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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실 치즈마을에서 숨겨진 보물을 찾았습니다

농촌의 미래, 치즈마을의 목장형 유가공 공방을 찾아가는 공정여행

등록|2024.10.07 17:01 수정|2024.10.07 19:57

▲ 임실 치즈마을 축제 치즈 체험 어린이 ⓒ 이완우


전북 임실에서 지난 3일부터 6일까지 치즈테마파크와 치즈마을을 중심으로 색색이 피어난 국화꽃을 배경으로 2024년 '임실N치즈 축제'가 열렸다. 치즈테마파크가 치즈를 주제로 한 관광지라면, 치즈마을은 60년 임실 치즈의 역사를 개척한 중심 무대 역할을 한 농촌 마을이다.

이곳 치즈마을은 우리나라 최초로 목장형 유가공 공장(공방)을 도입하여 치즈를 생산하고 유통하였으며, 모차렐라 치즈 체험 관광을 최초로 시작하였다. 치즈마을은 임실이 치즈 관광지로 자리매김하는 데 수십 년을 묵묵히 걸어왔다.

임실 치즈마을은 벨기에 출신 지정환 신부와 임실 제일교회 심상봉 목사가 치즈와 신용협동조합 운동으로 희망을 심었고, '더불어 사는 마을 가꾸기'를 통하여 공동체 세상을 활짝 열어왔다.

이슬비가 내리는 날 공정여행 참석한 10여 명 관광객들

▲ 임실 치즈마을 시식 행사의 숙성 치즈 ⓒ 이완우


임실 치즈마을은 2024년 '임실N치즈 축제'에서 숙성치즈 시식, 모차렐라 치즈 체험, 숨겨진 보물들을 둘러보는 공정여행, 마을작가 전시회, 아프리카 바오마을에 학교를 짓는 박남준 시인과 함께하는 책이야기마당 등 의미 있는 축제 행사를 마련하고 진행했다.

6일 오후 이슬비가 내리는 중에, 치즈마을의 지정환공동체학교 앞마당에서는 모차렐라 치즈 체험 행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십여 명의 관광객들이 한 줄로 늘어서서, 위생 장갑을 손에 끼고 모차렐라 치즈를 함께 한 줄로 길게 늘이고 있었다.

모차렐라 치즈체험을 마치고 관광객들은 치즈마을 순환버스에 올라서, 치즈마을의 숨겨진 보물들을 찾아가는 공정여행을 출발했다. 공정여행 버스는 이 마을의 중앙을 길게 흐르는 금성천을 따라 치즈마을길 1.5km를 왕복하였다.

이 마을의 숨겨진 보물은 마을서당, 지정환공동체학교, 치즈판매장, 펜션, 식당, 카페, 도서관과 6개의 목장형 유가공 공방 등 이 마을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25개의 업체, 시설이나 공간이었다.

▲ 임실 치즈마을 유가공 공방 ⓒ 이완우


지정환공동체학교의 교육생 체류 시설로 방문객에게 쾌적한 숙소로 제공되는 '사랑채'와 우리나라 최초의 모차렐라 치즈 체험을 개발한 김상철 씨가 운영권을 치즈마을로 무상 양도한 '치즈체험장' 등, 이 마을의 25개 보물은 모두가 특별한 역할을 하고 있었다.

공정여행 버스는 '치즈마을길'을 이동하다가 보물들이 바라보이는 위치마다 잠시 멈추었다. 이 공정여행에서 이진하 치즈마을 해설사는 관광객들에게 치즈마을의 25개 보물을 소개하며 치즈마을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이 마을의 6개의 목장형 유가공 공방은 하나하나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운 치즈마을'을 실현해 가고 있었다.

'꽃과목장 유가공'은 3대에 걸친 낙농가로 대학을 졸업한 딸이 귀향하여 결혼하고 부부가 함께 경영한다.

'숲골 유가공'은 우리나라 최초 목장형 유가공이 출발한 곳이다. 현재 이곳을 시작으로 목장형 유가공 공장이 우리나라에 113개소가 운영 중이다.

▲ 임실 치즈마을 유가공 공방 ⓒ 이완우


'이플 유가공'은 1983년부터 낙농을 시작했고 이 마을 공동체의 주역이다. 2006년에 이플을 설립하여 3자녀와 함께 경영하고 있다. '무지개 유가공'은 1995년에 귀향 2011년 무지개 유가공을 설립하였다. 부부는 가공과 유통을 담당하고, 아들은 목장을 경영한다.

'임실농부 유가공'은 2010년 임실농부를 설립하였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축산을 전공한 남매가 목장과 유가공을 운영한다. '밸리에 유가공'은 2대째 이어가는 낙농가이다. 2012년에 벨리에 설립했으며, 부모는 목장을, 딸은 유가공 공장을 경영한다.

임실 치즈마을에 있는 목장형 유가공 공방은 한 마을에 있는 우리나라 최대 숫자이다.

"마을에서 지원해주는 것도 협동"... 대학 장학금도 운영

▲ 임실 치즈마을 사랑채 ⓒ 이완우


이곳 치즈마을의 3층짜리 사랑채 건물은 치즈마을 기금 운용 성공의 대표적 사례이다. 이 건물을 지을 때 1억 8,700만 원이 들었는데, 자금을 치즈마을 기금에서 무이자로 대출해 줬다고 한다.

치즈마을에는 마을가꾸기 사업 등에 노력하여 우수마을 시상금으로 받아 모은 기금이 7억 5천만 원 정도 모아졌고, 마을에서는 이 기금을 필요한 주민에게 무이자로 대출해 주고 있다. 대출금을 상환하는 방법도 빌려 간 쪽에서 정한다. 사랑채 건물은 1년 거치 15년 동안 매년 균등하게 갚기로 했고, 16년 뒤에는 대출금을 마을에 다 갚았다.

▲ 임실 치즈마을 공정여행 이진하 해설사 ⓒ 이완우


이진하 해설가가 말했다.

"저희가 마을 경영을 쭉 해보니까, 공동으로 함께 일하는 것만이 협동이 아니에요. 여럿이서(마을에서) 한 사람을 지원해 주는 것도 협동이지요."

치즈마을에는 현재 25곳의 보물 같은 일자리 공간이 꾸려져 운영되고 있다. 이 마을에서는 2011년부터 올해까지 이 마을 출신의 대학 입학생 총 37명에게 대학 입학 축하 장학금을 주었다.

▲ 임실 치즈마을 유가공 공방 ⓒ 이완우


이 마을에서 2000년도부터 대학을 진학하고 졸업하여 다시 이 마을로 돌아온 청년이 23명(작년 5월 31일 기준)이었다. 그만큼 이 마을에는 새 일자리가 있다는 것이었다. 그 23명 중에서 10명이 결혼했고 어린이가 13명 또 태어났으니, 이 마을에는 46명의 젊은이와 어린이가 사는 활기찬 마을이 되었다.

공정여행 버스가 잠시 멈추었고, 이진하 해설사는 멀리 산 아래 푸른 기와집을 가리켰다. 이 집은 심상봉 목사의 주택으로 치즈마을에서 마련했다. 임실 치즈의 개척자인 지정환 신부(1931~2019, 1964년 임실 성당 부임)와 심상봉 목사(89세, 1969년 임실 제일교회 부임)는 오늘의 치즈마을을 만들어 주신 고마운 분들이다.

▲ 임실 치즈마을 푸른 기와집 ⓒ 이완우


이날 이진하 해설사가 이현주 시인의 '밥을 먹는 자식에게' 시를 낭송하였다.

천천히 씹어서 공손히 삼켜라
봄에서 여름 지나 가을까지 그 여러 날들을
비바람 땡볕으로 익어온 쌀인데
그렇게 허겁지겁 먹어버리면
어느 틈에 고마운 마음이 들겠느냐
사람이 고마운 줄을 모르면 그게 사람이 아닌거여

임실 치즈마을을 둘러본 공정여행 버스가 지정환공동체학교 주차장에 도착하였다. 이곳 지정환공동체학교의 건물 양식은 벨기에 있는 지정환 신부의 생가 건물을 본떴다고 한다. 임실 치즈마을은 농업회사법인(대표이사 이진하) 임실치즈레인보우(주)로 조직되었고, 이 마을의 25개 보물은 이 마을 농업회사법인에 사업체로 등록되어 있다.

임실 치즈마을에는 임실 치즈의 개척자인 지정환 신부와 심상봉 목사가 염원하였던 신용조합의 정신, 자립 추구와 공동체 문화가 이 마을에 튼실하게 25개의 보물마다 살아 있었다. 2024년 '임실N치즈 축제' 치즈마을의 공정여행은 뜻 깊은 축제 행사였다.

▲ 임실 치즈마을 공정여행 마을버스 ⓒ 이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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