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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피해자는 재판받는 국민" 이탄희 말 되새기는 이유

[참여연대사전] 법조일원화

등록|2024.10.05 18:34 수정|2024.10.05 18:34

법원법원 ⓒ 이정민


일반의 상식과 동떨어진 판결에 고개를 갸우뚱한 적이 있을 것이다. 터무니없이 적은 형량을 선고받는 성범죄 가해자, 집행유예로 교도소행을 피하는 재벌 기업 총수의 사례들이 보도될 때면, 시민들은 법원을 향해 분노와 불신의 감정을 느낀다. 판사 출신의 변호사가 가진 자들을 변호하며 재판에서 이익을 보는 전관예우 문제도 끊임없이 지적되어 왔다.

'시민과 동떨어진 재판'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것이 법관 임용 구조다. 과거 법관들은 별다른 사회 경험 없이 시험 성적순으로만 선발됐다. 이후 법원의 폐쇄적인 문화 속에서 성장한 법관들은 그들만의 엘리트 의식을 키워왔다.

지난 사법농단 사태를 통해 그 폐해는 더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법원의 조직 논리를 체득하며 관료화된 법관들은 재판에 개입해 정권의 입맛에 맞는 판결을 만들어냈다. 결국 인권 보장의 최후 보루인 법원에서 공정한 판결을 기대했던 해고 노동자, 일본군 '위안부'·강제징용 피해자 등은 사법농단의 피해까지 짊어지게 됐다.

법조일원화는 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법관을 세우는 제도다. 변호사로서 시민을 대변해 본 법관과 국가와 법원의 입장에서만 판결을 내려 본 법관의 경험은 다를 수밖에 없다. 게다가 10년의 법조 경력을 가지고 법관으로 임명된다면, 전관예우 해결에 기여할 수도 있다. 법률가 인생의 최종 직업으로서 판사직을 선택하여, 전관 변호사로 전직하기보다 법관으로 퇴직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에 시민사회와 학계는 법조일원화의 도입을 촉구해 왔다.

마침내 2011년, 법원조직법 개정으로 최소 10년의 법조 경력을 가진 자를 법관으로 임용하도록 하는 법조일원화가 도입되어 단계적으로 실시되고 있다. 하지만 법원은 법관 충원의 어려움, 재판 지연 등을 들어 법조일원화 확대 반대를 주장해 왔다. 법관 처우 개선, 법관 증원 등을 통한 해결 방안을 모색하기보다 모든 문제의 원인을 법조일원화 탓으로 돌려 무력화하려는 실정이다.

▲ 2021년 8월 31일 판사에 지원할 수 있는 최소 법조경력 요건을 낮추는 내용의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부결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제도 이행을 촉구하고 법원을 견제해야 할 국회는 오히려 법원의 로비에 발맞춰 개악안들을 내놓았다. 21대 국회는 최소 법조 경력을 절반(5년)으로 단축해 버리는 법 개정을 시도했다. 해당 법안은 본회의에서 부결되었으나, 법조일원화의 온전한 시행을 2029년으로 유예하는 법안이 통과됐다.

22대 국회에서도 법조 경력 단축안(5년, 3년)이 다시 발의되어 졸속으로 논의되었다. 그리고 9월 26일, 5년 단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시행 10년이 넘도록 반쪽짜리로 시행되고 있는 법조일원화의 퇴행 시도가 마침내 결실을 맺었다. 국회와 법원은 지난 21대 국회에서 법조일원화 개악안 통과를 막아낸 이탄희 의원의 발언을 다시금 되새겨야 한다.

의원 여러분! 오늘의 이 개정안은 법원을 점점 더 기득권에 편향되게 만들 것입니다. 지난 6월 강제징용 손배 각하 판결처럼 탁상공론인 판결들이 늘어날 것입니다. 최대 피해자는 재판받는 국민들입니다.

▲ 이탄희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 남소연



덧붙이는 글 글 최보민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활동가. 이 글은 참여연대 소식지 〈월간참여사회〉 2024년 10월호에 실립니다. 참여연대 회원가입 02-723-4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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