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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조직의 리더들이 꼭 봐야 합니다

[리뷰] 영화 <바이크 라이더스>

등록|2024.10.07 08:03 수정|2024.10.07 08:03

▲ 영화 <바이크 라이더스>의 한 장면. ⓒ UPI 코리아


어쩌다 보니 제프 니콜스 감독 국내 개봉작을 모두 접했다. 2007년 <샷건 스토리즈>로 데뷔 후 <테이크 쉘터>, <머드>, <러빙>이 연달아 국내 개봉에 성공했고 모두 상당한 호평을 받았다. 미국 중남부 아칸소 출신이라 그런지 대체로 미국 중부를 배경으로 중하층 인물들이 극을 이끈다. 명배우로 거듭난 마이쿨 섀넌이 모든 작품에서 함께해 그의 페르소나로도 불린다.

2010년대 중반까지 활발히 활동했던 제프 니콜스는 <미드나잇 스페셜> 이후 오랫동안 작품을 내놓지 않았는데, 장장 8년 만에 <바이크 라이더스>로 컴백했다. 톰 하디, 오스틴 버틀러, 조디 코머, 마이크 파이스트, 노먼 리더스 그리고 마이클 섀넌 등 이름값 높은 배우들이 힘을 보탰다.

영화는 1960년대 중반 미국 중서부에서 활동한 모터사이클 클럽 '반달스(Vandals)'의 흥망성쇠가 중심 내용을 이룬다. 모터사이클 클럽을 지금, 지극히 보통의 시선으로 옮기면 폭주족이다. 사회적으로 그들을 보는 시선은 매우 좋지 않은 바, 결국 본인은 다치거나 죽을 것이고 타인을 위험에 빠트리기 일쑤라는 것이다.

물론 순수하게 모터사이클을 좋아하고 라이딩을 즐기는 이들도 많을 테고 최소한 남한테 피해를 안 주는 선에서 폭주하는 이들도 많겠으나 보통의 시선이 바뀔 리 만무하다. 그렇다면 60여 년 전 미국의 한가운데서 시작된 모터사이클 클럽을 들여다보면 어떤 느낌이 들까.

모터사이클 클럽 '반달스'의 흥망성쇠

1965년 캐시 바우어는 클럽에서 어딜 봐도 훤칠한 베니 크로스와 우연히 만난다. 캐시는 그를 떨쳐내려 했지만 베니가 그녀의 집 앞에서 밤새도록 꿈쩍도 하지 않자 남자친구가 나가떨어진다. 그리고 그들은 5주 만에 결혼한다. 베니는 시카고에 기반을 둔 것으로 보이는 모터사이클 클럽 '반달스'의 일원이었고 바이크를 목숨보다 더 아꼈으며 클럽 리더 조니 데이비스의 일이라면 물불 가리지 않았다.

라이딩 동호회 정도로 시작한 클럽은 빠르게 성장을 거듭한다. 시카고를 넘어 중서부 전체에 영향력을 끼치기 시작한 것이다. 와중에 조니는 리더 자리를 넘보는 이의 도전을 받아 물리치고 베니는 크게 다쳤다가 회복하고 캐시는 그런 베니를 못 마땅하게 여기지만 별다른 수가 없다. 누가 뭐라든 누구에게 무슨 일이 생기든 반달스는 쑥쑥 커갔다.

클럽이 너무 팽창하자 문제점들이 노출된다. 각지에서 어중이떠중이가 몰려드는 한편 되도 않는 지부가 생기니 클럽의 본래 취지가 흐려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조니가 리더 자리를 유지하는 데 힘이 부친다. 그는 최측근 오른팔이 아닌 가장 아끼는 베니에게 리더 자리를 물려주려 하는데 거절당한다. 이후 클럽은 더 이상 예전의 그 모습이 아니게 되는데... 반달스는 어디로 어떻게 흘러갈까? 조니, 베니, 캐시 등의 운명은?

멋을 뿜어내거나 멋을 부리거나

▲ 영화 <바이크 라이더스>의 한 장면. ⓒ UPI 코리아


우리나라에선 주로 오토바이라고 불리는 모터사이클은 19세기 후반기에 발명돼 세상에 나왔고 20세기 초반에 이르면 이미 레저와 스포츠 분야까지 나아갔다. 그리고 영화의 배경인 미국의 1960년대에는 마이카 시대가 열린 지도 30여 년이 흘렀고 모터사이클에 로망을 투영하는 이들이 급속히 늘어났다. 나라가 전반적으로 잘살기 시작한 영향이 크다 하겠다. 적당히 일하면서 취미생활에 목숨을 걸었으니 말이다.

주지했듯 '반달스'의 시작도 동호회 정도였다. 모터바이클을 좋아하는 이들이 모여 레이싱을 즐겼다. 그런 클럽이 오래지 않아 엄청난 인기를 끈다. 조직은 그때 급격하게 변한다. 그리고 방향성을 정한다. 반달스의 경우 리더 조니가 굉장한 카리스마로 중무장했거니와 클럽을 외부인에게 활짝 열지 않았다. 그럼에도 확장해야 했으니 새로운 규율을 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점차 갱단화되어 갔으나 최소한의 선을 지키려 했다.

조직은 생물과 같다고 하는데, 절정을 맞이한 조직은 이을 리더조차 어쩌지 못한다. 통제하지 못하는 것이다. 어디로 어떻게 튈지 모른 채, 와해 수순을 밟기도 하고 주인이 바뀌어 완전히 다른 성격을 띠기도 한다. 물론 최초의 성격을 최대한 유지하려 하면서도 발전을 거듭하는 조직도 있다. 어쨌거나 조직은 계속 변하는 게 숙명이다. 구성원들이 그 점을 파악하고 받아들이고 이해하지 못한다면 명맥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다.

영화가 반달스 클럽이라는 조직의 흥망성쇠를 잘 표현했다고 하긴 힘들다. 조직이 결정적으로 변하는 변곡점들을 표현하는 게 중요할 텐데 완벽하진 못했다. 아무래도 조직 자체보다 주요 캐릭터들에 힘을 쏟았기에 그런 듯한데, 나름대로 영화적 재미는 쏠쏠했다. 그들이 자신도 모르게 멋을 뿜어내는 건지, 다분히 인지한 채 멋을 부리는 건지는 헷갈리지만 말이다.

▲ 영화 <바이크 라이더스> 포스터. ⓒ UPI 코리아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singenv.tistory.com과 contents.premium.naver.com/singenv/themovie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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