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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위협받는다면, 결국 인간도... 팔현습지를 지켜야 하는 이유"

대구 계산성당 생태환경위원회와 평협 신자들 50명, 팔현습지를 찾다

등록|2024.10.06 18:12 수정|2024.10.06 22:15

▲ 팔현습지의 수호신이자 터줏대감인 천연기념물 수리부엉이 부부 중 남편인 '팔이'의 모습이다. ⓒ 정수근

▲ 팔현습지의 명물인 천연기념물 수리부엉이 부부 중 아내인 '현이'의 모습이다. 낮에는 이처럼 팔현습지 하식애에서 잠을 자고 일몰과 더불어 활동을 시작한다. ⓒ 정수근


"이곳이 정말 우리가 함께 공존해야 할 공간이다라고 생각했습니다. (환경부가 이곳에 탐방로를 건설해서) 사람들이 놀러 오면 좋겠다, 싶으면서도 그로 인해서 하느님이 창조하신 다른 피조물이 생존을 위협받는다면 결국 마지막에는 인간의 생존에도 위협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멀리 내다보고 더 큰 가치를 보존하기 위해서 함께 관심 가지고 노력했으면 좋겠습니다."

1885년에 건립된 대구에서 가장 오래된 성당인 계산주교좌성당 이기수 주임 신부의 말이다. 이 신부는 신자들 50여 명과 함께 5일 팔현습지를 찾았다.

팔현습지를 다녀간 이들이 팔현습지의 아름다움과 기능, 가치를 확인하고 환경부 산하 낙동강유역환경청으로 하여금 이곳에 탐방 보도교를 건설하지 않도록 그 철회를 요구하면 좋겠다는 것이 이곳을 지키고 보전하려는 환경단체들의 생각이다. 환경부가 멸종위기종들의 '숨은 서식처'를 훼손해서는 절대 안 되기 때문이다.

▲ 계산성당 신자들이 팔현습지의 숨은 명소인 왕버들숲을 둘러보고 있다. ⓒ 정수근


▲ 계산성당 신자들이 팔현습지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있다. ⓒ 정수근


이런 점은 신자들도 깊이 공감하는 바였다. 이날 함께 팔현습지를 둘러본 계산성당 신자인 유스티나 자매도 이곳의 보전을 강력히 외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무 데크를 너무 많이 만들어 놓았다. 저 자연 그대로 놔둬야 되는데, 너무 많이 만드는 것 같다. 자연 그대로 되돌려야 한다. 그래서 우리가 작은 힘이지만 국가 정책을 반대해야 될 때는 힘을 합쳐 다같이 반대해 주셨으면 좋겠다."

▲ 이날 팔현습지 탐방에 참가한 이들이 소감 나누기에 앞서 대구대교구 생태환경위원회 임성호 위원장 신부의 설명을 듣고 있다. ⓒ 정수근

▲ 필현습지에서 플로깅 중인 계산성당의 신자들 ⓒ 정수근


역시 계산성당 신자인 글라라 자매 또한 팔현습지를 지키는 데 작은 힘이나마 동참하겠다면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그동안 금호강 물이 이렇게 깨끗한 줄, 또 물고기가 이렇게 많이 살고 있는 줄 사실은 잘 몰랐다. 앞서서 이곳을 하느님의 섭리대로 만들려고 애쓰는 분들에게 너무 감사를 드린다. 우리도 생태를 살리는 쪽으로 정책을 입안할 수 있도록 기도를 많이 해야 되겠다. 하느님께서 만드신 처음의 아름다움이 유지되도록 하는 데 작은 힘이나마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되겠다, 이런 생각을 했다."

▲ 팔현습지 금호강 안으로 들어가 이곳에 살고 있는 큰 민물조개들도 잡아서 살펴보고 있다. ⓒ 정수근

▲ 강물 속 돌 틈에 살고 있는 민물조개인 펄조개가 보인다 ⓒ 정수근

▲ 민물조개와 더불어 강바닥 생물을 대표하는 저서생물인 다슬기의 모습도 보인다. ⓒ 정수근


주임신부와 신자들의 이야기와 주장을 다 듣고 이날 안내를 맡은 필자가 마무리 삼아 다음과 같이 팔현습지의 참 가치에 대해서 부연했다.

"건너편은 동구 방촌이다. 여기는 수성구다. 그래서 여기를 수성구청에서 수성구 땅이기 때문에 개발하고 싶어 하는 거다. 요 뒤에 작은 마을인 팔현마을이 있다. 그래서 팔현습지가가 된 것이다. 보시는 바처럼 건너편에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이 산다. 아파트 단지가 있다. 근데 이쪽은 산 뒤에는 아주 작은 마을밖에 없다.

건너편은 사람의 공간인데 이쪽은 사람들이 안 살기 때문에 야생의 공간이라는 거다. 오랫동안 그렇게 살아왔다. 근데 이곳마저 사람들이 내놓으라고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하지 말고 사람의 공간에 사람이 살고 야생의 공간은 야생의 동식물들이 살고 그렇게 공존을 할 수 있다는 거다.

지나친 욕심만 안 내면 된다. 이렇게 멸종위기종의 숨은 서식처 앞으로 탐방로를 내는 것은 우리의 지나친 욕심이라는 거다. 그래서 그걸 좀 막아내고 우리가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그런 사회를 하루빨리 만들어갔으면 좋겠다."

▲ 필드스코프란 망원경으로 수리부엉이 부부를 관찰했다. ⓒ 정수근

▲ 열심히 팔현습지 플고깅에 나선 계산성당 신자들. ⓒ 정수근


팔현습지를 국가습지로

사실 이날 팔현습지 방문의 주목적은 플로깅이었다. 금호강변에 장맛비 등과 함께 쓸려 내려와 나뭇가지 군데군데 혹은 주변 풀숲에 걸린 쓰레기를 줍기 위한 것이 첫째 목적이었다.

필자의 안내로 이들은 먼저 산업화 시절 금호강의 죽음, 그리고 페놀 사태 이후 금호강에서 일어난 기적적인 변화, 즉 금호강 부활의 소식을 전해 들었다. 그런데 그렇게 막 부활한 금호강에 환경부와 홍준표 대구시장이 '십질'을 가하려 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이처럼 플로깅 전에 금호강에 대한 사전 설명을 하고, 플로깅 후 팔현습지 왕버들숲에 둥글게 서서 이곳에 왜 지켜져야 하고 왜 보전되어야 하는지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

▲ 팔현습지에서 핵심 생태구간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들의 숨은 서석처인 산과 강이 자연스레 연결된 팔현습지 하식애 구간 ⓒ 정수근


▲ 팔현습지의 아름다운 모습 ⓒ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이나 '금호강 디디다' 혹은 '팔현습지 지키기 예술행동' 같은 환경단체과 예술가 그룹들이 이곳에서 계속해서 생태조사를 하고 시민들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발굴하고 그것을 실행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날 탐방도 생태환경에 대한 영성을 실천하기 위해 계산성당 본당 생태환경위원회와 평신도사도직단체가 함께 금호강 팔현습지 플로깅 및 탐방을 진행한 것이었다.

앞으로 더 많은 시민들이 팔현습지를 찾아와서 이곳의 아름다움과 참 가치를 알게 되었으면 좋겠다. 이곳이 하루빨리 국가습지로 지정돼 대구의 진정한 '생태 보물'로 남게 되기를 간절히 기원해본 하루였다.

▲ 팔현습지의 터줏대감이자 수호신 수리부엉이 부부가 살고 있는 하식애 절벽이다. ⓒ 정수근

▲ 팔현습지를 흘러가는 금호강의 맑은 물줄기 ⓒ 정수근

▲ 천연기년물이자 멸종위기종인 수달이 바위 위에 똥을 싸질러 놓고 갔다. 이곳에 수달이 살고 있다는 방증이다. ⓒ 정수근

덧붙이는 글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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