 '환상의 자아와 현실 자아 간의 불균형'이 초래하는 위험성을 경고한다.

조커의 몰락

▲ 영화 <조커: 폴리 아 되> 스틸컷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영화의 마지막에 흘러나오는 프랭크 시나트라의 곡 'That's Life'는 아서 플렉의 운명을 조롱하는 듯한 요소로 사용된다. 전작에서 아서가 마지막에 흥얼거렸던 노래는 이번 영화에서 리 퀸젤의 버전으로 재생되는데, 그의 내면적 몰락을 강조하는 장치로 사용된다.

<조커: 폴리 아 되>에서 음악은 다중 인격과 정신적 이중성을 반영하는 중요한 장치로 작동하며, 현실과 환상이 뒤섞인 아서의 심리를 표현한다. 전작의 힐뒤르 그뷔드나도티르의 첼로 연주는 아서의 불안과 심리적 붕괴를 깊이 있게 전달했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뮤지컬 요소가 추가되어 더 복잡한 감정적 층위를 보여준다.

영화 곳곳에 등장하는 기독교적 상징은 아서의 내적 갈등과 자아 붕괴를 심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리의 임신과 가브리엘의 언급은 구원보다는 혼돈과 파괴의 예고로 기능하는데, 아서의 왜곡된 자아 인식을 드러낸다. 아서에게 조커라는 정체성은 리 퀸젤의 집착으로 강화되는 듯 전개되지만, 결국 조커의 존재를 파괴하기에 이른다. '폴리 아 되(Folie à Deux)'의 정신적 공조가 서로를 괴리 상태로 몰아간다. 리 퀸젤 역시 조커의 광기를 강화했지만, 결국 둘 모두를 더 깊은 혼돈으로 끌어들이는 파국으로 만든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개인 블로그와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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