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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전객, 메뚜기가 사라졌습니다

생명력을 잃고 있는 들녘, 자연과 인간의 공존이 필요한 시기

등록|2024.10.10 17:17 수정|2024.10.10 17:17
뭉게구름이 드리운 출근길, 시골길을 따라 벼가 익어가는 풍경이 펼쳐진다. 농부들은 수확의 기쁨을 앞두고 바쁘게 움직이고, 그 모습은 평화로운 농촌의 일상을 대변한다.

이 풍경을 바라보며 마음의 여유를 느끼지만 가슴 한구석엔 씁쓸함이 남는다. 한참 뛰어 놀아야할 벼메뚜기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 강릉시 구정면의 황금들녘 ⓒ 진재중


가을 들녘은 벼가 무르익어 황금빛으로 가득 차 있지만, 메뚜기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안타깝다. 이 아름다운 시기에 메뚜기들은 푸른 풀밭을 뛰놀며 경쾌한 소리를 냈지만, 이제는 그 소리가 사라져 고요함만이 감돈다.

메뚜기는 가을의 상징이자 농촌의 소중한 친구로, 그들이 뛰놀던 들판은 항상 생명력으로 가득했으며, 그 소리는 가을의 도래를 알렸다. 그러나 올해는 그들이 사라져 빈자리만 남았다.

사람이 걷는 발자국 소리조차 메뚜기의 흔적을 찾지 못하게 하며, 고개 숙인 벼에 앉아 나를 잡아보라고 하던 모습도, 넓은 배추잎 사이에 숨어 있던 모습도 찾을 수 없다.

▲ 수확을 기다리는 고개숙인 벼 ⓒ 진재중


바람에 흔들리는 벼 이삭 사이로 뛰어다니던 메뚜기가 사라진 풍경은 허전하고 쓸쓸하다. 벼메뚜기가 없는 들녘은 조용하고 평온해 보이지만, 그 침묵은 생명의 부재에서 오는 공허함을 드러낸다.

▲ 넓은 배추잎은 벼메뚜기의 은신처였다 ⓒ 진재중


이 풍경을 바라보는 농부의 마음도 무겁다. 메뚜기가 사라진 논밭은 수확의 기쁨과 대비되어 씁쓸함을 안긴다.

풍성한 수확에도 불구하고 작은 생명체의 상실은 무언가를 잃은 듯한 상실감을 남긴다. 가을 들녘에 메뚜기가 남긴 빈자리는 자연과 인간의 공존에 대한 경고로 다가온다.

벼메뚜기의 사라진 자리에서 자연의 소중함과 공존의 의미를 다시금 깨닫는 아침출근길이다.

▲ 코스모스가 피어있는 가을 들녘 ⓒ 진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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