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국회의 다양성과 포용성 확대를 위한 발걸음

원내교섭단체 구성 요건 완화해야

등록|2024.10.04 14:05 수정|2024.10.04 14:05
22대 국회가 개원했습니다. 유권자의 소중한 한 표, 한 표를 읍소하며 당선된 300명의 국회의원이 과연 유권자를 위해 제대로 일하는지 지켜보고 감시해야 할 때입니다. 이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떤 일을 해야 하는데 안 하는지에 따라 우리의 삶이 달라지니까요.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는 칼럼을 통해 유권자의 시각에서 22대 국회와 정치를 비평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정’치개혁이니까요.[기자말]

▲ 중꺾정 - 중요한건 꺾이지 않는 정치개혁 ⓒ 참여연대


정치적 독점이 한국정치에 가지고 온 문제들

한국 정치에서 거대 양당의 독점은 여러 가지 심각한 문제를 초래하고 있다. 우선, 다양한 이해관계가 정치에 반영되지 못하고, 정책 대안에 대한 논의가 제한된다. 정치적 경쟁이 양당 체제 내에서만 이루어지면, 새로운 대안이나 혁신적인 정책이 등장할 가능성이 줄어든다. 양당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서로의 정책을 부정하고 갈등을 부추기는 경향을 보이며, 이는 정치적 대립을 더욱 격화시킨다.

이러한 대립은 국민을 분열시키고 사회적 갈등을 심화시킨다. 게다가 거대 정당들은 지지층을 유지하기 위해 변화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또한 특정 지역이나 소수정당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슈는 무시되기 쉽고 이들에 대한 정책적 고려도 미비해진다. 결국 다수의 국민은 정치를 불신하게 되고, 정치가 국민의 삶보다는 정당의 이익을 위해 작동한다는 인식을 하게 되며, 이는 정치 참여를 저해하는 요소로 작동한다.

한국정치의 양극화를 견인하는 양당 독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도개혁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계속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제3의 정치세력이 국회에 진입할 수 있는 선거제도의 개혁이 지속적으로 논의되어 왔다. 거대 정당들에게 유리한 소선거구제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비례대표 의석 확대와 연동형 비례제 도입 논의가 본격화되었고, 이러한 논의의 과정에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되었다. 비례대표 의석 확대에도 실패하고 위성정당이라는 일종의 꼼수까지 출몰하면서 제도 변화의 효과는 거의 없었지만,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관심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거대 정당의 독점을 강화하는 원내교섭단체 제도

그런데 선거제도 외에도 거대 양당 독점 정치를 강화하는 또 다른 핵심 제도가 원내교섭단체 제도이다. 이 제도는 국회 운영의 효율성을 위해 도입되었으며, 국회법 제33조 1항에 따라 20인 이상의 소속 의원을 가진 정당이나 단체만이 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다. 이는 항상 대형 정당들이 주요 정책 논의와 국회 운영의 중심에 자리하게 하며, 정치의 다양성을 저해하고 거대 정당 중심의 정치 구도를 고착화하는 부작용을 낳는다. 20명이라는 기준은 전체 국회의원의 약 6.7%에 해당하며, 이는 다양한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하기에는 너무나 높은 장벽이다. 한국의 소수정당들은 두 가지 구조 – 거대 정당들에 유리한 선거제도와 원내교섭단체 구성 요건 – 하에 제도적으로 배제되고 있는 것이다.

국회 내 교섭단체와 비교섭단체 간의 권한 차이는 민주주의의 근본 원칙과 국민 대표성 측면에서 중요한 문제를 제기한다. 교섭단체는 국회 운영에 있어 상당한 특권을 누린다. 국회의장과의 협의를 통해 의사 일정과 주요 현안을 결정하고, 예산안 심사 과정에 직접 참여하며, 상임위원회 위원 배정권을 가진다. 또한, 정책연구위원 배정과 같은 입법 지원도 받는다. 반면, 비교섭단체 소속 의원들은 이러한 권한에서 배제되어 정책 논의와 의사결정 과정에서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기 어렵다. 제17대 국회의 민주노동당(10석)이나 22대 국회의 조국혁신당(12석)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상당한 유권자 지지를 받은 정당도 20석 미만이면 국회 내에서 그 지지에 상응하는 영향력을 행사하기 어려운 구조인 것이다.

더욱이, 국고보조금 배분에서도 교섭단체에 우선권이 주어진다. 교섭단체에 50%가 우선적으로 배분되고 비교섭단체에는 의석수에 따라 0~5%만 지급된 후 나머지 잔여분으로 정당의석수 및 선거 득표수 비율에 따라 배분된다. 이러한 보조금의 차별적 배분 제도는 소수정당이나 신생정당의 성장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일 뿐 아니라, 다수당의 과다대표, 소수당의 과소대표를 심화하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 이는 국민이 선출한 의원들 간에 차별적 지위를 부여하는 결과를 낳아,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인 의원 간 동등한 권한 부여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

국회 원내교섭단체 진입 장벽을 완화하자

이와 같은 상황에서 원내교섭단체의 진입 장벽 완화는 한국 정치의 다양성과 포용성을 확대하고 양극화된 정치구도를 완화하기 위해 필요한 중대한 과제가 되었다. 20인으로 규정되어 있는 교섭단체 요건을 완화함으로써 더 많은 정치세력이 국회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다면, 정치의 다양성이 확대되고 다양한 의견이 정책에 반영될 수 있을 것이다.

다른 나라의 경우에 비추어 보아도, 한국 국회의 교섭단체 구성 요건은 너무 엄격하고 장벽이 높은 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영국, 미국, 호주 등은 교섭단체 구성 요건이 별도로 없다. 하원(중의원) 정수가 465명인 일본의 경우는 교섭단체를 구성하기 위해 5명 이상의 의원이 필요하다. 의원정수가 598명(제도적 특성상 그 이상인 경우도 있음)인 독일의 경우는 득표율 최소 5% 또는 연방의회 내 최소 5석 이상을 조건으로 하고 있다. 하원 의원정수가 350명인 스페인에서 교섭단체를 구성하기 위해서는 최소 15석 이상의 의석, 또는 전국 득표율 5% 이상, 또는 특정 지역에서 5석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 하원의원이 577명인 프랑스의 경우에도 교섭단체 구성요건은 의원정수의 2.6% 정도인 15인에 불과하다. 349석의 스웨덴 국회의 원내 교섭단체 구성 요건은 최소 2인이다. 의원정수가 200인 이하인 덴마크, 네덜란드, 노르웨이 등의 국가에서는 1명이라도 의원이 있으면 모두 교섭의 주체이자 대상이 된다. 한국의 경우에도 제8대 국회까지는 교섭단체 구성 요건이 의원 10인이었다가 유신헌법 선포 이후인 제9대 국회부터 의원 20인 이상으로 확대되었다.

일각에서는 원내교섭단체 요건을 완화할 경우, 국회 내 교섭단체의 수가 지나치게 많아져 운영의 효율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한다. 그러나 이는 제도적 보완을 통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교섭단체의 규모에 따라 발언 시간이나 상임위원회 배정 권한을 차등 부여하는 방식을 도입함으로써 국회 운영의 효율성을 유지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정책협의체 등 교섭단체 간 협력 메커니즘을 구축할 수도 있고, 나아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국회 운영의 효율성을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다양한 국민의 의견을 제대로 대표하는 것이 운영의 효율성보다 더 상위의 민주적 가치라는 것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원내교섭단체 요건을 완화하면 소수정당들의 영향력이 증대하면서 정국 운영의 안정성이 떨어질 뿐 아니라 정책의 일관성이 떨어져 국정운영 책임이 분산되고 책임정치가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다양한 정치 세력의 존재가 오히려 극단적 대립을 완화하고 중도적 합의를 끌어낼 수 있으며, 다양한 정당이 정책 결정에 참여함으로써 오히려 더 신중하고 책임 있는 정책 결정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반박 또한 가능하다.

국회는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대변하는 공간이어야 한다

현재 한국 정치에서는 두 개의 주요 세력이 뚜렷하게 나뉘어 있으며, 유권자들 또한 정치적으로뿐만 아니라 감정적으로까지 대립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런 상황에서는 다양성과 포용성 같은 민주적 가치의 중요성보다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의 정치적 승리가 더 큰 의미를 가지게 된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기존의 양대 정당만이 독점하고 있는 권한을 다른 정당들과 나누자는 제안은 제도적 대안으로서 설득력을 얻기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국민의 대표자들로 구성된 국회는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대변하는 공간이어야 한다. 정치적 양극화와 갈등이 한국 정치의 고질적인 문제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 원내교섭단체 요건 완화는 다양한 정치 세력이 정책 논의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정치적 다양성을 확대하고, 국회의 협상력과 정책 결정 과정을 유연하게 만들 수 있다. 이는 정치적 갈등을 줄이고 궁극적으로 정책의 질적 향상을 가져올 것이다. 또한 다양한 정치세력의 국회 진입과 영향력 확대는 정치적 혁신을 촉진하고 기존 정당들 간의 건전한 경쟁을 유도하여 한국 정치의 발전을 이끌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원내교섭단체 요건 완화는 선거제도 개혁과 더불어 한국 정치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중요한 과제라 하겠다. 우리 국회가 눈앞의 정치적 이익보다는 한국정치의 발전이라는 큰 그림을 가지고 선거제도와 교섭단체제도 개혁을 위한 논의를 활발히 진행하여 다양한 정치적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이소영 대구대 교수가 작성했습니다. 참여연대 홈페이지와 슬로우뉴스에도 중복 게재됩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