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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농단의 클라이맥스가 다가오는 느낌"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이동학 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등록|2024.10.07 15:47 수정|2024.10.07 16:19
명태균 녹취록에 이어 김대남 녹취록까지 나오면서 정치권의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아직 임기 반환점이 돌지 않았는데 여러 의혹에 휩싸이고 있다. 녹취록 정국과 함께 정치 현안에 대해 짚어 보고자 지난 4일 이동학 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과 전화 연결했다. 다음은 이 전 최고위원과 나눈 일문일답 정리한 것이다.

"정권을 끌고 갈 동력 자체가 사라지고 있다"

▲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오전(현지시간) 필리핀 마닐라 말라카냥 대통령궁에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과 한·필리핀 정상회담을 마친 뒤 공동언론발표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최근 여러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정치권을 흔들고 있어요. 보통 이런 녹취는 정권 말기 레임덕 때 나오지만 윤석열 정부는 임기 절반도 안 지났잖아요. 지금 상황을 어떻게 보세요?

"생각보다 위험하다고 판단합니다. 아무리 준비 안 된 사람의 집권이라고 하지만 정부나 여당까지도 역량이 안 될 거라곤 생각 못 했어요. 정치집단이 못나도 관료 집단의 힘으로 어떻게든 굴러가는데 관료들마저 제 역할 못 하도록 만들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합니다. 대통령의 명령이 더 이상 먹히지 않는 것은 정권 말기나 있을 수 있는데 여러 군데에서 (문제가) 튀어나오니 정권을 끌고 갈 동력 자체가 사라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분명히 잘못 가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아무런 조언도 직언도 나오지 않는 여당도 큰 책임 져야 할 것이라고 봅니다."

- 지지율이 낮기 때문인 걸까요?

"지지율 낮은 것은 결과죠. 교육개혁, 노동 개혁, 연금 개혁 전부 말만 꺼내 놓고 제대로 된 개혁 드라이브는 걸지도 않고 있죠. 3대 국정과제로 대통령이 삼았는데, 집권여당은 이를 뒷받침하지도 않고 야당 공격에 혈안이 되어 있죠. 그나마 의료 개혁을 추진하고 있는데 오히려 망가트려 버렸어요. 누가 지지를 해줄 수 있을까요."

- 명태균씨 녹취록 얘기 먼저 해보죠, 핵심은 지난 총선 때 김건희 여사가 공천에 개입했는지 여부예요. 2일 JTBC가 명태균씨와 김건희 여사가 주고받은 텔레그램을 재구성해 공개했죠. 텔레그램 원본 봤다는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말은 '김건희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 완결성이 떨어진다'는 건데 어떻게 보세요?

"보니까 완결성이 상당해 보이던데 왜 애초에 이런 해명을 했는지 이해가 잘되지 않아요. 뒤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 의원이 명태균씨와의 관계가 드러나게 될 것을 주저했던 것으로 보여요. 대선 전에 윤 대통령과도 다리를 놔서 만났다고도 하고. 뭔가 계속 드러나는 걸 보니 불똥이 자신들에게 튈 것을 우려했던 것도 같고요. 어쨌거나 완결성은 높아지는 상황이지요."

- 그러면 김 여사가 공천에 개입한 건가요?

"수사기관에서 수사를 해봐야죠. 정황은 뚜렷해 보여요. 공천개입은 공천이 됐느냐 안됐느냐 여부가 아니라, 말 그대로 공천 과정에서 공천 관리 사무에 영향을 미쳤느냐 여부에요. 대통령실 출신인 김대남씨의 녹취록에서 대통령실과의 소통 창구가 이철규 의원이라는 말이 나오고 특히 김건희 여사와 연결돼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저는 명태균씨의 녹취록과 종합적으로 보면 어느 정도는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반드시 수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그러나 텔레그램 대화를 재구성한 것을 보면, '단수가 좋다'는 것만 있고 김 여사가 공천하라거나 말라는 게 없잖아요.

"빙산의 일각일 것 같아요. 진실은 드러나게 마련이죠. 녹취록을 제공한 강아무개씨는 명태균씨와 11년 함께 일했고 김영선 의원실에서 일했다고 하는데, 향후 국정감사에 나와서 우리가 모르는 더 많은 사실을 이야기할 것 같아요."

- 김대남 전 대통령실 행정관과 <서울의소리> 이명수 기자의 통화 녹취도 공개되었죠. 김대남 전 비서관의 말 중에 주목한 부분이 있을 것 같은데.

"'대통령은 꼴통'이라고 표현하는 것에 기함했습니다. 대통령에 대한 예의와 존중이 없는 사람이 대통령실에서 일을 했죠. 오히려 김건희 여사에 대한 예의는 있어요. 대통령실의 권력이 어디서 나오는지가 딱 보이더라고요."

- 대통령실은 대통령 부부가 김대남 행정관과 아무 친분 없다는 것 같은데.

"그 말을 어떻게 믿어요? 그동안 대통령과 여사가 보여줬던 모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어요. 예컨대 김건희 여사는 최재영 목사가 준 명품백을 받은 직후 대통령실 행정관에게 명품백을 돌려주라고 했는데, 깜빡 잊고 안 돌려줬다고 얘기 했잖아요. 그 말이 사실이라면 지시를 이행하지 않음으로 김건희 여사와 대통령에게 엄청난 타격을 줬잖아요. 메가톤급 사고를 쳐도 아무런 인사 조치도 안 해요. 결국 그 행정관이 총대를 멘 거라고 생각하죠.

김대남씨 건도 마찬가지예요. 대통령실이나 여당에서 이 녹취록에 대응하고 있는데 김건희 여사가 공천에 개입한 적이 없고 김대남씨 스스로가 허풍을 떤 것이라면 결과적으로 김건희 여사나 대통령에게 엄청난 부담을 주는 것이잖아요. 그러면 서울보증보험 감사 자리에서 당장 쫓아내야죠. 쫓아내지 못하고 있어요. 누군가 지켜주지 않으면 불가능한 얘기죠."

"한동훈 대표를 지극히 싫어한 대통령과 대통령 부인"

▲ 윤석열 대통령의 필리핀 국빈 방문에 동행한 김건희 여사가 6일 오후(현지시간) 필리핀 마닐라 페닌슐라 호텔에서 열린 동포 만찬 간담회에 참석,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 연합뉴스


- 녹취에서 나온 것 중 하나가 국민의힘 전당대회 때 한동훈 대표 의혹을 이명수 기자에게 써 달라고 했다는 건데.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의 심리 상태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해요. 외부와의 전쟁보다 내부 전쟁이 더 무섭다는 말이 있는데, 우리가 눈앞에서 보고 있죠. 한동훈 대표 당선 이후에 대통령이 보여주는 여러 가지 모습들을 보면 아예 없는 사람 취급 하잖아요. 일련의 앞뒤 상황을 보면 결국 한동훈 대표를 지극히 싫어한 대통령과 대통령 부인이 있었고, 주변 환경들을 활용해서 (대표가) 안 되게 하려고 했던 시도라고 충분히 볼 수 있습니다. 그것이 결국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당무에 개입한 정황들이 아닌가 싶어요."

- 한동훈 대표가 문제 제기하려고 하는 것 같지만 먹히지 않는 것 같거든요.

"첫째, 허수아비는 그냥 서 있을 뿐이죠. 착각한 새들을 처음에는 쫓을 수 있을지 몰라도 가만히 서 있기만 한다는 걸 아는 순간 무시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말죠. 한 대표는 가진 수단이 별로 없어요. 이준석 대표는 집이라도 나가는 초강수를 두면서 대통령의 행동을 변화시켰죠. 한 대표는 그런 정도의 용기도 없어 보여요. 둘째, 대통령이 앞에서 한 말과 뒤에서 하는 행동이 다르다는 걸 이제 많은 국민이 알게 됐는데, 한동훈 대표 역시 그래요. 말은 하겠다고 하고, 행동은 하지 않죠.

셋째, 우군도 없어요. 여당 인사들이 한 대표가 대통령과 가장 오래 가까운 사이라 할 말 못 할 말을 다 할 수 있는 인사라며 한동훈 대표를 띄웠어요. 그런데 한 대표가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문제에 대해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다거나, 채 해병 특검을 국민의힘이 해야 한다는 말을 했어요. 대통령이 한동훈 대표 당선 직후 한 대표를 외롭게 하지 말라고 했는데 모두가 나서서 외롭게 하고 있어요"

- 검찰이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해 모두 불기소 처리했는데 어떻게 보세요?

"처음부터 결과는 정해져 있었어요. 검찰이 법 집행을 공정하게 하리라고 기대하기 어려운 시대죠. 공정하게 하려고 시도하는 순간 인사 조치 됐고. 선량한 검사들에겐 미안하지만, 정치 검사들이 살아있는 권력에만 충성을 다하는 순간 조직은 망가져 버립니다. 김건희 여사로 인해 대한민국의 법치주의는 사라진 거죠. 검찰만 그런가요? 권익위의 무혐의도 상당한 역할을 했죠.

역시 핵심은 '대통령 직무와 관련성 여부'예요. 인사 청탁했다고 주장하는 최재형 목사의 주장은 애써 무시하면서 대통령 직무와 관련이 없다고 청탁금지법 주무 기관인 권익위가 우기는 상황이에요. 저는 이렇게 끝나지 않을 거라고 봅니다. 분명한 청탁이고 뇌물이라고 봐요. 또한 대통령 직무와 관련이 분명히 있고요.

공직자는 배우자가 금품을 받은 사실을 알면 즉시 금품 반환과 기관에 신고할 의무가 있는데 윤석열 대통령은 이를 지금까지도 이행하지 않고 있습니다. 대통령 내외는 임기 이후라도 이 부분에 대한 처벌을 받을 것이라고 봅니다. 나아가 이 과정에서 법치주의를 농락한 권익위와 검찰 수사에 몸담았던 공직자들 역시 후과가 반드시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 김건희 여사 의혹이 많은데 그중 가장 문제가 뭐라고 보세요?

"종합적인 문제라 하나로 정리할 수 없을 거 같아요. 야당에서 말했던 이채양명주(이태원 참사, 채상병 특검, 양평 고속도로, 명품백수수, 주가조작)에서 이태원 참사 빼고 모두 여사 이름이 오르내리고요, 지금 추가로 더 생겼는데 공천 개입, 관저 공사 비리, 당무 개입 의혹까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진실은 드러나기 마련이죠. 문제와 의혹이 불거지면 통상 위축되기 마련인데 김건희 여사는 아랑곳하지 않고 여러 군데 개입을 멈추지 않는 캐릭터인 거 같아서, 그 자체가 가장 큰 문제죠."

- 민주당은 이번 국감을 김건희 국감으로 만들려는 것 같거든요. 뭐가 있나요?

"이채양명주/공관당을 얘기했잖아요. 국감에서 크게 부각될 이슈가 관저 비리예요. 관저 공사에 김건희 여사가 예를 들면 수도꼭지 모양이나 아니면 식탁 위치 같은 건 본인이 살 집이니까 할 수 있다고 봐요. 근데 공사 업체가 21그램이라는 거 아닙니까? 그러면 그 공사 업체가 선정되는 과정에 김건희 여사의 입김이 들어갔는지 여부는 반드시 따져야 된다고 생각해요.

21그램이라는 업체는 김건희 여사가 운영하는 코바나 콘텐츠 사무실의 인테리어 공사를 했고, 이후 전시할 때 후원도 했던 업체인데 김건희 여사와의 특수관계인 업체가 어떻게 관저 공사업체로 들어올 수 있었을까요. 어떤 특혜를 줬는지, 관저 말고도 수많은 정부 산하기관에서 또 벌인 일은 없는지 따져야죠. 국정농단의 클라이막스가 다가오는 느낌이에요."

"검찰, 이재명에 보복성 구형... 유죄여도 민주당엔 영향 없을 것"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남소연


- 민주당 얘기해 볼게요. 검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허위사실 유포와 위증교사 혐의에 대해 최고형을 구형했는데.

"검찰이 결국 자신의 어떤 사적 감정 가지고 보복성으로 구형했다고 봐요."

- 그러면 어떻게 될까요?

"우선 22년 전의 사건이기도 하고 그다음에 이 과정에서 지금 김진성(이재명 대표로부터 위증을 교사받았다고 지목된 인물)씨가 지금 수사받는 건이 3건 정도 되거든요. 김진성씨가 검찰의 올가미에 걸려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거죠. 처음에는 아니라고 하다가 이제 와서 맞다고 하는 거잖아요. 검찰의 압박에 의한 허위 증언일 가능성을 더 크게 보면 검찰의 구형이 굉장히 무리했다는 결과로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 2일 국회에서 이재명 대표와 김진성씨의 통화가 공개됐는데 어떻게 보세요?

"검찰이 녹취록 편집본으로 언론플레이를 굉장히 많이 했잖아요. 그런데 종합적으로 들으면 충분히 할 수 있는 얘기를 하거든요. '없었던 일을 얘기하지 말고' 같은 얘기까지 구체적으로 계속 나오잖아요. 결국 여론전에서 억울한 부분에 대해서 호소하는 측면이라고 생각해요."

- 유죄가 나올 경우 민주당에 영향이 있을까요?

"민주당에는 큰 영향이 없을 거예요. 만에 하나 1심에서 그런 결과가 나온다고 하더라도 오히려 더 똘똘 뭉치게 되는 계기가 될 거로 생각하고요. 재심과 대법원까지 있으니, 끝까지 다퉈 나가야죠."

- 민주당에서 금투세 폐지에 대해 논쟁이 있는 건 어떻게 보세요?

"단순히 시간만 뒤로 늦추는 유예를 할 경우엔 같은 논란이 또 벌어질 거예요. 논란을 없애고자 폐지하면 추후 초고령사회 대비 폭등하는 복지비용이나 지속가능예산에 대한 증세를 하고자 할 때 반대 여론에 직면해, 금투세 폐지 사례가 추후 증세 수단 선택에 어려움을 겪게 만드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고요.

지금 분위기는 폐지까지도 검토하는 것 같은데요, 폐지안을 선택하려면 개인 소액 투자자 보호를 골자로 하는 상법 개정안 등 주식시장의 건강성에 대해 담보하는 형태의 조치까지 뒤따라야 해요. 거기에 이미 시행되고 있는 거래세 부분도 재차 손을 봐야 하고요. 스텝이 꼬이긴 했지만, 적절한 조치를 통해 잘 정리되리라 봅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전북의소리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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