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쓰는 데에 진심인 편이다. 드라마나 영화, 하다 못해 유튜브 숏츠라도 보고 나서 와닿는 부분이 있으면 어떻게든 글로 남겨 둔다. 느껴지는 감정을 적고, 알게 된 지식이 있으면 기록한다. 특히, 어떤 메시지 같은 걸 발견이라도 하면 최대한 그 감동을 살려 그럴싸한 문장을 만들어 본다.
아무리 인상 깊고 감동적인 작품일지라도 기억 속에만 두면 남는 것이 별로 없게 된다. 즉시 적어두지 않으면 금세 휘발되기 때문이다. 경험에 비춰 봤을 때 거의 실시간 초 단위로 사라지곤 했다. 우물쭈물하다 보면 가슴 한편에 남은 여운이 있더라도 족히 80% 이상은 깨끗하게 증발되어 버린다.
아차 싶어 어떻게든 다시 기억을 더듬는다. 내게 와닿았던 포인트를 떠올려 보려고 애를 써보지만, 소용없다. 오히려 그러는 동안 그나마 남은 20%마저 야속하게 사라져 버리기 일쑤다. 끈질기게 붙들고 있어도 살아나는 법은 좀처럼 없다. 차라리 남아있는 기억이라도 얼른 써두는 게 지혜로운 방법이다.
타고난 게으름으로 인해 미루는 습관이 있는 나에게는 참으로 치명적이지 않을 수 없다. 조금 있다가 기록해야지 하며 미루는 순간 거의 모든 게 끝이다. 글감 하나가 아쉬운 판에 너무나도 아깝고 아찔한 순간이 아닐 수 없다.
생각해 보면 지금까지 수십 번 아니 수백 번은 그런 식으로 글감을 날려 먹었다. 메모하는 꼼꼼함, 바로바로 기록하는 부지런함. 그것과는 거리가 있었기에 글 하나 쓰려면 시간이 엄청 오래 걸리는 편이었다. 글을 쓰기 위해 하얀 화면을 마주하고 있노라면 내 머릿속 역시 하얗기만 했다.
아무런 준비 없이 마주한 노트북 화면. 깜빡이는 커서를 보면서 내 눈도 덩달아 열심히 끔뻑거릴 뿐이다. 백지에서 시작하는 글쓰기. 오늘은 뭘 써야 힐까?라는 질문 앞에 쉽사리 대답할 수 없다. 첫 문장을 쓰는 것부터가 길고 긴 고뇌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 남들보다 훨씬 오래 걸리고 힘들 수밖에 없는 글쓰기다. 쓰는 것을 좋아하는 만큼, 괴롭기도 한 아이러니는 스스로 자초한 것이었다. 괴로움을 줄이기 위해서 그동안 메모라고는 일절 하지 않던 내가 미루지 않고 즉시 기록하는 습관을 갖게 되었다.
이전까지는 메모의 중요성에 대해 누군가 이야기하면 자기 계발서에 나오는 고루한 잔소리라고 무시했던 게 사실이다. 글쓰기를 시작한 지 수년이 지나서야 인정하게 됐다. 나중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듯이 살아야 함을. 지금 내 머리를 스쳐가는 생각들은 당장 적어두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음을 말이다.
진득하게 남는 여운이든, 찰나에 스쳐가는 생각이든 의지를 가지고 남겨두어야만 남게 됨을 알게 되었다. 그때부터 핸드폰 메모장에 적어두는 습관을 들였다. 물론, 메모한 모든 것들이 글이 되지는 않았지만, 대부분의 첫 문장들은 메모장에서 길어 올려졌다.
덕분에 글을 쓰려고 마주하는 하얀 모니터 화면이 이전처럼 막막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메모해 둔 단어나 문장들을 읽어 내려가면서 잠시 생각에 잠긴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첫 문장을 쓸 수 있게 되었다.
일단 한 문장이라도 써내고 보면 금세 문단이 완성된다. 첫 문단이 써지면 이제 되었다. 절반은 해낸 것과 마찬가지다. 문장은 문단을 부르고 문단은 또 다른 문단을 불러내 준다. 막힘없이 술술 써지는 일필휘지의 경지는 아니지만, 적어도 한 토막의 글을 써내는 행위가 전처럼 어렵지는 않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은 글쓰기에 정말 딱 맞는 격언이 아닐 수 없다. 첫 문장을 쓰고 나면 탄력이 붙어 글은 계속 앞으로 나아가진다. 아주 좋은 퀄리티의 글이 아닐지라도, 글의 완성 속도가 빨라진 것만으로도 나에게는 벅찬 일이다.
메모의 습관은 글쓰기에 대한 부담감을 덜어주었다. 그럼에도 아직도 갈 길이 멀기는 하다. 글쓰기는 여전히 내게 만만치 않은 작업이긴 하지만 전처럼 막막하지만은 않다. 나의 메모장이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깜빡이는 커서를 다음 줄로 밀어내는 손가락이 조금씩 더 가벼워지고 있다.
아무리 인상 깊고 감동적인 작품일지라도 기억 속에만 두면 남는 것이 별로 없게 된다. 즉시 적어두지 않으면 금세 휘발되기 때문이다. 경험에 비춰 봤을 때 거의 실시간 초 단위로 사라지곤 했다. 우물쭈물하다 보면 가슴 한편에 남은 여운이 있더라도 족히 80% 이상은 깨끗하게 증발되어 버린다.
타고난 게으름으로 인해 미루는 습관이 있는 나에게는 참으로 치명적이지 않을 수 없다. 조금 있다가 기록해야지 하며 미루는 순간 거의 모든 게 끝이다. 글감 하나가 아쉬운 판에 너무나도 아깝고 아찔한 순간이 아닐 수 없다.
생각해 보면 지금까지 수십 번 아니 수백 번은 그런 식으로 글감을 날려 먹었다. 메모하는 꼼꼼함, 바로바로 기록하는 부지런함. 그것과는 거리가 있었기에 글 하나 쓰려면 시간이 엄청 오래 걸리는 편이었다. 글을 쓰기 위해 하얀 화면을 마주하고 있노라면 내 머릿속 역시 하얗기만 했다.
아무런 준비 없이 마주한 노트북 화면. 깜빡이는 커서를 보면서 내 눈도 덩달아 열심히 끔뻑거릴 뿐이다. 백지에서 시작하는 글쓰기. 오늘은 뭘 써야 힐까?라는 질문 앞에 쉽사리 대답할 수 없다. 첫 문장을 쓰는 것부터가 길고 긴 고뇌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 남들보다 훨씬 오래 걸리고 힘들 수밖에 없는 글쓰기다. 쓰는 것을 좋아하는 만큼, 괴롭기도 한 아이러니는 스스로 자초한 것이었다. 괴로움을 줄이기 위해서 그동안 메모라고는 일절 하지 않던 내가 미루지 않고 즉시 기록하는 습관을 갖게 되었다.
▲ 핸드폰 메모장에 채운 기록들이 모여 한편의 글이 된다. ⓒ 언스플래시
이전까지는 메모의 중요성에 대해 누군가 이야기하면 자기 계발서에 나오는 고루한 잔소리라고 무시했던 게 사실이다. 글쓰기를 시작한 지 수년이 지나서야 인정하게 됐다. 나중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듯이 살아야 함을. 지금 내 머리를 스쳐가는 생각들은 당장 적어두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음을 말이다.
진득하게 남는 여운이든, 찰나에 스쳐가는 생각이든 의지를 가지고 남겨두어야만 남게 됨을 알게 되었다. 그때부터 핸드폰 메모장에 적어두는 습관을 들였다. 물론, 메모한 모든 것들이 글이 되지는 않았지만, 대부분의 첫 문장들은 메모장에서 길어 올려졌다.
덕분에 글을 쓰려고 마주하는 하얀 모니터 화면이 이전처럼 막막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메모해 둔 단어나 문장들을 읽어 내려가면서 잠시 생각에 잠긴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첫 문장을 쓸 수 있게 되었다.
일단 한 문장이라도 써내고 보면 금세 문단이 완성된다. 첫 문단이 써지면 이제 되었다. 절반은 해낸 것과 마찬가지다. 문장은 문단을 부르고 문단은 또 다른 문단을 불러내 준다. 막힘없이 술술 써지는 일필휘지의 경지는 아니지만, 적어도 한 토막의 글을 써내는 행위가 전처럼 어렵지는 않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은 글쓰기에 정말 딱 맞는 격언이 아닐 수 없다. 첫 문장을 쓰고 나면 탄력이 붙어 글은 계속 앞으로 나아가진다. 아주 좋은 퀄리티의 글이 아닐지라도, 글의 완성 속도가 빨라진 것만으로도 나에게는 벅찬 일이다.
메모의 습관은 글쓰기에 대한 부담감을 덜어주었다. 그럼에도 아직도 갈 길이 멀기는 하다. 글쓰기는 여전히 내게 만만치 않은 작업이긴 하지만 전처럼 막막하지만은 않다. 나의 메모장이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깜빡이는 커서를 다음 줄로 밀어내는 손가락이 조금씩 더 가벼워지고 있다.
덧붙이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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