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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사람들 대상으로 무기 성능 실험? 이스라엘의 민낯

[StopKADEX ④] 무기박람회저항행동, 여기서 평화가 시작된다

등록|2024.10.06 18:22 수정|2024.10.06 18:22
2014년부터 격년으로 열려온 지상군 무기박람회 대한민국 방위산업전(DX KOREA)가 9월 25일부터 28일까지, 올해 처음 열리는 대한민국 국제방위산업전시회(KADEX)가 10월 2일부터 6일까지 개최됩니다. 세계의 주요 무기 회사와 각국 정부의 국방 관계자가 참여하며, 이 중에는 민주 시위를 탄압하고 국내외 분쟁에서 민간인을 학살하는 국가들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무기박람회저항행동은 전 세계 무기산업이 초래하는 인명 살상과 군비경쟁의 문제점 등을 6회에 걸쳐 짚어봅니다.[기자말]
'민주주의의 무기고'라는 신화

최근 'K-방산'을 다루는 보도에 '민주주의의 무기고'라는 이름이 언급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유럽 등 서방국가로까지 무기 수출이 확장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민주주의의 무기고'라는 문구는 2차 세계대전 중인 1940년 12월 미국의 루스벨트 대통령의 연설에서 나왔다. 미국 국민들에게 2차 대전의 위험성, 즉 '절대악'인 나치에 맞서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유럽에서 싸우고 있는 영국과 프랑스 등 유럽에 무기를 지원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물론 무기 지원은 공짜가 아니었다. 이듬해 3월 무기대여법(Lend-Lease)을 통해 신용 거래 방식으로 무기를 제공했다.

자크 파월의 책 <좋은 전쟁이라는 신화>(오월의봄, 2017)와 <자본은 전쟁을 원한다>(오월의봄, 2019)는 소위 '좋은 전쟁' 혹은 '정의로운 전쟁'이라고 역사화 된 2차 세계대전에서 미국이, 특히 미국의 군수 기업들이 어떻게 전쟁을 통해 수익을 극대화했는지를 보여준다. 무기대여법을 통해 대규모의 수요가 생겨나면서 수많은 미국 기업들은 호황을 맞았다. 전쟁이 돈이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충격적인 것은 그 유명한 독일의 '전격전'이 바로 미국이 만든 군수품을 통해 가능했다는 사실이다. 1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에 대한 미국의 투자가 확대되면서 미국의 거대 기업들(제너럴모터스, 포드, IBM 등 20여 기업)이 독일로 진출해 자회사를 세웠다. 바로 이 회사들을 통해 전격전을 비롯해 독일의 군대를 위한 트럭과 전투기, 탱크가 생산되었고 연료와 고무 등의 자원도 공급되었다. 적국 독일의 승리는 미국 기업에게 돈이 되었다.

이러한 독일 내 미국 회사들의 군수품 생산은 심지어 미국이 진주만 공습 이후 참전을 결정한 1941년 12월 이후에도 계속되었다. 이들은 아군과 적군 모두에게 무기를 포함한 군수물자를 팔아 돈을 벌었다. 심지어 독일의 계속되는 패배로 강화된 징집으로 인해 노동력이 부족해지자 나치가 강제동원한 노동자들을 활용하기까지 했다. 자크 파월이 이와 같은 상황을 두고 '나치즘의 무기고'라고 한 것이 전혀 과장되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다. '민주주의의 무기고'라는 신화의 이면이다.

위기의 호황 속에서 웃는 무기 산업

▲ 팔레스타인인들이 이스라엘의 공습 피해를 입은 가자지구 누세이라트 난민촌에서 생존자들을 찾고 있다. 2023.10.31 ⓒ AP/연합뉴스


2차 세계대전의 이면만을 말했지만, 사실 나치라는 거대한 악과 파시즘에 맞서 싸운 연합군의 전쟁에는 분명한 정당성이 있었다. 하지만 전쟁이 끝나자마자 다시 시작된 냉전은 이념 대립의 흑백논리를 확고히 하면서 상시적인 위기로 이어졌다. 냉전이 끝나고 '테러와의 전쟁'이 찾아왔다. 그렇게 전선은 훨씬 복잡해져 현재에까지 이르렀다. 서방 세력은 여전히 '규범에 입각한 국제질서'를 내세우지만, 이제는 그 질서가 오로지 자기들이 속한 세력의 이익을 담보할 뿐이라는 것을 대다수가 인지하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전 세계적 위기는 점점 짙어지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벌어지는 유럽에서, 전운이 짙어지는 중동에서, 미중 패권다툼이 계속되는 동아시아에서 대치가 계속되면서 위기는 점점 높아져만 가고 있다. 위기 속에서 무기 산업은 항상 호황을 맞는다. 언제나 그렇듯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가자 전쟁의 발발은 방산주의 상승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전쟁은 절대 다수에게는 끔찍한 피해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 절멸을 위한 학살과 '초토화 작전'을 벌인지 1년이 다 되어간다. 10월 2일 기준으로 가자지구에선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4만 1689명이 살해되었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에 대한 이러한 학살과 파괴는 사실 80년 가까이 지속되어 오면서 자국 무기의 위력을 검증하는 일종의 '실험'으로 기능했다. 앤터니 로앤스틴은 이를 '팔레스타인 실험실'이라고 불렀다.

그가 쓴 <팔레스타인 실험실>(소소의책, 2023)은 이렇게 검증을 거친 이스라엘 무기 산업의 역사를 상세하게 파헤친다. 놀랍게도(혹은 놀랍지 않게도) 이스라엘 무기의 주요 수입국 중 다수가 탄압과 학살을 벌인 독재국가였다. 르완다 학살이 일어났던 후투족 정권, 독재자 피노체트의 칠레, 아파르트헤이트 체제의 남아프리카 공화국, 수하르트의 인도네시아 정권, 과테말라의 제노사이드 정권, 그리고 로힝야 학살의 미얀마 등이다.

정의길은 냉전 붕괴 이후 서방이 중동에서 벌인 걸프전, 이라크 전쟁, 아프가니스탄 전쟁, 리비아 내전, 시리아 내전, IS 격퇴, 그리고 가자 전쟁과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벌인 전쟁이 바로 현재 유럽 난민 사태의 근원이라고 평가한다. 이스라엘의 주요 수출품 중 하나인 드론과 이를 포함한 최첨단 감시 시스템은 지중해로 넘어오는 난민을 막기 위해 유럽연합에 수출되어 실제로 난민 저지를 '효율적으로' 수행했다. 서방은 자유와 민주주의, 인권을 명분으로 전쟁을 일으켰고, 개입했지만 명분과는 정반대의 결과를 낳은 것이다.

그렇게 이스라엘은 독재국가의 악행에 동조하고, 수많은 난민의 생존권을 파괴하면서 이윤을 챙겼다. 이것은 이스라엘이 특별히 나쁜 국가라서 그런 것이 아니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2022년 한국 역시 국내외적 무력분쟁에 개입된 국가로 분류한 58개 국가 중 43개국(74%)에 무기를 수출했다. 무기 산업이 있는 곳이면 어디나 이런 일이 발생한다.

최근 이스라엘의 헤즈볼라 지도자 암살과 레바논에 대한 공격으로 중동 지역으로의 확전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5차 중동 전쟁의 위험이 다가오고 있다. 그 와중에 이스라엘은 지난 9월 26일, 미국에게서 87억 달러의 군사 지원을 확보했다. 가자 전쟁 이후 미국은 휴전을 말하면서도 이스라엘에 수십 억 달러의 군사 지원을 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가자 전쟁이 무기 산업의 호재를 불러왔듯, 만약 중동에서 또 다시 전쟁이 일어난다면 웃는 것은 이번 공격으로 지지율이 상승한 네타냐후뿐 아니라 수많은 무기회사들일 것이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UAE, 이라크 등 중동 국가와 무기 수출 계약을 맺은 한국 역시 마찬가지다. 물론 무기 회사에게 지난 수십 년 간 중동에서의 전쟁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 받았다는 사실은 중요한 고려사항이 아니다.

여기서 평화가 시작된다

▲ 무기박람회저항행동이 지난달 2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인근에서 출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무기 산업과 전시회 반대 활동을 해온 '아덱스저항행동'이 '무기박람회저항행동'으로 이름을 변경했다 ⓒ 연합뉴스


전쟁이 장기화되고 세계의 국방비가 역대 최고치를 찍는데 이러한 사실이 보도되는 지면은 주로 K-방산의 수출과 관련된 기사들이다. 전 세계에서 세력 간 대치가 고착화되고 위기가 계속 이어지는 상황에서 군사력에 의한 평화는 계속 정당화되고 무기 산업 역시 그에 편승한다. 그 과정에서 전 세계 사람들이 목도해야 할 것은 무기 수출로 얼마나 이익을 얻었나가 아니라 그렇게 팔려나간 무기들이 어떻게 세계 각국에서 생명을 살상하고 터전을 파괴하는지다.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전쟁과 무기산업을 정당화하는 '힘에 의한 평화'가 아닌 대안적인 평화를 모색하는 일이다. 군사력 강화와 무기 산업은 항상 함께 움직인다. 남북을 포함해 동아시아에서의 무력 대치가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군비지출이 최고조인 현 상황에서 외교와 군축 같은 비군사적 방안으로 이룰 수 있는 평화야말로, 더 이상 대안적인 방식이 아니라 평화를 가능케 할 유일한 방법일 것이다.

앞서 살펴보았듯, '민주주의의 무기고'는 역사적으로도 존재하지 않았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클라우제비츠는 전쟁론에서 '전쟁은 다른 수단에 의한 정치의 연속'이라고 했다. 전쟁은 정치의 도구이기에, 정치를 통해 전쟁을 막을 수도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한편, 무기산업이 미래 먹거리로 공공연하게 회자되는 현실을 보고 있으면 '전쟁은 다른 수단에 의한 이윤 추구의 연속'이라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이 든다. 그렇게 추구하는 이윤이야말로 살상과 파괴를 담보하고 있다. 무기박람회장은 그 이윤 추구가 직접적으로 벌어지는 장이다. '죽음의 시장'이자, '전쟁장사'가 벌어지는 장소다.

10월 2일부터 10월 6일까지 충남 계룡대에서 '대한민국 국제방위산업 전시회'(KADEX)가 열린다. 그곳에서 살상과 파괴를 가져오는 '전쟁 장사'를 중단하라고 요구하는 목소리부터 평화가 시작된다. 무기박람회를 비판하는 데 쓰이는 '여기서 전쟁이 시작된다'라는 구호는 뒤집어서 말하면 '여기서 평화가 시작된다'라고도 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StopKADEX①] 전쟁터 '한국산'의 실체... 윤 정부는 세금을 이런 데 쓴다
(https://omn.kr/2aa0n)
[StopKADEX②]충격적인 군 온실가스 배출량... 보고서는 왜 비공개됐나
(https://omn.kr/2ab9m)
[StopKADEX③] 대전에서 '유기농 밥상 차려 먹는 일'의 진짜 의미
(https://omn.kr/2adcq)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무기박람회저항행동 소속 단체들의 블로그에도 실립니다. 무기박람회저항행동은 무기박람회 반대 활동을 위해 모인 평화활동가와 평화운동 단체들의 네트워크입니다. 2024년 현재 18개 단체가 함께 하고 있습니다.

이 글의 필자는 신재욱 열린군대를위한시민연대 활동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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