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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 일정' 벗어난 전국체전 럭비, 부상 선수 줄어들까

하루 걸러 열리던 경기 일정 속 부상 속출... 3일 간격으로 재조정

등록|2024.10.08 17:29 수정|2024.10.08 17:29
이른바 '살인적 일정'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전국체육대회 럭비 경기 일정이 이번 전국체전부터 재조정된다.

대한럭비협회와 대한체육회에 따르면, 경남 남해스포츠파크에서 열리는 제105회 전국체육대회의 15인제 럭비 경기는 10월 7일부터 17일까지 11일 동안 개최된다. 전국체전의 개막일이 10월 11일인 것을 감안하면 약 나흘 동안 사전 경기 체제로 럭비 경기가 치러지는 셈이다.

지난 전국체전까지는 고등부와 성인부가 모두 이틀에 한 번 경기를 치렀는데, 이번 전국체전부터는 사흘에 한 번꼴로 경기를 치른다. 통상적인 15인제 럭비 대회가 일주일의 간격을 두고 경기를 치르는 것과 비교하면 여전히 짧지만, 그나마 하루 정도의 재정비 시간을 벌었다는 데 위안 삼을 수 있게 되었다.

▲ 지난 2023년 10월 19일 전남 진도공설운동장에서 열렸던 제104회 전국체육대회 15인제 럭비 일반부 결승전 풍경. ⓒ 박장식


전국체전 도중 '대표팀 사실상 전원 부상'... 올림픽 꿈 좌절 아픔

해외로 눈을 돌려봐도 이렇게 짧은 간격으로 대회를 치르는 경우는 드물다. 고교부 등 격렬한 신체 접촉이 덜한 연령별 대회의 경우 이틀에 한 번씩 경기를 치르기는 하지만, 국내 최고 권위를 지녔다는 대회에서 이틀에 한 번 꼴로 경기를 치르는 경우는 없다시피 하다는 것이 국내 럭비 관계자들의 설명.

비정상적인 경기 운영을 한 만큼 문제도 컸다. 전국체전의 중요도가 높기 때문에 매 경기 최상의 경기 운영을 가져가야 하는데, 고작 하루 정도의 휴식으로는 80분 동안 격렬하게 뛴 선수들의 회복이 불가능하기 때문. 매 전국체전 대회마다 짧은 경기 간격 탓에 부상 위험이 클 것이라는 경고가 높았다.

그리고 지난해 전남 진도공설운동장에서 열린 전국체전에서는 당시 보름 전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했던 선수들이 소속팀으로 복귀해 경쟁에 나섰다.

매 경기가 격렬하게 진행되면서 부상자가 속출했다. 결승전을 끝내고 촬영된 단체사진에서도 절뚝이는 선수, 테이핑을 한 선수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 정도였다. 특히 항저우 AG 당시 대표팀 구성원 중에서는 단 한 명의 선수를 빼고 모두 부상 진단을 받았다.

당시 2024 파리 올림픽 예선을 2주 앞둔 대한민국 럭비는 '날벼락'을 맞았다. '부상 병동'이 된 한국 럭비의 상황 탓에 대표팀 소집부터 난항을 겪었다. 대다수의 주축 선수가 빠진 대표팀은 대학생 선수를 비롯한 예비 명단을 꾸려 7인제 럭비의 파리 올림픽 아시아 지역 대표 선발전이 열리는 오사카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1위를 하면 올림픽 직행, 2·3위를 거두면 대륙별 플레이오프에 나설 수 있었지만 대한민국의 성적은 최종 5위. 올림픽 출전을 위한 플레이오프조차 나갈 수 없게 됐다.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는 올림픽 사상 최초로 럭비 경기가 KBS1을 통해 생중계 되기도 했지만, 한국 럭비는 그 모습을 구경해야만 했다.

사흘 간격 여전히 짧지만... "그래도 다행"

최윤 대한럭비협회 회장은 지난 전국체전 당시 "매번 경기 일정을 조정하려고 시도하지만 사전 경기 일정을 추가하는 것이다 보니 승인이 잘 나지 않는다"며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었다. 결국 전국체전이 올림픽 도전의 발목을 잡는 하극상이 벌어지자, 올해 체전부터 드디어 경기 일정의 현실화가 이루어지게 됐다.

현장에서도 강행군 일정을 소화해야 했던 이틀 간격의 경기 대신 하루의 휴식 시간이 추가 부여된 데 대한 안도의 한숨이 들려왔다.

물론 여전히 사흘 간격으로 경기가 펼쳐지는 것이 선수들의 부상을 방지하기에는 아쉽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15인제 정규 경기를 전국체전의 짤막한 일정 내에 채워넣으면서도 최대한의 휴식을 보장했기에 불행 중 다행이라는 의견이 주류이다.

이명근 럭비 대표팀 감독도 "협회에서 사전 경기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을 많이 해주셨다"라면서 "물론 선수들의 안전을 위해서는 한 주 단위로 경기가 치러지는 것이 맞지만, 전국체전이 1주일 일정이라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도 하루 더 휴식일이 부여되면서 선수들의 부상 위험이 낮아져 다행스럽다"라고 말했다.

한편 전국체육대회에 과하게 치중된 국내 럭비의 생태계를 바꾸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협회가 실업팀 등을 대상으로 코리아 슈퍼럭비리그를 개최하고는 있지만, 일부 실업팀의 불참 속에 '최고 권위 대회'라는 이미지를 얻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윤 협회장 역시 지난 9월 "일부 실업팀이 1년에 한 번 전국체전에만 출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라고 한 만큼, 인식 개선과 변화 역시 이루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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